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판사 ”대다수 법관, 사법농단 가담자 혹은 암묵적 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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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판사 ”대다수 법관, 사법농단 가담자 혹은 암묵적 동조자”
  • 서울의소리
  • 승인 2018.07.2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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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에 대하여 엄단을 요구하며 계속 항의 하는데 동의한다"

원세훈 1심 재판 '무죄'판결 비판해 징계 받았던 부장판사

침묵했던 대다수 판사 "국정농단 개괄적으로나마 알았을 것"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과 관련해 법관들의 태도가 불법행위의 가담자 또는 동조자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사법농단 사태를 양승태 '개인'에 대한 처벌에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동진 부장판사

김동진 부장판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내가 양승태 처벌의 구호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다수 법관들은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의 지위에만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 당시에 이에 저항하거나 묵시적으로라도 부끄러운 행태에 대해 동조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법관들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1심 재판을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해 12월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법관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게 징계의 근거였다.

그는 해당 글에서 양 전 대법관의 처벌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에 대해 "마치 피라미드 사기사건의 중간관리자 지위처럼 동조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가 지록위마라며 원세훈 판결을 비판했을 때 대다수 법관들은 침묵했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양승태 대법원의 비위행위에 대해 "대다수 법관들이 '세부적'은 아니지만 '개괄적'으로나마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을까"라고 짚었다.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법관들이 진실규명 등을 요구하는 것이 책임을 면하려는 '선 긋기'이고 '사법농단의 암묵적 동조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엄단을 요구하면서 계속적인 항의를 하는 행위에 대하여 나는 동의한다"면서 "그렇지만 법관들이 마치 피라미드 사기의 중간관리자처럼 자신들이 순수한 피해자에만 머무는 것인 양 행세하면서 국민들의 이런 요구에 편승하여 달콤한 말로 그들의 환심을 산 뒤 힘을 얻고, 그 후 전권을 위임받은 가운데 '판사회의'를 통하여 사법행정권을 독점하려는 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대다수의 법관들 역시 국민들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처벌에 상응하는 엄단'을 받아야할 대상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사법농단 '가담자' 혹은 '동조자' 법관들을 프랑스혁명 당시 독재 공포정치를 펼쳤던 로베스피에르에 비유한 것도 눈길을 끈다. 로베스피에르는 혁명 전까지는 루이16세의 권력에 빌붙어 지내다 혁명이 일어나자 태도를 바꿔 루이16세를 공격해 대중의 환심을 샀고, 덕분에 권력을 잡았다.

앞서 원세훈 1심 판결을 비판한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는 당시 대법원이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이뤄졌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에는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라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가 적혔다.

최근 공개된 사법농단 관련 자료 중에서도 징계 한 달 전 법원행처가 '김동진 부장판사 징계 결정 후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있다. 이때문에 김 부장판사는 최근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가 ‘양승태 처벌’의 구호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

피라미드 사기사건이 적발되어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경우에 피라미드 중간 관리자들의 지위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피라미드 사기를 설계한 집행부에게 현혹되어 그러한 피라미드 구조에 편입되고 자기 스스로 돈을 투자하였다가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입은 손해를 회복할 요량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하위의 판매원들을 모집하여 그렇게 모집한 선의의 다수인들에게 새로운 피해를 가했다는 점에서 ‘피라미드 사기의 공범자’의 지위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라미드 사기사건의 중간관리자들이 취하는 전형적인 행태가 있다. 즉, 자신이 모집하였던 다수의 하위 판매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저도 피라미드를 설계한 그 집행간부에게 속았습니다. 금전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하위판매원인 여러분들을 새롭게 모집할 당시에 저는 이것이 피라미드 사기라는 것을 정말로 몰랐습니다. 여러분에게 선의의 피해를 입게한 점에 대하여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취해야 할 방법은 이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피라미드를 설계한 그 집행간부를 구속시키고 그의 재산을 찾아내 경매를 집행해서 우리의 피해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전권을 위임해 주십시오. 제가 여러분의 피해를 회복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 중간관리자들이 하위판매원들을 모집하는 경우에 그것이 피라미드 사기라는 점을 모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기 스스로 그 피라미드 구조에서 손해를 입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그것이 ‘피라미드 사기’라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위판매원들의 전권을 위임받는 경우에는 집행간부를 구속시키고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하위판매원들 모르게 자신의 피해회복부터 챙기고,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추가적인 이익까지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비위행위가 계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지난 6년 동안 인사상의 압박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을 받아왔던 대다수의 법관들은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의 지위에만 있을까?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 정권의 청와대 및 정치인들과 부끄러운 거래를 시도하여 왔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하여, 과연 대다수의 법관들이 ‘세부적’은 아니지만 ‘개괄적’으로나마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을까?

그 당시에 이에 저항하거나 묵시적으로라도 부끄러운 행태에 대해 동조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법관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 그런 법관들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양승태 대법원이 그 결과에 있어서 ‘상고법원 제도도입’에 성공을 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상고법원 도입으로 인하여 이미 인사불만이 없어져버린 대다수의 법관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비위행위를 밝히라!!”라고 외치면서 분개하였을까? ..... 아마도 대다수의 법관들은 분개할만한 마음이 안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는 현재의 상황에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현재의 상황까지 오는 과정에서 2014년도의 그 징계 말고 또다시 새로운 징계를 받은 후 사표를 낼 각오를 하고서 ‘불의(不義)의 위선자들’을 향하여 계속적인 저항을 해 왔다.

그런데 근래의 상황에 있어서는 내가 굳이 ‘양승태 처벌’의 구호를 외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이미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서 국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정의(正義)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처벌을 외치는 대다수의 법관들이 정말로 그렇게 외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라는 점이다. 마치 피라미드 사기사건의 중간관리자의 지위처럼 어떤 측면에서는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어떤 측면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가담자 내지 동조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점이다.

2015년 당시에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원세훈 판결을 둘러싼 모종의 행태를 보일 것이리라는 점은 이미 그 당시에 법조계에 소문이 파다했고, 그런 상황들이 얼마 후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하였다.

단지 ‘물증’이 없었을 뿐이지 대다수의 법관들이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 봄에 ‘물증’이 나왔을 당시에 상당수의 법관들이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분개하는 액션을 취했을 때,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국민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엄단을 요구하면서 계속적인 항의를 하는 행위에 대하여 나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법관들이 마치 피라미드 사기의 중간관리자처럼 자신들이 순수한 피해자에만 머무는 것인 양 행세하면서... 국민들의 이런 요구에 편승하여 달콤한 말로 그들의 환심을 산 뒤 힘을 얻고, 그 후 전권을 위임받은 가운데 ‘판사회의’를 통하여 사법행정권을 독점하려는 시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법관들 역시 국민들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처벌에 상응하는 엄단’을 받아야할 대상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난 4월경에 다수의 법관들로부터 ‘뒷담화에 의한 공격’을 받았던 이유는, 내가 위와 같은 맥락의 진실을 법관사회 내부에서 공공연히 말하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김 부장님은 가만히만 있어도 높은 자리에 오를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하는 등, 인간의 욕망을 활용한 회유성 발언을 듣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수의 법관들이 ‘양승태 대법원 엄단’을 외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에 이르지 못하도록 ‘선을 긋기 위함’이라고 본다. 즉, 국민들을 향하여 ‘사법농단의 암묵적 동조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수의 법관들이 소통의 공간에서 행하는 이런 활동에 대하여 동참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활동에 대하여는 공감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과거 루이16세에게 아첨을 하면서 편안하게 살았던 로베스피에르가 프랑스혁명이 발생한 직후 루이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를 교묘한 말로 공격하면서 대중의 환심을 산 뒤 권력을 독점했던 불의의 역사를 되새겨볼 때( 그 후 로베스피에르는 독재를 하였다), 부끄러운 역사를 살아온 대다수의 법관들에게 이런 식의 혜택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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