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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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에 대한 단상(斷想)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1.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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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主觀)에서 탈피하기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취향(趣向)에 따라 맛도 색깔도 다르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연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외모가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외모보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도지사와 시장 같은 선출직 공무원을 선택할 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고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부터 확인하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또 사람 됨됨이나 인격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말이 있다. 기회비용이란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것들 중 가장 큰 것의 가치’를 말한다. 경제학의 대원칙이 ‘모든 것은 한정되어 있다’는 희소성의 원칙이다.

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무엇인가 선택하면 반대로 선택하지 못한 것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와같이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것들 중 가장 큰 것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개인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 사적인 문제, 공적인 문제, 그리고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 가치판단을 요하는 문제 등 수없이 많은 문제를 만나며 산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는 그 사람의 삶의 질의 문제요, 인격에 관련된 문제이다.

 

■ 가치관이란...?

가치관이란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신념과 판단을 말한다.

가치관은 개인의 삶을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기준이 된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는 자아 정체감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아 정체감이 없으면 역할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은 갈 곳 있기에 방황하는 존재”라서 방황는지 몰라도 Al시대 우리주변에는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아도너무 많다.

 

■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가치판단의 문제는 감성적인 판단인가, 이성적인 판단인가, 주관적인 판단인가? 객관적인 판단인가, 혹은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도 있다.

사실 판단은 6하 원칙에 의거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에 비추어 진위(眞僞)가 가려지는 문제다. ‘나는 빨간색이 더 좋다’거나 ‘축구보다 야구가 더 좋다’와 같은 문제는 주관적인 판단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개인의 의견이 개입되지 않은 판단을 객관적 판단이라고 한다.

 

■ 가치판단의 기준

가치판단의 문제는 어떤 가치가 더 우선적인 가치인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가치판단의 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사람이란 존재 그 자체로서 귀하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적 가치’, 자유·정직·신뢰·평화와 같은 가치를 ▲‘보편적 가치’, 그리고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과 같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사회적 가치’, 의리·신뢰·우정·사랑과 같은 가치를 ▲‘개인적 가치’라고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가 상호 충돌하면 어떤 가치가 더 우선적인 가치일까? 개인적인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사회적 가치보다는 보편적 가치가, 보편적 가치보다는 기본적 가치가 더 우선적인 가치다.

가치혼란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 내 인생을 남이 만들어 준 가치관이나 생활양식, 전통이니 관습이니 사회적 규범에 맞추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합리적 사고’와 ‘대화와 토론 과정의 중시’, ‘관용정신’, 그리고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을 존중하는 주관이 분명한 민주시민이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다. 신(身)은 외모, 언(言)은 말씨, 서(書)는 글씨, 판(判)은 판단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날 중국 당나라 시대 당 태종은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과거제도를 실시했는데 과거제도에서 신언서판은 인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판단력을 길러주는 것은 교육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 가치판단 없이 사는 사람들...

기회비용을 잘못 계산해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가 쓴 '마우스랜드'를 보면 생쥐들의 나라 '마우스랜드'의 생쥐들은 5년마다 투표를 해 거대하고 뚱뚱한 검은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았다. 고양이들로 이뤄진 정부는 '좋은' 법을 통과시켰다. 고양이의 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쥐구멍이 충분히 커야 하고, 모든 생쥐는 일정한 속도 이하로 달리도록 규정했다. 고양이가 쥐를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한 '좋은' 법이었다.

삶이 고통스러워지자 생쥐들은 흰 고양이를 새 지도자로 뽑았다. 흰 고양이는 쥐구멍의 모양이 문제라며 쥐구멍을 원형에서 사각으로 바꿨다. 사각 쥐구멍의 크기는 종전보다 두 배 더 커졌다.

생활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자 생쥐들은 다시 검은 고양이를 뽑았다 흰 고양이를 뽑았다를 반복했다. 때로는 반은 희고, 반은 검은 고양이를 뽑았다. 생쥐들은 그러다 고양이의 색깔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치판단을 잘못해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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