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다쳤는데 손목을 치료하면 낫는가
상태바
발목을 다쳤는데 손목을 치료하면 낫는가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0.16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발목을 접질렸는데 손목에 깁스하면 접질린 발목이 낫는가?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고소 남발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촉구한다', '대통령의 이관 약속 실현 방안 마련하라'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9월 16일 집회에 이어 한 달 만이다. 지난 14일 오후 검은 옷을 입은 3만여명의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외친 구호다. 지난달 '교권보호 4법교권보호 4법 개정안(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만'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교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며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를 규정하는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업무 이관과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도 함께 촉구했다.

<아동복지법 개정은 교권보호 해법 아니다>

검은 옷을 입은 3만여 명의 교사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원지위법 등 이른바 '교권 4법'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아동학대 신고의 법적 근거인 아동복지법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도 정답이 아니다. 교육부나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조차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박정희 정권은 심각한 사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8년 중학입시의 무시험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과외와의 전쟁은 실패로 끝났다. 1980년 전두환정권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학졸업정원제와 과외 전면금지를 골자로 한 7.30 교육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과외를 하다 적발되면 학부모와 과외교사를 형사처벌하고 명단까지 공개하겠다며 엄포를 놓았지만 '몰래바이트', '비밀과외'라는 부유층의 비밀 고액과외만 만들어놓은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김영삼 정권은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내걸고 교육을 시장에 맡기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의 시장화정책을 도입했다. ▲ 열린교육체제, ▲ 수요자 중심교육, ▲ 교육의 자율성, ▲ 다양화와 특성화, ▲ 교육정보화라는 구호의 시장화정책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제’라는 이름과는 달리 교내 과외교습을 허용하고 위성방송을 통한 과외 강의를 시도해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했으나 비밀·고액과외만 만들어놓고 끝났다.

김대중정권은 김영삼의 5·31교육개혁의 시장화정책을 이어받아 수준별교육과정, BK21사업, 대입수시제도를 도입했으나 조기교육, 조기유학열풍과 서울대중심의 대학서열화고착, 성적중심의 힉생선발로 학생부담만 가중시켜 놓았다. 노무현정부는 진보의 열망을 안고 출범했지만, 김대중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시장화정책의 틀에서 자율화와 다양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교육 정상화를 하겠다면서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불러들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방과후학교를 만들었으나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았다.

유체이탈화법의 달인 박근혜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증진, 중산층 70% 복원, 지역균형 발전과 대탕평 인사, 집 걱정, 대출 걱정 없는 세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경제민주화.. 반값 등록금,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 걸었지만, 그의 임기 중 단 한 가지 공약도 지켜진게 없다.

노무현 정권은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 법제화 ▲교수회 법제화 ▲사립학교법 개정 ▲점수제 승진제도 개편, 교장보직제 등 임용제도 다양화 ▲OECD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 ▲초·중학교의 실질적 의무 교육화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학벌 타파 대학 서열 완화 ▲고교평준화 지원 확대 ▲교육혁신위원회 구성...을 내걸고 겨육개혁을 추진했지만 교육시장화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대통령의 교육공약은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라는 슬로건 아래 ‘국공립 유치원확대’ ‘온종일 돌봄’, ‘안전한 학교’ ‘사교육비 절감’ ‘고졸희망시대’ ‘맞춤형 학습’ ‘진로 맞춤형 교육-고교학점제’ ‘특권학교 폐지’ ‘대입제도 단순화’ ‘4차산업혁명 대비’ ‘교육 거넌스 개편 추진’... 등이다. 이들 공약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실현된게 있는가?

대한민국의 교육은 1960년대의 교육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똑같은 교실에서 같은 식으로 교사가 지식을 주입식으로 전달한다. 이런 수업을 마치면 학생은 비싼 학원에 가서 같은 방법으로 학원강사의 지식뿐 아니라 시험 예상 문제를 받아 달달 외우면서 시험 잘 치는 기술을 배운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면 입학하기 바쁘게 취업 준비를 시작한다. 그들은 취업에 창의력과 좋은 인성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창의력과 인성을 측정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또 취업이나 진학에 학점과 스펙이 일부 요구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학점관리와 더불어 학원을 통한 스펙 취득에 집중한다. 그러니 아무리 교수나 정책당국이 창의력 개발을 부르짖으며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제공하려 해도 학생들은 수용적으로 받아 외워서 시험을 잘 보려고만 한다.

<교육을 살리는 길은 ‘입시폐지’ 뿐이다>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도 없지만 이들 중 한 사람도 교육을 살린 대통령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가 오진을 했는데 아무리 명약을 처방해도 병이 낫겠는가? 교육도 마찬가지다. 역대 대통령이 주장한 ‘공교육정상화’란 학교를 교육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이 된 학교, 소숫점 아래 몇 자리까지 점수로 사람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두고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바뀌겠는가? 학교를 교육하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입시제도부터 철폐하라. 그 밖에는 교육을 살릴 길이 없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