[김용택 칼럼] 독재자가 짓밟은 오욕의 헌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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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독재자가 짓밟은 오욕의 헌정사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1.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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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을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1차 개헌과 2차 개헌은 이승만 정권하에서 이뤄졌다.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에 한해 3선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등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위해 개헌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차 개헌은 4.19 혁명의 결과였다. 1960년 6월,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집된 국회는 우리나라의 통치 구조를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바꾼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반민주행위 처벌에 대한 소급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4차 개헌이 실시됐다.

네 번째 개헌까지는 국민투표 없이 국회의 표결로 개헌 여부가 결정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4차 헌법도 오래 가지는 못 했다. 박정희의 5.16 쿠데타 때문이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는 1962년 12월 개헌을 밀어붙여 의원내각제를 다시 대통령제로 바꾼다. 이것이 제 5차 개헌이다.

6차와 7차 개헌은 박정희 독재 체제 강화를 위해 이용된 해헌이다. 1969년의 제 6차 개헌은 대통령 3선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했고, '유신'으로 불리는 7차 개헌은 연임 횟수 제한이 없는 '대통령 6년 연임제'로 바뀌었다. 또, 대통령 선출 방식도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바뀐 것이다.

8차 개헌 역시 오욕의 결과였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후 1979년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등 신군부는 개헌을 밀어붙여 '간선제를 통한 대통령 7년 단임제'로 헌법을 개정한다. 그리고 1987년,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는 9차개헌이 이루어졌다. 9차 개헌은 전두환 독재 정권에 항거한 '6월 항쟁'의 결과였다. 대통령 선출 방식은 간선제에서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바뀌었고,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제한됐다.

 

■ 헌법은 9차개헌, 공화국은 6공화국...왜?

지금껏 헌법은 9번 개정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는 1987년 체제' 혹은 '9차 헌법 체제'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우리는 현재 6공화국 하에서 살고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헌법은 9번 개정됐는데, 왜 6공화국일까? 공화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었일까? 사실 공화국을 구분하는 합의된 기준은 없다. 다만, 통치 구조가 바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전환되거나, 대통령 선출 방식이 바뀌는 개헌 시점을 기준으로 공화국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에 따를 때 이승만 정권 때가 1공화국, 의원내각제가 도입된 3차 개헌 이후가 2공화국, 다시 대통령제로 돌아갔던 5차 개헌 이후가 3공화국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대통령 선출 방식으로 간선제로 바꿨던 7차 개헌 이후가 4공화국, 대통령의 임기를 6년 연임제에서 7년 단임제로 바꿨던 8차 개헌 이후가 5공화국,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로 바뀐 9차 개헌 이후 지금까지가 6공화국으로 분류된다.

제6공화국은 9차 개정 헌법(10차 헌법, 헌법 제10호) 체제다. 9차 개정 헌법은 1987년 10월 공포되었으나 12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7년 임기 보장으로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로 인해 대통령의 취임은 2월 25일로 유지되었으나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대통령 선거일과 취임일이 바뀌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5월 10일에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개헌이 되어서 제7공화국이 출범하더라도 제6공화국 시기에 취임한 대통령은 개정된 헌법을 적용받지 않으므로 대통령이 스스로 임기 단축을 하지 않는 이상 제7공화국 대통령 역시 5월 10일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차원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헌 75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87년 헌법 체제로는 우리나라가 21세기 새로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며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한 때 국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개헌 논의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전환 등 통치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모아졌지만 그 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6월항쟁으로 쫓기다시피해 만든 현행 9차개헌이 주권자들이 주체가 되어 주권자들의 뜻이 만영된 민치헌법은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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