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교권 확립보다 교육 살리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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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교권 확립보다 교육 살리기가 먼저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08.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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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을 강화하면 무너진 교육이 살아날까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서이초 교사의 자살사건이 엉뚱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서이초교사의 자살사건이 학생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일어난 것이라며 학생인권 폐지가 해결책이라도 되는 둣 몰고 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교원단체들은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광화문에서 4만여 명의 교사들이 교권 강화 집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학생 인권 보장’을 목적으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위기에 처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6개 광역자치단체 중 광주와 제주를 제외한 4개 지역에서는 축소·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 존엄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강제성도 그리 강하지 않아 실제 조사 결과나 사례들을 보면 조례 시행 중인 지역에서도 체벌이나 두발·복장규제, 휴대전화 규제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교사의 자살이 안타깝고 재발은 안 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한해 전인 2009년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학생은 무려 202명이다. 1980년대 초부터 초·중·고등학생들이 입시지옥 때문에 연간 수백 명씩 자살했다. 학생들의 자살 행렬을 막고 입시위주의 무한경쟁 교육과 감옥 같은 학교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도입한게 학생인권조례가 아닌가? 제자들의 목숨을 살리고 참교육을 하겠다고 자기희생을 무릅쓴 교사들의 교육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전교조가 탄생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였다.

<교권보장이 아니라 ‘교육살리기’가 먼저다>

교사들의 애도와 분노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학생 인권을 이유로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방치하는 것은 인권을 이유로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법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자 국민의힘 인사들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진보 교육감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교권은 학교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게 하는 것이고 교권이 확립되지 않으면 다른 학생의 인권도, 학습권도 보장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은 언론에 대고 학생인권조례를 가리켜 ‘종북주사파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반헌법적이고 헌법 유린이라며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인권추진체계를 흔들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민폐를 끼치는 혐오와 차별 세력에 심히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2019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가 불거지면 마치 교권추락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방정을 떨고 있다. 학교폭력이며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이 나타나면 마치 이런 일이 처음이라도 되는 듯 난리를 치다가 언론이 조용해지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다시 잠잠해진다. 교사들이 수업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어제오늘 애긴가? 교사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체감온도가 40도가 넘는 시맨트 바닥에 앉아 교권강화를 한 목소리로 외칠까?

 

<교권 추락의 원인이 무엇인가?>

교권강화를 위한 법을 만들면 교권이 회복되고 초중등교육법이 지향하는 교육목포를 달성할 수 있을까? 교사들의 교권회복을 요구하는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교권만 강화한다고 교육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교육현장이 이 지경이 된 것은 학교가 교육을 팽개치고 입시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이 됐기 때문이다.

교권강화를 위한 법을 만들면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학부모가 교권을 무시하는 현실이 개선될까? 일류학교 진학이 교육 목표가 된 학교를 두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니, 교권 살리기는 서이초 교사에 분노하는 교사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한 물타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교권강화와 제 2의 서이초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학원이 된 학교가 교육하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무너진 교육을 두고 교권강화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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