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전쟁] ②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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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전쟁] ②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10.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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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

▲ 10월 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공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샤티 난민캠프를 폭파했다. [출처: 2023.10.9. 엑스(옛 트위터)]
▲ 10월 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공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샤티 난민캠프를 폭파했다. [출처: 2023.10.9. 엑스(옛 트위터)]

우리 국민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 관해 대체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이 이스라엘 마을을 갑작스럽게 침략, 테러해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아기’ 40명이 죽었다는 10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CNN 발 뉴스에 국내에서는 하마스를 극단주의 테러 세력으로 비난하는 반응이 상당했다. 이 뉴스는 하루 만에 가짜뉴스로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하마스는 언제라도 이스라엘에 테러할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이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하마스를 응징해야 한다는 게 국내 여론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인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분위기를 보면 우리 국민은 이스라엘의 어린이나 연인이 전쟁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분노하며 안타깝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다. 극단적으로 ‘하마스가 먼저 이스라엘을 공격한 거니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은 건 하마스의 책임이고 어쩔 수 없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10월 9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를 포위해) 전기와 식자재, 연료를 차단하겠다”라면서 “우리는 사람 이외의 동물과 싸우고 있다”라고 해 논란을 불렀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동물로 비하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 국민도 갈란트 장관이 그랬듯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동물”로 여겨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똑같이 소중한데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같은 잣대로 바라보지 않은 것이다.

 

2. 70여 년 만에 첫 ‘반격’한 하마스

이번 전쟁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침공으로 촉발됐다. 그런데 70여 년 동안 팔레스타인을 숱하게 선제공격한 이스라엘과 달리,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전쟁 이전까지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자신을 먼저 공격하면 이스라엘 방향으로 로켓포를 적으면 몇 발, 많게는 수십 발을 발사하며 대응해 왔다. 이런 점에서 5,000발이 넘는 로켓포와 이스라엘에 침투하는 대원들을 동원한 하마스의 이번 전쟁은 사실상 첫 반격으로 볼 수 있다.


1) 공격에 따른 피해

7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이 받은 피해는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수시로 선제공격했고 대량학살, 건물 파괴 등의 전쟁범죄를 벌였다. 무수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었다.

유엔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팔레스타인의 희생자는 5,590명, 이스라엘의 희생자는 251명이다. 팔레스타인이 받은 피해가 이스라엘보다 훨씬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 주민은 적어도 수만~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에는 이스라엘 군경과 민간의 구분도 따로 없었다. 1947년 11월 29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181호에 따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경계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자국 민간인을 팔레스타인 땅으로 옮기며 이른바 ‘이스라엘 정착촌’을 늘려나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국영 일간지 ‘알-하얏트 알-자디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착촌의 민간인이 총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사살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경은 가해자를 비호했고 팔레스타인 경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관점에서 자신들을 쫓아내고 목숨까지 빼앗는 이스라엘 민간인은 ‘침략자 날강도’로 보일 법하다.


2) 인권·경제 피해

8월 1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세계은행이 지난 7월 실시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5,87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결과가 담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은 우울증이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 1년 동안 ‘트라우마가 될 만한 사건’을 겪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비율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35%, 가자지구에서는 65%였다.

이스라엘의 경제 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 주민의 실업률은 13%, 가자지구 주민의 실업률은 무려 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육지와 바다에서 사방팔방 포위하는 장벽까지 세워 주민들을 가뒀다. 육지에서는 가자지구 접경을 따라 총길이 64킬로미터, 높이 6미터에 이르는 장벽이 생겼다. 또 바다에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 법한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건설됐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허락하지 않는 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렸다. 

이런 장벽 설치는 국제법상 불법이며 전쟁범죄, 인권침해 행위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침략 세력은 하마스가 아닌 이스라엘이 맞는 듯하다.


3) 팔레스타인을 없애려는 네타냐후 정권의 등장

2022년 12월 극우 세력과의 연정으로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팔레스타인을 겨눠 ‘인종청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팔레스타인이 받는 생존 위협은 더욱 심해졌다.

예를 들어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이스라엘 치안의 안정을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의 책무”,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추방해야 한다” 등의 과격한 주장을 해왔다.

이대로는 팔레스타인에서 아비규환(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참상)이 계속될 뿐이다. 정규군이 없는 팔레스타인에선 사실상 하마스가 군대 역할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마스는 침략에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신해 이스라엘에 반격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하마스가 침략 세력이라는 식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은 7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고립된 처지였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이 팔레스타인의 영토 회복을 도우려 나섰지만 이스라엘에 밀려 패퇴했다.

이후 팔레스타인 전역은 이스라엘의 강점 아래 있었다.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이스라엘의 침략은 계속됐다. 하마스의 관점에선 어차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할 상황에서 ‘마지막 죽을 각오’를 하고 반격, 결사항전을 준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알리 바라케는 10월 1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대담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에 관해 “(이스라엘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석방하고 알 아크사 사원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며 가자지구 포위망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반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는 다른 하마스 대원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전쟁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 상황을 균형 있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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