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위원회 정론] 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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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원회 정론] 싸우는 사람들
  •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 승인 2023.11.0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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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1. 31년

2. 신음하는 우리 땅

3. 미국의 한반도 집착

4. 싸우는 사람들

5. 새로운 시대

1. 31년

1992년 10월 28일 주한미군 범죄 중 가장 잔혹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윤금이 씨 살해 사건’이 있었습니다. 윤금이 씨는 미군의 필요에 따라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미군 위안부’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마치 노예와도 같은 처참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날 윤금이 씨는 미군 병사 케네스 마클에게 콜라병으로 맞아 앞 얼굴이 함몰되어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렀고, 그의 시신은 처참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땅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한미 관계가 불평등하기 때문입니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이 땅에 들어온 미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점차 한국을 자국의 패권 전략을 실현해 갈 발판으로 변모시켜나갔습니다. 해방 정국에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도 미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미국은 친일파를 등용해 친미파로 변모시켜 자국의 패권 전략 실현에 활용했습니다. 미군정이 끝난 직후인 1949년 반민특위가 해산되었는데, 이는 미국의 비호·방조가 없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학살과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며 배를 불려온 미 제국주의에 있어 한국의 주권, 한국인의 인권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미군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습니다.

윤금이 씨 살해 사건이 있었던 1992년으로부터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남을 31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민이 미국 패권 전략의 희생양이 되어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 신음하는 우리 땅

지금 이 땅은 완전히 미국의 군사기지, 전쟁 기지로 변하였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60여 개(2022년 2월 현재 추정치. 자료 출처 :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미군기지가 흩어져 있으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전쟁 수행을 위한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습니다. 미군기지가 있는 곳에서는 인근 주민들의 신음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평택에는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들어서 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 전략 수행을 위한 핵심 근거지입니다. 이 기지는 평택 주민들을 쫓아내고 논밭을 밀어낸 땅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지역의 도로와 철도가 미군 편의를 위해 계획되고 들어섰습니다. 미군은 세금 한 푼 안 내고 기지 안의 각종 위락시설을 이용하며 한국이 부담한 주둔 지원금(방위비 분담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은 전투기 소음, 토양 오염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북한, 중국을 향해 언제든 출격이 가능하도록 비행기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기지의 활주로를 무료로 사용하는데, 오히려 한국 민항기 업체가 미군에 활주로 사용료를 내야 하는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역에는 민간인의 항공 추가 수요가 없음에도 오로지 미군을 위해 신공항 건설이 추진 중입니다. 신공항 건설을 위해 새만금 땅과 하제 마을이 짓밟히고 있습니다. 수시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 때문에 소음 피해가 심각합니다.

경북 칠곡의 ‘캠프 캐롤’은 미군이 평택과 군산 등에 전쟁물자를 보급하는 병참 기지입니다. 부산으로 미군 물자가 들어오고 여기에서 각 지역으로 분배합니다. 주한 물자지원사령부가 있고 6병기대대에서는 모든 미군 탄약을 보관하고 관리합니다. 여기에 한국군 장비가 쓰입니다. 무엇이 드나들고 무엇을 보관하는지 모르겠으나 기지의 식수가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지에서 배출되는 하수가 1,100만 영남 지역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킬 우려가 큽니다.

경북 성주 소성리에는 사드 기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건설한 기지입니다. 사드 레이더가 뿜어내는 전자파는 주민 건강과 생명을 갉아 먹고 있습니다. 기지 운영을 정상화한다느니, 사드-패트리어트 통합 체계를 구축한다느니 하면서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수시로 장비를 반입하는 탓에 주민들의 정신·육체적 건강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의 미군기지는 주민 피해를 담보로 건설되었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미 반환된 기지들도 오염 문제가 무척 심각해 천문학적인 정화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군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3. 미국의 한반도 집착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 중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땅이 언제 전쟁의 참화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에도 한반도 전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땅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거점으로, 주한미군을 첨병으로 하여 자기의 패권 정책, 전쟁 정책을 실현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현 정세는 무척 심각합니다. 미국의 처지를 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나고 우크라이나에서도 패색이 짙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상황을 살펴보면 조만간 중동에서마저 밀려나게 생겼습니다.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동북아에서도 밀려나면 미 제국주의는 그야말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북아는 미 제국주의의 최후 지탱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도 대북 적대시 노선을 견지하며 한반도 전쟁을 획책하는 것입니다. 대만 전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힘이 모자란 미국은 동북아 전쟁 정책의 실현을 위해 윤석열을 돌격대로 내세우며 일본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집권 이후 한미연합훈련이 급속히 강화되고, 정세 긴장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10월에만도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 ‘사일런트 샤크’(10월 6일부터 22일까지), 한·미 연합 EHCT(위험성 폭발물 제거팀) 훈련(10월 26일), 한미 연합 대규모 공중훈련 ‘비질런트 디펜스’(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등이 연달아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입니다.

일본이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비 증강’을 선언하고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빠르게 속도를 내는 것도 대단히 주목되는 현상입니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 토마호크 미사일의 조기 도입을 합의한 데 이어 자국산 장사정 미사일의 조기 배치도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유사시 자위대가 사용하기 위해 난세이 제도 등지에 공항·항만 33곳을 확충할 방침입니다.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한 것이 바로 미국입니다.

동시에 한·미·일 군사협력 또한 빠르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초 한·미·일은 연합해상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22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합공중훈련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이것이 아시아판 나토인 ‘한·미·일 전쟁 동맹’의 실체입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약해질수록 한반도에서의 전쟁 책동은 강화될 것입니다.

4. 싸우는 사람들

우리 국민은 이런 현실을 그냥 지켜보며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에 대응해 주민들이 나서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땅의 민중들은 자주·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군과의 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은 아마도 경북 성주 소성리일 것입니다. 성주에서는 ‘사드 철회 성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투쟁하고 있습니다. 성주 주민들은 처음에는 자기 동네 인근에 사드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많은 성주 주민들이 정신·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연을 듣고 있자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대위도’ 싸움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미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대책위’,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진해 미군세균부대 추방 경남운동본부’, ‘평택평화시민행동’ 등 각지에 미군기지로 인해 벌어지는 주권 침해에 대응해 싸우는 기구들이 나오고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지난 9월 21일 좌담회를 열고 전국 미군기지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는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에서 마련하였습니다.

2022년, 2023년 봄 ‘자주평화원정단’이 활동하며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 등을 폭로하고 전쟁 반대·평화수호 활동을 펼쳤습니다. 매해 여름이면 통일선봉대·통일대행진단이 활동하며 미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고 자주·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벌입니다.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때면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많은 단체가 훈련 반대 투쟁을 진행합니다. 그 외에도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 땅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합니다. 민족위도 매주 월요일 평화의 촛불을 듭니다.

지난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며 용산미군기지 안 한미연합사에 항의 방문한 대학생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 땅은 우리 땅’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선을 넘어야 내가 그렇게 바라던 평화와 통일이 오겠다고 생각해서 결심하게 됐다. 혼자 가라고 했으면 정말 못 갔을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못 할 것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껏 미군이 이 땅에서 벌인 전쟁 범죄의 피해자들, 유가족들의 억울함과 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땅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많은 이들이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지금 광장에서 타오르는 윤석열 퇴진 촛불을 살펴봐도 우리 국민의 자주·평화·통일 지향을 알 수 있습니다. 촛불국민들은 ‘퇴진이 평화다!’ 구호를 소리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불러오는 한·미·일 전쟁 동맹에 반대합니다. ‘자주독립’ 네 글자를 너무 사랑합니다. 이렇듯 윤석열 퇴진 촛불도 결국에는 이 땅의 자주·평화·통일과 잇닿아 있습니다.

 

5. 새로운 시대

한 진보 유튜버가 경북 칠곡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롤’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땅이 마치 미국의 도화지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리는 대북, 대중국 적대정책과 아시아 패권 유지라는 큰 그림에서 우리 국민은 지우개로 지워져 있었습니다.”,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시대를 우리 손으로 그려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한반도라는 도화지에 전쟁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미군기지들을 잔뜩 건설하고, 수없이 많은 그리고 위험한 전쟁물자를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반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들의 안중에 없습니다. 이는 2017년 전쟁 위기가 한창일 때 “전쟁이 나도 거기(한반도)에서 나고, 사람이 죽어도 거기에서 죽는다”라고 한 트럼프의 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런 현실은 국민주권이 한창 꽃펴 나는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무너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지금입니다.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 패권 질서를 무너뜨리며 자주와 민주로 나아가고 있는데, 오직 윤석열만 그 반대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과 맞서 범국민 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온 우리 국민은 이런 현실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땅은 우리 땅입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미국도 윤석열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주인입니다. 우리 촛불국민은 미국과 일본에 무조건 굴종하며 모든 것을 내주고 망국으로 나라를 이끄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자주와 평화, 통일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우리 촛불국민의 투쟁으로 이미 새 시대는 열리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힘차게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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