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뭐라든 중국은 친구…‘EU와 IMF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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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뭐라든 중국은 친구…‘EU와 IMF가 달라졌어요’
  • 박명훈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3.04.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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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디커플링(특정 국가를 산업·공급망에서 배제하는 탈동조화), 동맹국 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대표되는 대중국 봉쇄망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미국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과 관계 강화에 분주하다.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빈 방문해 “중국과 관계 강화” 외친 유럽 정상 

▲ 지난 6일 오후 중국·프랑스·EU 정상이 베이징에서 마주했다.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신화통신

먼저 EU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지난 5일부터 7일(중국 현지 시각)까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나란히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EU를 떠받치는 양대 강국이고, 독일 출신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를 대표하는 행정 수반이다. 

중국은 방문 이전부터 중국과 관계 개선, 경제 협력 확대가 목적이라고 밝힌 두 사람을 국빈 대접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 인사들을 두루두루 만났다.

중국은 에어버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프랑스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등 경제계 인사 50여 명과 함께 온 마크롱 대통령에게 선물을 안겼다. 중국과 프랑스 사이에는 20건이 넘는 사업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오늘날 세계가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라며 “중국과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주체적 전통을 가진 대국으로 국제 민주화의 확고한 추진자”라면서 “탈동조화와 (산업·공급)망 단절은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도 “탈동조화와 망 단절에 반대한다”라면서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에 유리한 얘기가 오갔다.

시 주석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면서 “이 문제를 타협하고 양보하기를 바란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며 돌로 자기 발등 찍는 일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꿀 뜻이 없다면서 “우리는 모두 대만해협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는 이 안정과 평화를 보존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 측은 탈동조화와 망 단절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중국 측과 교류 및 대화를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3월 30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와 유럽정책센터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도 “중국과 분리하는 것이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의 이익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라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흑백이 아니고 우리의 대응도 흑백이 될 수 없다. 탈동조화가 아니라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프랑스·EU 정상 간 삼자 회동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도 나왔으나 핵무기 사용 반대, 조속한 평화회담 재개, 시 주석과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대화 추진 등 원론적인 결론에 그쳤다.

그동안 대만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지원하며 대만해협에서 군사행동을 벌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지 말라며 중국을 견제해온 미국으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EU의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깜짝 중국 방문에서 예고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독일 기업이 생산한 민항기 100여 대와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1일에는 중국·스페인 수교 50주년을 맞아 베이징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경제와 안보 분야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중국 방문은 앞으로도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는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중국을 찾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도 조만간 중국을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띄어주고 미국은 비판한 IMF

“매우 다가가기 편안하고 실용적인 사람이다.”

6일(미국 현지 시각)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IMF 춘계 총회를 앞두고 진행한 연설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신임 총리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돈을 빌려준) 개발도상국들의 막대한 채무 분담 문제에 관해 ‘중국이 문제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라며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온 IMF의 태도가 중국에 친밀하게 바뀐 것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중국의 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을 향해서는 상대적으로 날선 비판을 내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등 선진국의 90%에서 높은 금리 영향 등으로 경제활동이 둔화하는 가운데 저소득국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수출이 감소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성장세 둔화는 저소득 국가들이 따라잡기 더 어렵게 만드는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과 인도로 대표되는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 동력은 강하다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 비중에서 중국과 인도가 절반을 차지할 거라고 평가했다.

앞서 IMF가 지난 5일 내용 일부를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봐도 중국에는 관대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IMF의 표현이 눈에 띈다.

보고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이 해외 직접투자(FDI)의 친미·친중 진영(블록)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해외 직접투자가 줄어들어 세계 경제 생산의 2%가 손해를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보고서에서 “미국 진영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교역 단절로 받을 피해 때문에 미국 진영의 전체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EU와 IMF가 나란히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앞으로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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