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우크라이나 방문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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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윤석열 우크라이나 방문이 남긴 것들
  •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3.07.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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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7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로 되어있던 일정을 기습 변경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당장 한국으로 뛰어가도 수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기에” 귀국을 미뤘다고 해명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유럽 각국은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자신이 희생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에 화가 난 상태였다. 

미국이 젤렌스키를 달래고 응원하기 위해 윤 대통령을 급히 우크라이나에 보냈을 수도 있다. 언론에는 우크라이나 출발을 2시간 앞두고 긴급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를 더 큰 규모로 지원

▲지난해 1억 달러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 5천만 달러 지원

▲우크라이나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

▲1억 달러 사업기금을 활용해 재건 사업 신속히 발굴, 추진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설립해 우크라이나 학생 지원

이 밖에도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요청한 200억 달러 재건 프로젝트 ▲민간 주도 사업 320억 달러 등 약 66조 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한국 대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홍보한다. 

즉, 66조 원을 벌기 위해 몇천억 원 정도는 투자할 만하다는 식이다. 아마 정부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인도적으로 도와준다는 명분도 있고 우리 기업들이 돈도 벌고 일석이조 아니냐’고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첫째, 우리 국민이 겪는 고통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우크라이나에는 펑펑 돈을 쓰는 모습이 정상은 아니다. 

다음 달 12일부터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이 교통카드 기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나 오른다.  이미 전기세 폭탄, 난방비 폭탄을 맞았던 서민들은 교통비 폭탄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민은 물가 폭등으로 힘겨워하는데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2.5% 올리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실업자들이 ‘밝은 얼굴’로 실업급여를 받는다며 실업급여를 깎을 방침도 논의하고 있다. 

게다가 한시가 급한 수해 복구를 두고 ‘이권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 복구 예산에 투입’하자는 한가하고 황당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지금 정부는 국민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이 시키는 대로 우크라이나에 퍼주기에만 관심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대통령은 자기 이름을 넣은 장학금을 만드는 등 치적 쌓기에 골몰하고, 대통령 부인은 경호원을 우르르 몰고 다니며 해외 명품 매장을 싹쓸이하고 있으니 망국의 기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우크라이나와 가까워질수록 러시아와 멀어지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모습을 보면 한러 관계는 그냥 포기한 듯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21년을 기준으로 러시아는 한국의 수출액 12위, 수입액 9위의 무시 못 할 무역 상대국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한국 기업이 많은 돈을 벌 것처럼 얘기하지만 러시아에서 많은 이익을 얻던 기업들이 문을 닫는 건 어떡할 것인가.  러시아와는 경제적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북·중·러와 미·일이 대치하는 한복판에 있는 한국 처지에서 균형 외교를 포기하고 러시아와 안보 영역에서 대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가뜩이나 전쟁 위기가 상존하는 한반도 정세를 자극할 수도 있다. 

셋째, 과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정부가 예상하는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될까?

이변이 없는 한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러시아가 동부 지역을 반환해 줄 가능성도 없다. 전쟁으로 젊은 남성 인구가 급격히 줄어 향후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원래도 유럽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나라였지만 전쟁 후에는 세계적인 극빈국, 낙후한 농업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정권이 얼마나 유지될지도 알 수 없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즉, 우크라이나 자체나 젤렌스키 정부에는 특별히 기대할 게 없다. 

그렇다면 외부, 특히 전쟁을 부추기고 지원한 미국과 유럽이 얼마나 재건을 해줄까?  지금 세계 경제가 위기로 가는 상황에서 제 코가 석 자인 미국, 유럽이 패전 국가를 제대로 지원할지는 의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 청사진에서 재건에 필요한 재원의 3분의 2를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존할 예정이며 특히 초기 비용은 대부분 원조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전에도 이미 대외 채무가 열악했기에 국채 발행은 어렵고 무상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 초기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과 유럽이 약속한 재정 지원 642억 유로 가운데 실제 지원액은 절반도 안 되는 310억 유로에 그쳤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리 국민과 국가에 도움은커녕 불안 요소만 던져준 꼴이 됐다. 

끝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대체 장학금 이름에 왜 두 나라 대통령 이름을 넣었는지 의문이다. 

혹시 두 대통령 개인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더 문제 삼지는 않겠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면서 대통령 이름을 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두 대통령은 국민 세금을 자기 돈으로 여기는 것인가? 

퇴임 후에도 두 사람 이름으로 계속 장학금을 줘야 하는가? 먼 훗날 후손들이 훌륭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그 인물의 이름으로 장학금 이름을 짓는 것도 아니고 자기 손으로 자기 이름을 넣은 장학금을 만드는 건 보통 뻔뻔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도 혹시 천공이 시킨 일이라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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