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나라의 주인이 언제까지 독재권력의 피에로 역할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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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나라의 주인이 언제까지 독재권력의 피에로 역할을 해야 하나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0.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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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는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교육은 누구의 손아귀에 쥐어졌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결정되는 무기다.".라고 했다. 독재자들이 서민들의 비판의식을 소거(掃去)하기 위해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캄보디아 사회주의 정권의 폴 포트는 영어를 배운 사람,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 해외유학을 다녀온 사람, 공무원, 교수, 교사 등의 지식인들과 심지어 안경 착용자, 손에 굳은살이 박히지 않은 사람, 피부가 햇볕에 타지 않고 하얀 사람들까지도 집단학살한 킬링필드로 잘 알려져있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으로 반지성주의를 보여줬으며, 특히 문화대혁명에서 홍위병을 동원해 자본주의 지식인 계급을 탄압하였다. 그 전 중국에선 진시황의 분서갱유도 있었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반공’과 ‘국가보안법’이라는 카드로 저항세력을 제거하고 장기집권을 정당화했다. 12·12 군사 반란, 5·17 쿠데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집권한 전두환은 국민의 관심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쪽으로 돌려서 반정부적인 움직임이나 정치·사회적 이슈 제기를 무력화시기 위한 3S 정책을 도입한다

 

<전두환의 3S 정책>

1988년 하계 올림픽, 1981년과 1986년에는 아시안게임을 서울에 유치시키고 1982년에는 프로야구가, 1983년에는 프로 씨름과 농구대잔치, 1984년에는 한국배구 슈퍼리그가 주권자들의 눈을 감긴 스포츠 정책이다. 온 국민을 축구(畜狗)로 만든 축구(蹴球) 월드컵대회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응원하도록 국민을 축구(畜狗)로 만든 축구(蹴球)도 전두환의 우민화정책의 성과물이다.

1982년에는 37년만에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시켜 성매매 업소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포르노 테이프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도 하고 에로 영화가 대거 제작되기도 했다. 도색영화 범람의 물꼬를 튼 것은 그 유명한 애마부인(1982년 2월)으로, 1982년 극장개봉작 56편 중 무려 35편이 에로 영화도 이 때부터였고 ”드라마 보는 재미로 산다“는 주부들을 만든 안방극장도 1974년부터 컬러 TV가 등장한 이때부터였다.

 

<학교가 가르치지 않은 몇 가지>

학교가 반드시 가르쳐야할 공부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 첫째는 현대사요 둘째는 헌법이요, 셋째는 철학이다. 가르쳐 주는 것만 배우라는 교육이 ‘국정교과서제’다. 교과서만 열심히 암기해 일등을 하면 일류대학에 진학에 그들이 꿈꾸는 의사, 판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국회의원도 정부 고위직에서 호사를 누리를 수 있다. 교과서만 열심히 외우면 모두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모른다면 주인행세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헌법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의 이면에는 독재정권과 자본이 필요한 인간을 길러내어 주기를 바라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또 하나 학교는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을까? 학교 교육이란 지식을 암기하기 위해서인가, 선악시비를 가릴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인가? 지혜란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학교는 세상을 보는 안목, 지혜의 학문인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국정교과서만 암시 시킬까? 철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지뢰밭과 같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정당성이 없는 정부는 자신이 한 일이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라의 주인인 주권자들이 시비를 가리고 사리분별을 잘 한다면 권력을 남용할 수 있겠는가? 우민화정책(愚民化 政策)이란 “정권이 국민들을 우민으로 유도해,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국제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게 해서 쉽게 지배하는 정책”을 뜻한다.

우민화 정책이 성공하면 이에 따라 당연히 프로파간다가 따라붙고, 국민들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된다. 독재 장권 또는 부패 정권은 유흥문화의 육성을 통하여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 지식인과 엘리트를 탄압하거나 학살하는 반지성주의, 철저한 언론통제를 통한 정보의 차단, 교육의 의도적인 하향평준화, 국민들 간의 갈등유발, 역사왜곡 등을 통해 이뤄진다.

 

<우민화정책의 역사>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제가 조선인에게 조선교육령으로 우민화정책을 시행했다. 일제는 경성제국대학만을 고등교육 기관으로 두어 사실상 조선인들에게 고등교육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1910년대 헌병경찰통치기와 1920년 이후의 문화통치기, 1930년대 이후와 전 식민통치 기간에 걸쳐 조선인들을 향한 일제의 우민화 정책은 교육 분야에서 극심했다.

일제강점기 후기에는 병참기지화 정책의 일환으로 안 그래도 학력이 떨어지는 조선인 학생들에게 군사교육을 시키고 징병으로 학생들을 중국 전선과 태평양 방면으로 끌고 가 총알받이로 삼았다. 정부수립 이후, 전두환 정부 시절에 자유화 정책에 대해 3S정책(Sex, Sport, Screen)이라 비판하며 이를 우민화 정책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당시 국풍81, 프로야구, 프로축구, 올림픽 유치, 컬러TV 방송, 성인 영화 극장 상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교복 자율화 등의 조치도 있었다. 실제로 올림픽 유치 등의 3S 정책을 통해 전두환 정권은 독재정치를 시민들로부터 눈을 돌리려고 하였다. 이 때문에 운동권 계층에서는 ‘우민화 정책을 통한 서구 퇴폐 문화의 유입’을 우려하면서 좌익 내셔널리즘 사상이 싹트는데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스포츠, 대중 문화의 육성은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를 우민화 정책이라 격하하는 것은 그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문화 산업 및 스포츠 산업이 육성되면서 소득수준 향상에 걸맞게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 정책이라는 것이다.

사관(史觀)없는 역사를 가르치는 사맹교육(史盲敎育), 나라의 주인인 주권자에게 자신이 주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모르게 눈을 감기는 헌맹교육(憲盲敎育), 선악시비를 가릴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길러지 못하게 하는 철맹교육(哲盲敎育)은 우민화교육이다. 이승만 박정희가 ‘반공’이니 ‘국가보안법’이 왜 필요했을까? 학살자 전두환이 3S 정책을 도입해 광주시민을 학살한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 3S정책이다. 대한민국 주권자는 언제까지 권력의 피에로 역할을 하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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