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역대 대통령이 추진한 민영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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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역대 대통령이 추진한 민영화의 역사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1.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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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줄 모르는 재벌들의 먹잇감 민영화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효율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민영화정책의 원조는 박정희 정부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민영화는 박정희 정부 때인 1968년 1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1968~1973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2차 민영화는 1980년 금융기관 등 7개 공기업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3차 민영화는 1987년에 단행됐다. 분배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해 한전.포철 지분매각시 국민주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다.

전두환정부는 박정희정부의 공기업 정책을 계승하여, 1980년대 초 주요 시중은행(한일·제일·신탁·조흥) 및 석유·준설공사 등을 각각 민영화했다. 당시 석유공사를 인수한 선경(현 SK) 역시 재벌그룹 반열에 올랐다. 1984년에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정을 통해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제도적 조치(경영평가제도 등)를 취했지만, 공공기관 정책 전반에 아직 시장화 전략은 깊게 반영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박정희·전두환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재벌 중심 경제체제의 근간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삼정부(1993~1997)의 민영화 박정희·전두환의 민영화정책과 다른 세계화흐름이 반영되었다. 이 시기부터 공공기관 시장화전략을 경제관료들이 주도하기 시작했고, 이후 30년 가까이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심화되었다. 1994~1998년까지 임기 내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 아래, 1994년 2월 시장성·수익성이 높은 공기업 전반의 민영화계획을 발표했다. 김대중정부는 IMF 양허안(1997.12)에 따라 △국가 재정 및 시장․금융 개입 축소 △재정 건전화(공기업 경영권․지분 매각) △전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의 전략 아래 김영삼정부가 기획한 공기업 민영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정책은 민영화가 아닌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305개의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선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명박정부의 민영화정책의 핵심은 ‘대기업 규제완화와 감세, 공기업 민영화, 금융개방, 교육과 의료의 시장화, 그리고 경부대운하 건설 등이었다. 이명박정부 의료민영화 정책은 ▲영리법인병원 ▲민간의료보험 ▲의료채권 ▲MSO (의료경영지원회사)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활성화 정책, ▲해외환자유치 등이 핵심정책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전면개방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정책으로 공공기관 선진화, 혹은 경쟁 도입, 독점 타파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공공부문이 재벌 등 사기업에게 헐값에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1년만에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2013.7) 및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2013.12)을 발표하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박근혜 정부 1년을 맞아 '재벌특혜 정권의 민영화 정부'라고 선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원격의료 허용과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 인수합병 허용, 영리법인약국 허용,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은 재벌 영리자본이 보건의료분야에 침투해 무제한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최악의 민영화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재벌에게 특혜 주고 국민에게 부담주는 의료영리화 정책 저지’였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이명박정부 시절 공개되고 박근혜가 ‘규제완화, 경제활성화, 일자리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추진하던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해 민영화의 불씨를 살린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의료민영화는 국민의 건강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친기업 논리다.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의료민영화가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의료기관 허용,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건강보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위장된 민영화, △강압에 의한 자율, 속도와 수위 통제가 주요한 특징이다. 민영화 정책 기조는 분명하지만 매각과 같은 ‘강성 민영화’ 조치에 비해 시장개방-민간투자-민간위탁 등 ‘연성 민영화’를 통해, 민영화 정책에 대한 인지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한 대응을 저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력 시장 개방 등을 통한 전력 민영화, △민간병원 지원과 공공병원 민간위탁 확대, 비대면 원격진료 제도화, 개인 의료-건강 데이터 활용 산업화 등을 통한 의료 민영화, △철도 제2관제센터 신설 추진 및 유지보수업무 위탁 등 철도 민영화 등이다.

 

<민영화가 아니라 ‘선진화’>

포기를 모르는 민영화 추진론자들과 해외자본, 재벌들의 민영화 먹잇감 찾기는 물밑에서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93년에 철도 민영화를 위한 입법이 이루어지고, 1995년부터 철도산업을 조각내서 팔기 시작해서 1997년 4월에 민영화를 완료하였다. 민영화의 폐해는 심각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차량 및 설비의 유지 보수를 등한시 한 민간기업들의 행태로 열차사고가 끊이지 않다가, 1999년 10월에는 런던 패팅턴역에서 31명이 사망하는 치명적 사고가 발생한다.

의료 민영화의 폐해는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다룬 마이클 무어 감독의 걸작 다큐멘터리 '식코'에 잘 나와 있다. 국가 차원의 건강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일은 병에 걸리는 것이다. 무릎이 찢어졌는데도 보험 가입을 못해 집에서 손수 상처를 바느질하는 청년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식코'는 의료 민영화가 어떤 사태를 불러일으킬지를 미국의 민영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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