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민주주의 암흑기를 만든 박정희가 존경받을 인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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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민주주의 암흑기를 만든 박정희가 존경받을 인물인가
  • 김용택
  • 승인 2023.11.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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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는 4·19혁명정부를 파괴했다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박정희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뤄냈다”. “지금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놓은 철강산업, 발전산업, 조선산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방위산업으로 그간 번영을 누려왔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뤄낸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 44주년 추도식에 참석해 부른 윤석열 대통령의 박정희 용비어천가이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지금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산업화의 위업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분의 혜안과 결단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살인자가 출소 후 선행을 하면 존경받는가>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 들어선 길을 버리고 착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결의를 실천하여 마침내 이룩함을 이르는 말이다. 은행 공금 횡령자로 한때 수배자 신세였지만, 교도소에서 석방된 이후 자신의 밑바닥 인생을 토대로 소설가로 성공한 <마지막 잎세>를 쓴 오 헨리’같은 사람도 있지만, 참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자신의 심복 김재규의 손에 죽은 박정희는 죽어서까지 국립현충원 묻혀 역대 대통령의 참배를 받고 있다.

박정희가 좋아하던 긴급조치권은 1972년 대한민국의 유신헌법 53조에 규정되어 있던 대통령의 권한이다. 박정희는 이 조치를 발동함으로써 “헌법상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한 권한으로, 1974년 1월 8일 긴급조치 제1호를 시작으로 무려 9차례 공포했다.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신군부(전두환 정권)의 주도로 1980년 10월 27일 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되었다.(클릭하시면 9차에 걸쳐 발표한 박정희의 긴급조치권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희가 저지른 죄>

박정희는 4·19혁명을 무너뜨린 5·16군사반란의 수괴다. 형법 제87조(내란)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하고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했다. 내란의 수괴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박정희는 그가 지은 죄가 두려웠던지 5·16 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 1월 20일에 군형법 제 5조에 ‘반란의 수괴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관리들이 행사하는 권력은 국민이 주권자를 위해 행사하라고 위임한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권력의 행사는 폭력이다. 이승만이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한 것도 박근혜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다 쫓겨난 것도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해 주권자가 해고시킨 것이다.

평가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백번 양보해 박정희가 ‘철강산업, 발전산업, 조선산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방위산업’을 일궈놓은 위업을 달성했다고 치더라도 4·19헌법을 무너뜨린 내란의 수괴에 해당하는 범법자다.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 운운하며 박정희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가 계엄령, 위수령, 국가비상사태, 휴교령 등 반민주적, 반헌법적 행위를 수없이 자행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유신헌법의 위헌성>

10월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 효력을 정지하고 국회 해산과 같은 ‘초헌법적 긴급조치, 삼권분립 부정, ‘헌정질서’를 파괴한 유신헌법이다. 박정희는 1972년 12월 27일부터 시행한 유신헌법에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3분의 1과 모든 법관을 임명하고, 긴급조치권 및 국회해산권을 가지며, 임기 6년에 횟수의 제한 없이 연임할 수 있고 대통령을 관제기구나 다름없는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선제로 선출한 유신 체제는 행정·입법·사법의 3권을 모두 쥔 종신 대통령이 됐다. 말이 좋아 대통령이지 박정희는 대한민국을 대한제국으로 만든 임금이었다.

박정희는 긴급조치권으로 장준하와 백기완, 김경락 목사 등 수많은 민주인사를 구속하고, 반공이라는 카드로 정적인 김대중 납치 살해를 지시하고, 장준하 선생도 의문사 당한다.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서울대 최종길 교수를 중앙정보부 직원이 퇴근길에 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했다. 민청학련 조정 혐의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날조해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고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하던 가발업체 YH무역 노동자 김경숙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박정희는 “1972년 10월 17일 19시를 기하여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 및 정치 활동의 중지 등 현행 헌법의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시킨다. 일부 효력이 정지된 헌법조항의 기능은 비상국무회의에 의하여 수행되며, 비상국무회의 기능은 현행 헌법의 국무회의가 수행한다.”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은 누가 준 권력인가? 후안무치하게도 이런 초헌법적, 반민주적인 유신헌법 체제를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선전하였다.

 

<죽어 현충원에 묻힌 애국자들>

“신은 죽었다”며 신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니체는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라는 글에서 풍수 지리설을 언급했지만 주권자 위에 군림한 군주 노릇을 하던 박정희는 죽어 당시 유명한 지관(地官) 지창룡(1922~1999)이 터를 고르고 수맥을 막기 위해 토목공사를 해 서울 현충원 정문에서 직선 방향으로 맨 안쪽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박정희 묘소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순수매장한 무덤 규모 기준 가장 규모가 큰 무덤으로 1000평이 넘는 규모다.

 

<꼭 읽어야할 김재규의 최후 진술문>

“최후 진술의 기회를 주어 감사합니다. 목이 잠겨서 말이 안 나오나 끝까지 말하겠습니다. 금번 본인은 내란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민주당 정권은 5.16 군사혁명에 의하여 밀려났습니다. 10월유신은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했습니다.... 10·26 혁명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회복 △국민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고 △적화 방지 △국제 사회에서 독재 국가라고 손상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인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김재규의 진술문 중 일부다.(클릭하시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했는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은 당선되기 바쁘게 박정희 묘소를 참배 후 ‘숭고한 업적’이니 ‘굳건한 민주국가, 번영..’어쩌고 하며 방명록에 남겼다. 도로교통법만 어겨도 벌금을 받거나 운전면허가 취소되는데 혁명정부를 짓밟고 법의 법인 헌법을 그것도 3번이나 어긴 유신 대통령은 죽어서 호사를 누리는 나라에 법과 정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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