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도둑이 제 발 저린' 윤 정권의 '오염수 일일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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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도둑이 제 발 저린' 윤 정권의 '오염수 일일 브리핑'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3.06.18 23: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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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정책 브리핑  © 서울의소리

우리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자기의 잘못이 드러날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즉 ‘죄를 지은 자가 그것이 폭로될까 두려워하는 나머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그것을 나타내고야 만다는 뜻’이다.

 

친일인명사전 구입 거부한 학교 알고 보니 설립자가 친일파

이 속담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민족문제연구소가 각고의 노력 끝에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해 각 학교에 보급했는데, 모 학교에서 구입을 거부했다. 알고 보니 그 학교 설립자가 친일파였다.

만약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해 도서관에 비치하면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그 학교의 설립자가 사실은 친일파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학교 당국은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했고, 아직도 친일타령이냐며 항의했던 것이다. 이런 걸 바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매일 브리핑한다는 윤석열 정권

그런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가 또 하나 발생했다.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어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자 윤석열 정권이 꼼수를 부렸는데, 그게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현황 일일 브리핑’이다.

15일 실제로 국무총리 국정 조정실과 해양수산부 간부들이 나와 1차 브리핑을 했는데, 그 자료가 모두 도쿄전력이 제공한 것이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하품이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는 브리핑도 안 하더니 일본 대변인 역할은 무척 잘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준 자료가 과학적 사실에 기반?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돼 일일브리핑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리핑 내용은 도쿄전력이 제공해준 것으로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경제 살리기에 헌신해도 모자랄 시간에 국무 조정실과 해양수산부가 나서 일본의 대변인 역할을 하자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도 미간이 찌푸려졌다고 한다.

기자의 질문에 박 국무1차장은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저장탱크 내 오염수의 핵종별 방사능 농도 자료 중에 스트론튬 농도 최대값이 리터당 약 43만3천㏃(베크렐)이 검출되었다. 이는 한국 배출 기준인 리터당 20베크렐에 비하면 약 2만배에 해당하는 수치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실토했다.

하지만 그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수가 그대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고, 일본은 이런 오염수가 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알프스로 정화해 희석 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분석한 게 아니라 일본이 밝힌 것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 발표가 과학적이란 판단은 누가 내린 것일까?

 

오염수의 윗물만 시료로 채취

한편 일본 언론이 도쿄전력이 오염수의 윗물만 시료로 채취해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폭로했는데, 윤석열 정권은 “그 시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확증 모니터링을 위해 채취한 것이 아닌, 목적이 전혀 다른 시료 채취였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해야 할 해명을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도서국(PIF) 과학자 패널들은 일본이 오염수 시료를 채취할 때 탱크 안에 오염수를 휘젓지도 않은 채 맑은 윗물만 떠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자 도쿄전력도 그 점을 실토했다. 눈 감고 아웅하다가 들킨 것이다.

그 분야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휘젓지 않고 윗물만 떴다면 해당 시료는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보다 무거운 핵종이 가라앉아 슬러지를 형성할 경우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일부 언론은 한국과 달리 후쿠시마 부근 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물이나 생선 등을 분석하고 있는데, 우럭에서 세슘이 기준치의 180배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그후 자갈치 시장에 손님이 줄었다는 보도도 있다.

 

한국 국민 83.9% 오염수 방류 반대, 찬성은 11.9%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자 한국일보와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합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 국민 83.8%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했고, 찬성은 11.9%에 그쳤다.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 11.9% 중 일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해도 찬성할 극우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앞으로는 횟집에 잘 가지 않을 것이다. 민족의 생존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나온 결과로 보인다. 반면에 일본 국민 60%가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고, 30%는 반대했다.

한국일보의 여룐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 30대는 94.4%가 반대했는데, 이 세대에 어린 자녀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60세 이상도 73.3%가 반대해 향후 이것이 총선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그게 두려워 윤석열 정권이 ‘오염수 방류 일일 브리핑’을 하고 나섰으나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피해자 소송 봇물 터질 듯

만약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고 한국의 수산업자들(어부, 양식업자)과 그것을 이용해 사는 가공 업체 및 식당이 피해를 입으면 아마 집단 소송이 벌어질 것이다. 

이에 대해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복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횟집에 손님이 줄고 있어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 정서 싸늘, 내년 총선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

윤석열 정권이 일본도 하지 않고 있는 ‘일일브리핑’까지 하며 일본을 대변하자 민심은 더욱 싸늘해졌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내용의 브리핑을 매일 하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인가 싶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파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천일염 사재기 논란이 일었는데, 오염수가 본격적으로 방류되면 일본과 가장 가깝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아 사방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그 민심을 견뎌낼 수 있을까? 총선에서 참패해야 정신 차릴지 모르겠다. 오래 살다 보니 참 별 미친 정권도 다 본다. 김어준의 말마따나 대통령실에 일본 간첩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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