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30] 무기 경쟁에서 뒤처진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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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30] 무기 경쟁에서 뒤처진 미군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4.0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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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군 하면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군대를 떠올린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미군은 외계인이 쳐들어와도 싸워 이기고 지구를 지키는 천하무적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 가까이 사용해 ‘천조국*’으로도 불리는 미국이니 그 어떤 나라도 대적할 수 없어야 당연할 것 같다. 

*천조국은 원래 조선 시대에 사대부들이 명나라를 하늘로 떠받들던 것을 빗대어 한국이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비꼬려고 사용한 은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국방예산이 한 해 천조 원에 달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군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본토를 대놓고 위협해도 유효한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슬리퍼 신고 다니는 탈레반 부대에 쫓겨 무려 9조 원에 달하는 무기를 두고 야반도주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데도 무기만 지원하고 참전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질서의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력이 실제 얼마나 약해졌는지 파악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군사력을 파악하려면 군인과 무기 수준은 물론 작전 능력, 정치적 안정성과 경제력, 동맹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는 무기에 집중해서 분석한다. 

 

1. 북한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밀린 미국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북한의 군사비 지출액은 최대 110억 달러라고 한다. 이는 607억 달러인 한국의 18%, 7,300억 달러인 미국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만 놓고 보면 북한과 미국의 무기 수준은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현실에서 미국은 북한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최근 세계 유수의 군사 강국들이 앞다퉈 개발에 몰두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사례를 보자. 

극초음속은 보통 음속의 5배, 즉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말한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이 정도 속도로 날아간다. 심지어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마하 5의 속도를 내는 게 있다. 따라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하면 단지 속도만 빠르다고 해당하는 게 아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핵심은 비행 고도다. 탄도미사일의 약점은 높이 올라가다가 상대의 레이더에 일찍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탄도미사일만큼 빠르면서도 저고도로 날아가 레이더에 최대한 늦게 걸리게 하려고 개발한 것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 회색 점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궤적, 파란색은 극초음속 활공체 궤적, 빨간색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궤적이다. 회색 영역은 미사일을 감지하는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나타내는데 탄도미사일에 비해 극초음속 미사일은 훨씬 늦게 레이더에 포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2019 Geopolitica Futures

또 저고도로 날아가니 정찰위성으로 감시해도 배경 산란 때문에 감지가 어렵다. 거기다 방향 조절이 가능해 요격 회피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처럼 극초음속 미사일이 ‘방패’를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창’이다 보니 내로라하는 군사 강국들이 기술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미래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되리라 전망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보통 가장 먼저 개발하는 게 극초음속 활공체(HGV)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일단 미사일에 실려 우주 가까이 날아오른 다음 분리,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며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이때 속도가 마하 5 이상으로 매우 빠르다. 따라서 극초음속 활공체를 개발하려면 공기저항을 이기고 이런 극초음속을 유지하는 기술, 마찰로 인해 표면온도가 2천 도까지 올라가는데 이를 견디는 기술, 활공체 주변에 발생하는 플라스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센서 기술, 극초음속 상태에서 자세와 방향을 제어하는 기술 등 매우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력이 필요하다. (황기영 외,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의 연구개발 동향」, 『한국항공우주학회지』 제48권 제9호, 2020, 732쪽.)

현재 러시아, 중국은 극초음속 활공체를 실전 배치했고 미국은 아직 개발 중이다. 또 한국,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영국도 개발 중이다. 또 여러 나라들이 극초음속 활공체의 다음 단계인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 북한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2021년 9월 28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포-8형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체는 약 450킬로미터 거리를 평균 고도 30킬로미터로 활공하였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중국의 극초음속 활공체 DF-ZF와 유사하게 납작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2022년 1월 5일 북한은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사진을 보면 앞서 발사한 화성포-8형과는 다른 원뿔형 활공체임을 알 수 있다. 즉, 북한은 2종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극초음속 2호’로 부르겠다. 

북한은 이날 시험발사 결과 120킬로미터를 측면 기동하여 700킬로미터를 날아가 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6일 후인 11일 북한은 ‘극초음속 2호’ 2차 발사를 하였다. 

군 당국은 탄두 속도가 마하 10, 고도 60킬로미터 이내 활공, 선회 비행 등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성이 모두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700킬로미터를 날아갔다고 하였다. 

반면 북한은 600킬로미터 밖에서 활공체가 분리되어 활공 재도약과 240킬로미터 선회비행을 거쳐 1천 킬로미터 떨어진 표적을 맞혔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군 당국은 극초음속 2호가 활공 재도약을 할 때쯤 추적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시험을 ‘최종 시험발사’라고 하여 이후 극초음속 2호의 대량 생산과 실전배치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한두 번 더 시험발사를 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배치를 선언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남, 극초음속 부인하자…북, 마하10 보란듯 쐈다」, 중앙일보, 2022.1.12.) 

그런데 일각에서는 2021년 10월 11일 개막한 북한의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극초음속 2호를 비공개로 두 차례나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미 4차례나 시험발사를 했다는 것이고 실전 배치도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예상대로 북한은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2호를 대량 생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 등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반면 미국은 일찍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다르파)과 공군의 팰컨(Falcon) 프로그램, 육군사령부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개발, 육·해군 공동 개발하는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 공군의 ‘극초음속 타격 무기(HCSW)’와 ‘공중 발사 신속 대응 무기(ARRW)’ 등 여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시도를 하였다. 

팰컨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HTV-2는 납작한 세모꼴 활공체로 2010년 4월 22일과 2011년 8월 10일 두 차례의 비행 시험 모두 실패하였다. 비슷한 형태의 활공체인 AHW는 2011년 11월 17일 첫 비행 시험에서 3,700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2014년 8월 25일 두 번째 비행 시험에서 발사 직후 비행 제어에 실패해 자폭시켜버렸다. 

원뿔형 활공체인 C-HGB는 2021년 10월 첫 실험에 나섰으나 추진체 오작동으로 아예 점검도 못 했고 2022년 6월 실험에는 중간에 이상이 생겨 실험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올해(2023년) 실전 배치하려는 목표를 2024년으로 미뤄야 했다. 

HCSW는 예산 문제로 중간에 중단하였고 ARRW는 2021년 3차례 시험 비행에 실패한 끝에 2022년 12월 9일에야 ARRW 최종 시제품 발사에 성공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2022년 1월에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 시험을 끝내고 대량 생산에 들어간 반면 미국은 2022년 12월에야 처음으로 시험에 성공하였다. 시험을 반복해 안정성, 신뢰성을 확보한 뒤 대량 생산을 해서 실전 배치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미국이 북한에 밀렸다. 

극초음속 미사일 말고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미국은 개발을 중도 포기했으나 북한은 오래전에 완성하였다. 또 북한은 미국에 없는 저수지 발사 탄도미사일이나 철도 이동식 탄도미사일 같은 무기도 개발하였다. 이런 무기들은 다양한 전술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북한이 몇 가지 첨단무기 개발에서 미국을 앞질렀다고 해서 전체 군사력까지 앞선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여전히 미국은 전반 무기 분야에서 훨씬 다양하고 성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 무기 비축량도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 과학기술 강국만이 개발할 수 있다던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 분야에서 북한이 앞선 현실은 미국의 첨단 무기 개발 분야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인류의 전쟁 역사를 보면 한두 가지 첨단 무기가 승패를 가르거나 전황을 뒤바꾸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1680년 패권국 이집트를 무너뜨린 힉소스인의 ‘전차’, 임진왜란 때 활약한 ‘신기전기화차’와 ‘거북선’, 1898년 500명의 영국군이 1만 4천 명의 수단 무장세력을 단 40분 만에 제압하게 만든 ‘기관총’, 1차 세계대전 한복판에 등장한 영국군의 신무기 ‘MK-1 전차’ 등 신무기가 전쟁에서 결정적 변수가 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 러시아, 중국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밀린 미국


1) 러시아의 ‘슈퍼 무기’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러시아 군사력은 소련 시절에 비해 40% 이상 무너졌다고 한다. 무기는 낡았고 군대는 비참한 수준이었다. 돈이 필요해 다른 나라에 무기를 헐값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당시 한국도 러시아 무기를 빚 대신 받을 정도였다. 소련이라는 견제 국가가 사라지자 미국은 2002년 군비 경쟁 방지 장치였던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ABM 조약)’을 깨버렸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미국의 군비 증강에 대응해 첨단 무기를 개발해야만 하였다. 

2018년 3월 1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개발 중이거나 실전 배치를 완료한 ‘슈퍼 무기’들을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군비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은 미국이 옛 소련과 체결한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푸틴 대통령이 소개한 무기가 모두 개발된다면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르마트’

사르마트(RS-28 Sarmat)는 고정 발사대에서 발사하는 세계 최대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사거리 1만 8천 킬로미터에 5톤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750킬로톤 핵탄두 10개부터 전술 핵탄두 24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사르마트 1발로 프랑스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사르마트의 시험 발사에 성공해 본격적인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하였으며 2020년 실전 배치가 끝났다. 

발사대로 이동 중인 사르마트.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발사대로 이동 중인 사르마트.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군사 전문가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9M730 Burevestnik)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무제한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비행경로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무기다.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이 “원자로를 장착한 전략 핵미사일”이라고 하였으며 2017년 말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960년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려다 중단하였다. 이 미사일의 기본 원리는 핵연료봉으로 공기를 뜨겁게 달궈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것으로 제트 엔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방사능 오염 문제를 풀 수 없었고 결국 미국과 소련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였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을 설명하면서 미사일 내에 소형 원자로가 있어서 전기를 이용해 날아가는 것처럼 설명하였다. 현재 과학기술에는 미사일처럼 무겁고 빠른 비행체에 적합한 전기 추진 기술은 없다. 푸틴 대통령이 기술적으로 부정확한 표현을 한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지의 추진 기술을 개발했는지 알 수 없다. 

러시아 핵무기 전문가인 파벨 포드비히는 “그동안 의구심을 가져왔지만, 유튜브를 통해 연설과 동영상을 보면서 푸틴의 말이 맞는다고 판단한다”라고 하였으며 미 랜드연구소의 에드워드 가이스트 연구원도 “큰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과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푸틴이 공개한 러시아의 차세대 ‘슈퍼 무기’ 5종」, 연합뉴스, 2018.3.2.)

부레베스트니크 발사 장면.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부레베스트니크 발사 장면.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인류 역사상 가장 폭발력이 강한 무기 ‘포세이돈’

대륙간 핵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은 핵탄두를 탑재한 채 심해에서 잠수함이나 어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실상 무제한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무기다. 주로 해안 도시나 군항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전문가 잭 캐러벌은 “핵탄두를 탑재한 이 수중 드론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선 러시아의 공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군사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서방의 해군 시설물들이나 해안 도시들에 가공할만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핵탄두의 위력은 더욱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앞의 기사)

포세이돈은 개발 과정에서 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는데 그 위력에 많은 전문가가 충격에 빠질 정도였다. 2015년 11월 러시아 방송에 노출된 ‘해양 다목적 시스템 스타투스 6’이라는 개발명의 어뢰 정보를 보면 사거리는 1만 킬로미터, 위력은 100메가톤이었다. 100메가톤이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이었던 차르 봄바의 2배 가까이 된다. 충격을 받은 미국은 이 어뢰가 해안 도시인 뉴욕시에서 폭발할 경우를 모의 시험해보았는데 무려 8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왔다. (「푸틴이 전격 공개한 수퍼무기 6종의 실체」, 주간조선, 2018.3.16.)

2018년 공개할 때는 폭발력이 수십 메가톤으로 줄었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의 폭발력이 1.2메가톤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너무 큰 폭발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올해 1월 16일(현지 시각) 포세이돈의 첫 번째 생산을 마쳤으며 핵잠수함 벨고로드에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잠수함에는 8대의 포세이돈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포세이돈(컴퓨터 그래픽).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포세이돈(컴퓨터 그래픽).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2017년 12월 실전 배치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제 사용된 킨잘(Kh-47M2 Khinzal)은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개조해 공대지 미사일로 만든 것이다. 

사거리가 3천 킬로미터가 넘고 속도는 마하 10 이상이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 유사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고정밀 극초음속 항공-로켓 복합체”라며 대함 미사일로 사용될 정도로 정밀하다고 소개하였다. 

목표물에 수직 낙하하는 킨잘.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목표물에 수직 낙하하는 킨잘.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극초음속 활공체 ‘아방가르드’

푸틴 대통령은 아방가르드(Avangard)를 “운석이나 불덩이처럼 표적을 향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을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 불렀으나 엄밀히 말하면 다른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탄두에 실려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라고 해야 한다. 

러시아는 여러 다른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아방가르드를 실어 시험 발사하였다. 아방가르드는 최대 마하 27의 속도로 날아가며 여기에는 수백~2천 킬로톤의 핵폭탄이 실린다. 2018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2019년 실전 배치되었다. 

아방가르드.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아방가르드.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이 밖에도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해 마하 7~8로 날아가는 세계 최초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3M22 Tsircon), 드론을 격추하고 인공위성을 무력화하는 레이저 무기 페레스베트(Peresvet) 등도 모두 실전 배치되었다. 

치르콘. [출처: KATEHON]
치르콘. [출처: KATEHON]
페레스베트.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페레스베트.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미국과 비교

미 의회 연구원(CRS)은 2021년 7월 9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현황: 배경과 의회에 대한 이슈」에서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200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비교 시 뒤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극초음속 미사일뿐 아니라 여러 첨단무기 개발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무기들은 모두 미국이 개발에 실패했거나 개발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들이다. 

같은 기간 미국이 개발한 무기 가운데 러시아보다 더 우수한 무기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최신 무기는 F-35 스텔스 전투기, 무인기(드론), 사드 정도다. 

그런데 F-35는 첨단 무기가 아니다. F-35는 미국이 2015년 처음으로 실전 배치한 신형 전투기이지만 F-22의 저가형 수출용 모델로 개발된 무기로 성능은 더 떨어진다. 러시아는 F-22의 대항마로 Su-57을 개발했으며 F-35의 대항마로 Su-75를 개발 중이다. 이들은 미국 전투기에 비해 성능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한데 가격은 절반도 안 된다. 

Su-57(왼쪽)과 Su-75. [출처: the Drive]
Su-57(왼쪽)과 Su-75. [출처: the Drive]

미국의 무인기는 정찰과 테러에 주로 쓰이는데 적의 요인 1명을 제거하는 데 100명이 넘는 민간인을 오폭으로 죽이는 학살 무기다. 게다가 미국이 극비리에 운용하던 스텔스 무인기 RQ-170 센티널, 이른바 ‘칸다하르의 괴수’가 이란의 전파 조작으로 나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도 다양한 무인기를 운용하는데 무인기 분야가 워낙 공개된 정보가 적어 어느 나라 기술이 더 우월한지는 판별하기 어렵다. 

사드 같은 요격미사일은 러시아의 기술이 더 우월하다는 주장이 많기에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미 해군이 사용하는 150킬로와트급 레이저 무기, 육군이 사용하는 50킬로와트급 레이저 무기도 최신 무기라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가 지상에서 운용하는 페레스베트에 비해 우월한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러시아에 비해 미국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였던 레일건은 16년의 노력 끝에 2021년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이처럼 미러 사이의 첨단무기 개발 경쟁은 미국이 ABM 조약을 파기하면서 불을 붙였지만 정작 20여 년이 지난 지금 평가해보면 미국이 아닌 러시아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2) 중국

중국산 저가 제품에 익숙한 한국에서는 중국 무기를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무기를 상당히 경계한다. 한미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대체로 중국 무기는 미국 무기에 비해 기술력에서 크게 뒤처지지는 않지만,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무기량에서는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결국 전쟁을 하면 중국이 유리하다고 한다. 

2022년 11월 미 국방부의 「2022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전함 수에서 2020년쯤 미 해군을 앞질렀다고 한다. 미군은 자국 전함의 기술 수준이 더 높다고 평가하지만 샘 탕그레디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거의 버금가는 군사 기술력을 가졌고 인공지능의 군사적 응용에서 선두 주자“라고 평가했다. 또한 “육전과 해전은 다르다”라며 해전은 수적으로 우세한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Sam J. Tangredi, 「Bigger Fleets Win(전함이 많은 쪽이 이긴다)」, 『Proceedings』 2023년 1월호, 미 해군연구소, 2023.)

탕그레디 교수의 글. "우수하지만 더 작은 함대를 갖는 것은 해전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다. 배를 가장 많이 가진 쪽이 거의 항상 승리한다." [출처: Proceedings 캡처]
탕그레디 교수의 글. "우수하지만 더 작은 함대를 갖는 것은 해전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다. 배를 가장 많이 가진 쪽이 거의 항상 승리한다." [출처: Proceedings 캡처]

앤드루 에릭슨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도 2021년 내놓은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군은 자국 조선업에서 공급받는 물량에 더해 점점 더 정교하고 성능 좋은 전투함을 건조하고 있다”라며 최신형 구축함 기술 등은 이미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中 자체기술 핵항모 만든다…미·중 군사경쟁 ‘게임체인저’되나」, 매일경제, 2021.3.14.)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22년 자신의 글 「아태지역에서 미중의 군사력 비교와 시사점: 대만해협 위기 시나리오를 중심으로」(『INSS 전략보고』 2022년 7월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대만 전쟁 발발 시 미국과 중국이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이 양에서 중국이 월등히 앞선다고 분석했다. 

■ 항공기: (미국)507대 / (중국)1,166대
■ 수상함: (미국)65척 / (중국)152척
■ 잠수함: (미국)38척 / (중국)49척

또한 공중우세 능력과 미사일 부문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며, 우주전 능력은 대등하다고 보았다. 

니컬러스 체일런 전 미 국방부 소프트웨어 최고 담당관은 2021년 10월 10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미 정부기관들의 사이버 방어 능력이 “유치원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내 생각에는 이미 끝났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미 국방부와 공군에서 사이버전 능력 개선 작업을 지휘하다 미군의 기술 진보가 터무니없이 느리다고 비판하며 인터뷰 일주일 전 사임했다. (「미 국방부 사이버보안 책임자 사임…"중국과 AI전쟁 이미 패배"」, 연합뉴스, 2021.10.11.)

향후 전쟁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손꼽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 2018년 3월 2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한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은 “우리는 중국,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을 어떤 방어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증언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군사력 현대화와 첨단전력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성훈, 앞의 글, 23쪽.) 그러나 압도적 기술 격차가 아닌 이상 비슷한 첨단 전력을 가지고 양적으로 압도하는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중국이 기술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질적 우위를 고수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인공지능,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 등 일부 분야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는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패배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2018년 11월 14일 미 의회 산하 국방전략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는 중국이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할 때 미중 전쟁이 날 경우, 미군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고, 심한 경우 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국과 전쟁시 패배할 수도...이유는?」, 머니투데이, 2018.11.15.)

2021년 3월 27일 미국 NBC 방송은 미국 랜드연구소에서 국방부 모의 전쟁을 지원하는 데이비드 오크매넥 선임연구원을 인터뷰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미국이 자주 패배”했다고 보도했다. 오크매넥 선임연구원은 “대만 공군은 몇 분 만에 전멸하고 태평양 지역의 미국 공군 기지들이 공격받으며, 미국의 전함과 전투기는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에 의해 저지된다”라며 미국이 총력으로 대응해도 방어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美전함, 中미사일에 밀린다···대만해협 워게임서 미군 패배”」, 중앙일보, 2021.3.28.)

2023년 2월 27일 로스 배비지 미 전략예산센터 객원선임연구원은 대만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불리하다며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약점을 보완하고 억지력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미국은 도발을 피하고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였다. (「A war with China would be unlike anything Americans faced before(중국과의 전쟁은 미국이 과거 직면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다를 것이다)」, 뉴욕타임스, 2023.2.27.)

 

3. 무기 재고가 바닥난 미국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무기 재고량과 무기 생산량이다. 아무리 첨단 무기가 많다고 해도 무기 양이 적으면 전쟁이 진행될수록 점점 밀리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태평양 전쟁이다. 

일제는 진주만을 습격할 때만 해도 미국보다 더 우수한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또 전쟁 초기 일제와 미국은 항공모함을 모두 8척씩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 기간 일제는 항공모함 등가물(함대, 경항공모함, 호위함)을 18척 건조한 반면 미국은 144척을 건조했다. 결국 후반부로 가면서 일제는 미국에 밀려 패망했다. (샘 탕그레디, 앞의 글.)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 만에 미국 내에서는 무기 재고량이 부족하다며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뉴스위크 일본판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7,000개를 제공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보유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대공 미사일 스팅어는 전체 8,000개의 4분의 1을 제공했다고 한다. 통상 무기 생산에 13~18개월 걸리는데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무기는 더 걸리며 미국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큰 문제가 될 수준이라고 한다. 또 반도체와 희토류 등 원자재와 부품 공급망 차질로 무기 증산에 한계가 있다고도 하였다. 참고로 중국은 희토류 최대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에 불똥‥탄약 재고 ‘경고등’」, 연합뉴스, 2022.8.30.)

미군이 자랑하는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하느라 반년 만에 재고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다. [출처: 미 국방부]

전쟁 발발 반년이 지나자 무기 재고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2022년 8월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반년 동안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무인항공기, 미사일 및 기타 장비 등 135억 달러(약 18조 2,142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는 바람에 미군의 무기 창고가 비워졌는데 그사이 미국 내 무기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155밀리미터 포탄 재고가 전투를 치를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美 무기창고가 텅텅 덕분에 韓방산 ‘북적’」, 머니투데이방송, 2022.9.3.)

2022년 11월 나토의 한 관계자는 무기 재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토로했다.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나토의 무기 재고량은 규정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한다. 거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하루에 발사하는 포탄 수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한 달 동안 발사한 양보다도 많다고 한다. 2022년 여름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는 하루 6~7천 발, 러시아는 4~5만 발의 포탄을 쏘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포탄은 한 달에 고작 1만 5,000발이며 유럽은 더 형편없다. 그 결과 쓸 수 있는 무기 재고는 모두 바닥이 났다. (「아프간전 한달 포탄, 우크라선 하루에‥러·서방 무기고 바닥」, 한겨레, 2022.11.27.)

이 밖에도 여러 보도를 통해 현재 미국과 유럽의 무기고가 바닥이 났음을 알 수 있다. 나토 국가들은 이미 2022년 9월부터 재고 무기가 바닥이 났으며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은 한국에게 10만 발의 포탄을 수입하려 하고 있다. 미군 내에서는 “불안할 정도로 무기 재고가 낮은 상태”라며 만약 다른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이 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라고 한국을 압박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 나토국들도 우크라 늪에 빠져 무기·탄약 바닥...K-방산에 호재?」, 서울와이어, 2022.12.14.)

반면 러시아에서는 이런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재래식 무기 생산력에서 러시아 한 개 국가가 미국과 유럽 전체 국가를 능가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그것도 압도적으로 많은 국방비를 쓰는 미국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이 첨단 무기 경쟁에서도 밀리고, 재래식 무기 생산에서도 밀리는 원인을 이제부터 살펴보려 한다. 

 

4. 미군이 무기 경쟁에서 밀린 원인


2002년 미국의 부시 정부가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ABM 조약)’을 일방적으로 깨버리고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북·미·중·러 사이에 무기 경쟁이 시작됐다. 

이는 마치 1983년 레이건 정부가 전략방위구상(SDI),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소 간 군비 경쟁이 시작된 것과 비슷하다. 둘 다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계획이었으니 거의 판박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워즈 계획’은 오늘날 현실성 없는 사기 행각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 붕괴를 촉발한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미국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미국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하지만 2002년 시작한 무기 경쟁은 미국이 패배하는 분위기다. 그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미국에 만연한 관료주의를 꼽을 수 있다. 

미 국방부의 관료들은 ‘첨단 무기 개발한다고 고생하고 실패하면 욕먹을 바에는 최대한 일하지 말자’는 생각에 빠져 있다. 

미 국방부 청사. 일명 펜타곤. © Touch Of Light
미 국방부 청사. 일명 펜타곤. © Touch Of Light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부의장은 “중국이 새로운 군사·우주 기술을 계속 내놓는 동안 관료주의적 관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미 국방부의 혁신을 좌절시키고 있다”라며 국방부를 비난했다.  (「Hyten blasts ‘unbelievably’ slow DoD bureaucracy as China advances space weapons(하이튼, 중국이 우주 무기를 발전시키는데 ‘믿을 수 없게’ 느린 국방부 관료주의를 비난하다)」, 스페이스뉴스, 2021.10.28.)

미 공군 및 우주군의 첫 최고설계책임자를 맡았던 프레스톤 던랩은 2022년 4월 19일 자신의 SNS에 “국방부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잠재적인 적에게 기술 우위를 잃을 수 있다”라며 사직서를 올렸다. 그는 “부임 첫날 (국방부는) 예산이나 권한은 물론 사람이나 비전도 없다는 걸 알았다”라며 국방부를 “세계 최대 관료 집단”이라 불렀다. 던랩 이전에 미 공군 첫 최고보안책임자이자 국방부 소프트웨어 최고담당관인 니컬러스 체일런도 2021년 10월 “국방부의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가 절실한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라며 사임했고, 최고자료책임자 데이비드 스파이크도 2022년 4월 초 비슷한 이유로 사임했다. (「“미군은 거대한 관료집단, 中에 따라잡힌다”…고위간부 또 사임」, 국민일보, 2022.4.20.) 

미 국방부의 관료주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던 사항이다. 2001년 9월 10일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연설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은 소련이나 불량국가의 독재자가 아니라 펜타곤 내부에 자리 잡은 관료주의”라면서 관료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성공적인 기업은 혁신에 대해 보상하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데 국방부는 1층과 2층 사이에도 정보가 교류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장관 책상까지 오는데 17단계나 거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美국방, 관료주의와 전쟁선포」, 매일경제, 2001.9.11.)

관료주의는 조직 이기주의도 낳았고 이는 부서별, 군종별 협력을 가로막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하는데 미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3종류, 육군이 1종류, 해군이 1종류, 공군이 4종류를 개발하고 있다. 미 의회 연구원(CRS)은 2021년 7월 9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현황: 배경과 의회에 대한 이슈」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이처럼 복잡하고 중복되며 각 군 전력 구조에 따라 다르게 개발하는 문제에 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둘째, 국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첨단 무기 개발에 막대한 돈을 쓴다. 그런데 그 목적이 실제 첨단 무기를 개발해 ‘적’을 이기려는 게 아니다. 첨단 무기 개발이 군수업체에 많은 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또 고위 관리‧장성들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무기를 개발하고 지휘해야 경력에 도움이 돼 진급도 빠르고 전역 후에도 군수업체에서 일할 수 있다. 역사사회학자인 리처드 라크먼 뉴욕 주립대 올버니 교수는 “이성적인 장교라면 개발에 수십 년 걸리는 하이테크 무기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지, 간헐적인 반란 진압에 군 경력을 쏟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첨단무기 집중이 오히려 독? 최강 미국이 전쟁 못이기는 이유」, 조선일보, 2021.8.20.)

개발에만 수십 년 걸리는 첨단 무기들은 ‘돈 먹는 하마’다. 그런데 개발에 실패해도 큰 문제가 안 된다. 개발을 시작한 사람은 이미 다른 부서나 업체로 가서 책임질 일이 없고, 나중에 개발 책임자가 된 사람은 선임 탓을 하면 그만이다. 이는 장기 개발 사업의 폐해다. 실제로 북·중·러가 개발한 첨단 무기들은 미국도 오래전부터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개발하던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예산 문제를 핑계로 중단해버렸다. 예산이 없어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정리해버리니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2008년 1월 미 해군 수상전투센터의 레일건 시험 발사 장면. 미국은 16년 동안 레일건을 개발하다가 2021년 개발을 중단했다. [출처: 미 해군]
2008년 1월 미 해군 수상전투센터의 레일건 시험 발사 장면. 미국은 16년 동안 레일건을 개발하다가 2021년 개발을 중단했다. [출처: 미 해군]

군수업체는 기업 이익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돈 되는 사업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군수산업은 기업 이익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일단 국방부 입찰에 성공하면 떼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막대한 개발비용을 날리게 된다. 한마디로 위험부담이 큰 분야다. 심지어 M16, 카빈 소총으로 유명한 총기 회사 콜트도 몇 차례 군납에 실패한 후 파산하고 체코 기업에 넘어갔다. 그래서 첨단 무기 개발이라는 모험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무기의 성능 개량에 치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북한 압박을 위해 틈만 나면 출격하고 바로 어제(4월 5일)도 출격했던 전략폭격기 B-52는 무려 1952년 처음 공개된 유물 수준의 무기다. 이걸 계속 개량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지금 사용하는 B-52H의 마지막 납품이 1962년에 있었으니 환갑이 넘은 비행기를 무슨 첨단 무기인 것처럼 포장해서 날리고 있는 셈이다. 다른 무기들도 비슷한 처지다. 

또, 의외로 군수산업 규모가 작아 기업 이익이 많지 않은 문제도 있다. 민수품은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지만, 군수품은 자국 군대나 일부 국가에만 판매해야 한다. 시장이 너무 좁은 것이다. 

게다가 첨단 무기로 갈수록 단가는 높지만 납품도 적게 한다.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 자랑하는 전투기 F-22 랩터는 대당 가격이 무려 1억 5천만 달러나 하지만 총 200대도 납품하지 않았으니 총매출액은 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F-22보다 10여 년 전에 개발된 여객기 보잉 777은 단가가 3~4억 달러이며 1,500대 넘게 판매해 총매출액을 4,500억~6,000억 달러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군수업체들도 군수분야보다 민수분야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업이 국익을 신경 쓰지 않기에 돈이 안 되면 정부에 협력하지도 않는 문제도 있다. 니컬러스 체일런 전 미 국방부 소프트웨어 최고담당관은 2021년 10월 10일(미국 시각)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정보통신 기업들은 정부에 협력하지만 미국 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구글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 국방부와 협조하기를 꺼리는 사례를 들었다. (「미 국방부 사이버보안 책임자 사임…"중국과 AI전쟁 이미 패배"」, 연합뉴스, 2021.10.11.)

셋째, 관료주의에 빠진 관료 집단과 자기 이익에 충실한 기업이 결탁한 군산복합체가 문제를 키웠다. 

군, 국방부 관료, 군수업체, 의회, 로비스트가 한통속이 되어 이익을 공유하는 게 군산복합체다. 

“일단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개발된 무기의 성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와는 무관하게 이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무기마다 이와 관련해 활동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이들은 프로그램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필사적으로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한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들이란 관료들, 국방부의 관련 부서, 군수업체, 로비스트, 그리고 너무나 쉽게 국방예산을 자신의 지역구 및 지역주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다.” (스티브 포브스, 「미 국방부의 예산낭비 스캔들」, 『포브스』 2017년 6월호, 2017.5.23.)

군산복합체의 이익 공유는 심지어 국방부조차 국방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게 할 정도다. 국방부가 2018년 자체 감사를 실시했는데 국방예산의 90%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예산의 90%가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의회도 국방부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의원들은 군수업체의 로비에 녹아나고, 국방부 고위 관료들은 군수업체 임원들로 채워진다. 임기가 끝난 관료들은 다시 군수업체로 돌아간다. 정부감시프로젝트(POGO)는 2008~2018년 기간 국방부 고위 관료와 군 장교 380명이 군수업체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5명(25%)은 록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노스럽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미 5대 군수업체로 갔다. (「미국 국방부도 모르는 미 국방예산 사용처」, 경향신문, 2019.12.21.)

이런 이유로 아무리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북·중·러와 무기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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