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36]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 결과 분석
상태바
[아침햇살236]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 결과 분석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3.31 0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총평

1) ‘단호한 대응’은 어디로 갔나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13~23일 한국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한미 당국은 일찍부터 대규모, 고강도 훈련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1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한미가 올해 전반기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최초로 11일간 중단없이 시행하고,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한미연합연습의 실전적 시행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이고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 체계가 도출되도록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안심시켰다. 

한미는 20여 개의 야외 실기동 훈련을 포함,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국가 총력전 개념의 전구급 연합연습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특히 사단급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 이른바 ‘참수 작전’으로 불리는 연합특수작전훈련 ‘티크 나이프’ 등도 실시한다. 훈련 성격도 방어·격퇴 단계를 빼고 반격·안정화 작전을 시행해 침략 훈련, 점령훈련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미 군 당국은 3일 국방부에서 열린 공동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라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능력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하였다. 훈련이 진행 중이던 16일에도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철저하게 수행하라”라는 지시를 내리고 일본으로 떠났다. 

김승겸 합참의장도 15일 훈련 중인 전시 지휘소를 방문해 “무모하고 무도한 도발에 철저한 대비와 단호하고 과감한 대응으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결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언론은 2018년 중단된 한미연합 독수리훈련 수준을 뛰어넘는 훈련을 부활시켰다고 평가했고 이에 따라 북한이 군사 대응을 할 것이 예상되며 한미도 북한의 대응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므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리라 전망했다. 

주목할 지점은 3월 13일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사전 훈련이 많았다는 점이다. 1월부터 한미는 대대급 연합훈련, 혹한기 연합훈련, 연합공중훈련, 한미연합 베벌리팩 23-1 훈련, 한·미·일 해상 미사일 대응훈련, 한미 확장억제 운용 연습, 이른바 ‘참수 작전’ 훈련인 ‘티크 나이프’ 등 각종 훈련을 쉬지 않고 진행하였다. 

또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를 앞두고 6~10일 위기관리연습(CMX)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1~2월 진행한 각종 훈련의 종합판이 바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될 것이라며 기대하기도 했다. 

한미 장병이 급수관을 설치하는 장면. [출처: 국방부]
한미 장병이 급수관을 설치하는 장면. [출처: 국방부]

이처럼 한미는 ‘자유의 방패’가 전례 없는 강력한 훈련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아마도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우리가 북한을 이길 수 있다’, ‘우리 힘이 강하니 북한은 도발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훈련이 진행되는 기간 언론에는 훈련 소식이 그다지 나오지 않고 조용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전략무기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재래식 무기 사이로 병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장면을 간혹 볼 수 있을 뿐이었다. 11일 동안 휴일도 없이 쉬지 않고 훈련했다고 하는데 언론에는 100여 개의 기사만 실렸을 뿐(구글 검색 기준)이다. 애초 훈련 목적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면 압도적 훈련 장면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실어야 할 텐데 현실은 언론 보도를 자제하는 이른바 ‘로우키’였다. 

간이 다리를 만들어 도하 훈련을 하는 장면. 한미 군 당국은 전략무기 대신 이런 식의 재래식 장비 훈련 사진 위주로 공개하였다. [출처: 국방부]
간이 다리를 만들어 도하 훈련을 하는 장면. 한미 군 당국은 전략무기 대신 이런 식의 재래식 장비 훈련 사진 위주로 공개하였다. [출처: 국방부]

게다가 훈련 기간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신무기를 공개하는 고강도 맞대응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을 일절 하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던 공언이 무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북한의 무인기에 서울 상공이 뚫린 후 “상대에게 핵이 있든, 또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도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며 2~3배 강력한 응징을 하라고 지시했다. 또 1월 11일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에서도 “전례 없는, 압도적인 대응” 기조를 세웠다. 그러나 현실에서 한미는 북한의 눈치를 보는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 홍보자료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연습한다고 나오지만 거짓말이었다. [출처: 국방부]
국방부 홍보자료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연습한다고 나오지만 거짓말이었다. [출처: 국방부]

심지어 훈련 전에 공언한 것과 달리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훈련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이에 한 안보 전문가는 “아직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상정한 한미연합 작전계획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반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미국 측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상황 반영을 거부했을 가능성도 크다”라고 분석했다.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종료...北 핵 사용 상황 미반영」, 아시아투데이, 2023.3.23.)


2) ‘압도적 대응’은 북한이 했다. 

한미가 보여주겠다던 ‘단호한 대응’, ‘압도적 대응’은 정작 북한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기간에 보여준 북한의 군사 대응은 크게 3가지 특징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선제타격’을 하였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하루 전인 12일 새벽, 북한은 잠수함에서 전략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거리 1,500킬로미터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언제든 북한이 핵 선제타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합참은 순항미사일이 발사된 지 하루가 지난 13일 새벽에야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으나 비행거리, 고도, 속도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 

북한은 18~19일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진행하였다. 이 일환으로 19일 오전 11시 5분께 단거리 탄도미사일, 일명 ‘북한판 이스칸데르’ 1발을 동해로 발사해 800미터 상공에서 폭발시켰다. 공교롭게도 약 25분 후 미 본토에서 날아온 B-1B 전략폭격기가 한국 측 F-35A 전투기와 미군 F-16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작전구역에 들어섰다. 

19일 자 연합뉴스는 한반도에 접근하는 B-1B를 북한이 탐지하고 미사일을 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은 800미터 상공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한미 공군 편대를 전멸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22일 오전 동해상으로 2종의 전략 순항미사일을 2발씩 총 4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날 한미연합해상훈련을 위해 미 해군 중형 항모급 마킨 아일랜드 강습상륙단이 부산항에 입항했고 니미츠 핵항모전단이 한반도 인근에 접근했는데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저공비행을 하는 북한의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1형.
초저공비행을 하는 북한의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1형.

이처럼 북한은 훈련 기간 내내 한미의 움직임에 맞춰 사전 차단하는 ‘선제타격’ 능력을 보여주었다. 원래 ‘선제타격’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언급했다가 웬일인지 지금은 말도 못 꺼내게 하는 단어였다. 이걸 북한은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는 북한의 ‘선제타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전이었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기존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도발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도중 도발을 하며) 그 패턴이 깨졌다”라고 평가하였다. 


둘째, 시작부터 끝까지 핵무기로 대응했다. 

북한이 훈련 기간 보여준 각종 무기는 모두 핵무기였다. 18~19일 진행한 훈련은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인데 그 내용은 ‘전술핵 공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을 숙련하기 위한 종합 전술훈련’으로 ‘핵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하는 게 아니라 ‘핵무기로 반격’하는 것이었다. 

북한이 공개한 훈련 가운데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재래식 무기 훈련은 아예 없었다. 즉, 북한은 한반도 전쟁에서 핵무기를 기본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전략무기를 최소로 드러내고 재래식 병력 위주로 훈련한 한미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게다가 한미는 이번 훈련 내용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의미 없는 헛고생을 한 꼴이 되었다. 


셋째, 예상치 못한 전략 무기 체계가 대거 등장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 동원된 무기는 모두 기존에 공개된 무기들이다. 반면 북한은 단 12일 동안에 기존에 없는 무기와 무기 체계를 세 가지나 공개했다. 

첫째는 훈련 시작 전날 공개한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미사일이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순항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해도 포착하기 어려운데 망망대해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언제 어디서 어디로 발사하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3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한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이자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둘째는 1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지하 발사장에서 발사한 것이다. 북한이 지하 발사장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자체가 바퀴 차량, 무한궤도 차량, 열차, 저수지 수중 발사대 등 다양한 변칙적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는데 이번에 지하 발사장이 추가된 셈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발사 장면. 화염이 양갈래로 분출하는 것은 지하 발사장의 특징이다.

셋째는 21일 발사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이다. 이번 기간에 가장 충격을 준 무기인데 북한이 이전에 발표한 전략무기 개발 목록에 없었기 때문에 한미 당국의 허를 찔렀다고 할 수 있다.

이 무기는 러시아가 개발한 ‘포세이돈’과 비견되며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 핵폭발하면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대와 군항을 파괴하는 무기다. 서방에서 ‘지구 종말 무기’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이 무기 체계는 발사했는지 파악도 어렵고 설사 파악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해일’이 포세이돈과 다른 점은 다양한 발사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세이돈은 벨고로드 핵잠수함에 6발 장착하기로 되어 있다. 반면 ‘해일’은 해안, 항구, 배에서 발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선으로 ‘해일’을 견인하다가 발사할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 

북한이 공개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

종합해보면 북한은 자신이 공언한 것처럼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 ‘압도적 대응’을 하였다. 북한 외무성은 2월 17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가 정당한 우려와 근거를 가지고 침략전쟁 준비로 간주하고 있는 저들의 훈련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경고를 그대로 이행했다. 

북한의 군사 행동은 지난해 9월 8일 채택한 핵무력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무력법에서 전쟁 혹은 전쟁에 준하는 정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번에 선제 핵공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처럼 한미와 달리 북한은 자신들이 하겠다고 한 것을 그대로 이행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마친 19일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 “실지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 태세를 완비할 때라야 전쟁 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되며 우리의 자주권과 우리 인민의 평화로운 삶과 미래, 사회주의 건설 위업을 믿음직하게 수호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핵보유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고, 핵공격 태세를 완비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이런 판단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찾은 교훈일 수 있다. 북한은 같은 핵보유국으로서 러시아의 모습에서 교훈을 찾았을 것이다. 

서방의 시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전쟁은 서방이 러시아를 침략한 것이다. 서방이 러시아와 한 약속을 어기고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 했고,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을 공격해 러시아인을 학살한 것이 러시아엔 ‘서방이 침략’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그것도 세계 최대 핵보유국이다. 그런데도 ‘서방의 침략’을 받았다. 핵보유만으로는 전쟁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외부로부터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경우 방어용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은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적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 공격용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시설이 공격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공격을 당해 존립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핵무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놓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은 마음 놓고 러시아가 ‘침략’으로 받아들일 행동을 한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달리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만 있어도 곧바로 핵공격을 시작하며 전쟁 수행의 기본을 핵무기로 할 뜻을 밝혔다. 그래서 훈련도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핵무기를 종합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해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3) 결 론

한미는 북한이 ‘선제타격’ 훈련을 해도 모르고 있다가 북한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면 그제야 부랴부랴 분석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언론 보도를 봐도 한미연합훈련 보도보다는 북한의 대응 훈련 소식이 중심에 걸렸다. 한미연합훈련이라고 했는데 한미 훈련이 아닌 북한 훈련을 분석하는 게 중심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렇다면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무기와 훈련을 분석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새로운 북한 무기를 파악할 수 있으니 이것도 성과라며 좋아했을까? 아니면 이 정도 무기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북한의 무력 앞에서 큰일 났다며 자괴감에 빠졌을까?

뭐가 됐든 현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우려는 크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킬 의무가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대책이 있는가.

 

2.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며 검찰 생활만 해왔기 때문에 검찰을 제외하고는 지지기반이 없다. 측근이라고 할 만한 세력도 없다. ‘윤핵관’이니 친윤 세력이니 하는 것도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후에 떡고물을 노리고 모여든, 급조된 세력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여론조사 기관이 꾸준히 지지율 조사를 하며 띄워준 덕분에 여론의 힘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지지율이 10%, 1%로 떨어져도 일본과 손을 잡겠다고 마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배짱을 부렸지만 허세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예상하면서도 대책이 있기 때문에 밀어붙인 것이다. 

특이한 건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6일에 맞춰 고용노동부도 주 69시간 근무제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둘 다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릴 게 뻔한 사안인데 이런 악재를 겹치게 만들 때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윤석열 정부는 두 사안 다 언젠간 해야 하고 그로 인해서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라서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호재가 있을 때 맞춰 터뜨려 물타기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있어 그 ‘호재’는 13일에 시작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다. 한미연합훈련을 시작하면 북한이 군사 대응에 나설 것이며 미군이 이를 압도적 힘으로 ‘응징’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미군의 무시무시한 전략무기들이 연일 등장하며 북한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모습이 나오면 국민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면서 지지율도 오를 것이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처지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동급의 미사일을 2~3발 발사하거나 아니면 한 급 높은 미사일을 쏘거나 그에 상응하는 다른 전략무기를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그에 반발해 더 강력한 군사 행동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을 묵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북한에 꼬리를 내리는 것인데 세계 앞에 망신당하는 꼴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미연합훈련 같은 일이 있을 때마다 북한은 태평양에 미사일을 날릴 것이며 이게 마치 당연한 연례행사처럼 될 것이다. 아마 탄착 지점도 점점 미국 본토에 다가갈 것이다. 

둘째,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단순 훈련인지 미국 본토까지 날아오는 실전 무기인지 구분할 수 없으므로 요격을 시도해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해 1월 11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 서부 해안 공항들에 비행 금지 명령을 내린 것처럼 미국 본토가 공포에 떨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미사일 요격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공개하면 자국민에게 ‘우리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능력이 없다’라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요격 사실을 숨기면 앞서 첫째 경우와 똑같이 되어 세계 앞에 망신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미사일 요격에 성공해도 문제다.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고 공개하면 북한이 ‘공해상에 발사한 우리 무기를 공격했으니 이는 전쟁 행위다’라며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 3월 7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에서 주변국들의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우리의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의 우리의 군사적 행동규범이 설정되어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라고 경고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군사적 행동규범’은 아마도 선제 핵공격을 의미할 것이다. 

또 다행히 전면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북한이 항의하면서 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더 가까이 또 쏠 수 있다. 그러면 또 요격해야 한다.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자연스레 미국 앞바다가 북한의 미사일 훈련장이 된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훈련이 있을 때마다 미국인들은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묵인하거나 요격에 실패하면 바보가 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더 높은 수준의 군사 행동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윤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기간 북한이 여러 신무기를 공개하면서 군사 행동을 하는데 왜 미국은 대응을 자제하나 답답했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북한 무기는 아예 파악도 못 하고 있다가 북한이 발표해서야 부랴부랴 확인해보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 연말 북한 무인기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전날 북한이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국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불안해진 윤 대통령은 14일 부랴부랴 69시간 근로제 재검토를 지시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 한 것이다. 

또 국힘당의 태영호 의원이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최선의 방도는 우리도 한시적 핵무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한 것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미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훈련 막바지에 이른 21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라고 했다. 물론 한일관계 해법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미국만 믿고 악재를 터뜨렸다가 지지율이 떨어져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3월 6일부터 지금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3월 1~4주 지지율은 리얼미터 기준 43% → 39% → 37% → 36%로 무려 7%나 모두 추락했다. 


3. 경제 건설의 걸림돌에서 촉진제로

한미연합훈련의 목적 가운데는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도 있다. 북한의 코앞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면서 북한의 맞대응을 유도해 경제 건설을 멈추게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 일부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이 준전시상태에 돌입해 경제 건설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대규모 훈련이 그대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예 한미 당국은 이를 노리고 작전계획 5030을 작성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미군 정찰기를 북한 영공에 근접 비행시켜 북한 전투기의 출격을 유도해 연료를 소진시키는 방법, 기습적으로 장기간 군사훈련을 실시해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대비하도록 만들어 식량 등 전시 비축 자원을 소진시키는 방법 등이 들어 있다. 

올 들어 북한에 최악의 ‘식량난’이 발생했다고 줄기차게 홍보해온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미연합훈련 직전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5차 확대회의를 보자. (회의 날짜는 비공개지만 12일 보도했으므로 회의를 11일에 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의 의제는 2가지였는데 첫째가 경제 건설 문제였다. 특히 농촌 문제 해결이 ‘최중대사’라며 이를 포함한 ‘사회주의 대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해 군대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군 조직기구 구성, 병력 이용 방안 등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서 “온갖 도전과 난관을 완강히 극복하며 전면적 국가부흥의 거창한 위업을 추진해나가는 오늘의 창조 대전은 당의 웅대한 실천 강령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언제나 선봉적 역할을 해온 우리 인민군대가 더욱 전진적이고 더욱 격동적인 투쟁으로 온 사회를 선도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둘째 의제가 한미연합훈련 대응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간략히 보도되었다. 

회의를 보도한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전체 11개 문장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관련 문장은 1개에 불과하며 참가자 등 회의 개요를 제외한 나머지 문장은 모두 경제 건설에 관한 내용이었다. 즉, 한미연합훈련 직전에 열린 중앙군사위 회의의 주요 안건이 한미연합훈련과 무관한 경제 건설이었던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중앙군사위 회의를 통해 북한의 의도를 세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첫째는 한미연합훈련에 다 준비되어 있으며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회의 보도에서 해당 문장을 보면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를 토의, 결정했다고 하였다. 즉, 한미연합훈련에 어떤 전략무기가 동원되든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핵무기가 준비되어 있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신무기들도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의 경제 건설을 방해하려는 목적도 있으므로 거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은 준전시상태나 전시동원체제를 선포하지 않았지만 청년의 입대·복대 탄원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일 기준 탄원한 수가 140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탄원한 140만 명이 실제로 군대에 간 것은 아니고 여전히 학교나 건설 현장 등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청년돌격대에 건설을 맡긴 평양 서포구역 건설장에서 골재 운반 작업을 맡은 1중대 2소대장 리국혁은 “건설장의 모든 청년들은 인민군대 입대, 복대를 열렬히 탄원하였다. 우리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가 원수들의 두세 개 군단쯤 단숨에 죽탕[맞거나 짓밟혀 몰골이 상한 상태]치자고 모두가 주먹을 틀어쥐고 결의했다”라고 하였다. (「여기도 철천지원쑤 미제와의 격전장」, 노동신문, 2023.3.25.) 즉, 지금 북한의 입대·복대 탄원은 당장 경제 건설을 중단하고 군대에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 건설을 계속하면서 실제 전쟁이 터지면 참전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셋째는 이미 군사 분야에서 한미를 이겼다고 판단하고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를 이기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부터 경제 분야에서도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한 “전면적 국가부흥의 거창한 위업”의 의미도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한미를 비롯해 서방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조건에서 북한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이 공개된다면 ‘미국의 전쟁 위협과 경제 제재 속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북한 언론은 노동자들이 한미연합훈련에 자극받아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보도를 연일 쏟아냈으며 이는 훈련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3월 25일 자 노동신문은 기사 「500만 청년들은 결전진입태세에 있다」에서 “새 거리 건설에서 새로운 기적과 혁신을 일으켜 원수들에게 조선노동당의 품속에서 자라난 새 세대 청년들의 용솟음치는 힘과 주먹맛을 톡톡히 보여주겠다”(우철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부장), “우리가 틀어잡은 착암기로 지구를 맞구멍 내서라도 놈들의 아성으로 뚫고 들어가 전쟁과 불행의 화근을 이 땅에서 영영 들어내고야 말겠다”(한영진 제남탄광 차광수청년돌격대 대장), “우리들이 심고 가꾸는 한 알 한 알의 낟알이 그대로 원수 격멸의 총알이 되고 미사일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올해 농사에서 기어이 통장훈(장기 용어인 외통장군의 북한말)을 부르겠다”(오경일 함주군 동봉농장 초급청년동맹위원장) 등 청년들이 반미 감정으로 경제 건설에 더 열심히 나서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같은 날 기사 「증산의 동음으로 련속적인 강타를 안기자」에는 “중요 무기 시험과 전략적 목적의 발사 훈련 진행 소식이 우리의 이 직성을 한순간에 다 풀어주었다. …중략… 오늘의 이 긍지와 자부심을 힘으로 바꾸어 철강재생산에서 혁신을 안아오겠다”(오충국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가스발생로직장 직장장),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1’형과 ‘화살-2’형이 바닷물 면과 산발들을 스칠 듯 비행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의 막강한 군사력을 다시금 절감하였다. 

이제는 우리 노동계급의 차례이다. 우리 검덕의 광부들은 침략 전쟁 연습에 매달리는 적들에게 강타를 안기는 심정으로 증산의 발파 소리를 더 우렁차게 울리겠다”(검덕광업연합기업소 금골광산 4.5갱 고경찬영웅소대장) 등 북한의 전략무기 훈련이 노동계급의 열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습이 소개됐다. 

이처럼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경제 건설의 걸림돌에서 자극제, 촉진제로 바꾸고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