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 분석]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분석과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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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 - 분석]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분석과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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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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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희생자들은 우리 국민들의 자녀, 형제·자매, 친구들이었다.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온 국민이 참사를 남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큰 충격 속에 아파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대체 어떤 심경일지 다 가늠할 수가 없고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해 황망하기만 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막을 수는 없었단 말인가?

일부 언론은 ‘밀라고 소리친 사람’이 있었다며 그 사람을 참사의 주범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지금은)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주최자가 없으니 책임질 사람도, 책임질 일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잘못은 이태원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에게 있고 따라서 참사를 막을 방법도 없으며 언제든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는 분명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희생된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것이 국민 앞에 주어진 과제이다.

 

1. 안전대책이 전혀 없었다.

1) 안전관리에 배치되지 않은 경찰력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137명의 경찰이 투입되었다. 경찰의 주력은 마약, 강제 추행, 불법 촬영 등 범죄자를 잡는 것이 주임무였다. 경찰의 다수가 범죄자 색출을 위한 사복 경찰이었고 정복을 입은 경찰은 58명이었다. 정복 경찰 중 26명은 교통 통제를 했고 나머지 32명만이 질서 유지 업무를 맡았다.

뉴시스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통상적 위험을 예견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핼러윈을 앞둔 26일 경찰과 용산구, 이태원역, 상인단체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 등이 모인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은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를 포함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를 막으려면 거리에 있는 테이블 등을 치워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기했고 인파를 통제할 인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예견하지 못한 게 아니라 행동이 뒤따르지 않은 것이다.

SBS는 10월 31일에 참사 당일 경찰인력 운용계획이 담긴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서울 시내의 안전관리나 질서 유지를 위한 기동대 81개가 있었지만, 당일 이태원에는 한 개 부대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에 반해 집회, 시위 현장에 70개 부대가 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2) 경찰당국의 질서관리 완전 부재상황

당시 상황을 보면 이태원은 경찰당국의 질서관리가 완전히 부재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안전 대책이 세워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한겨레 10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한 시도경찰청장은 혼잡이 우려되는 대규모 행사가 있으면 “보통 수차례 대책 회의를 갖고 안전요원과 경찰력을 충분히 배치한다”라고 말했다. 도로를 통제해 사람들이 있을 공간을 확보하고 지하철 무정차 통과나 버스 우회 운행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핼러윈 행사에는 안전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좁은 밀집 지역에서는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방통행을 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도도 일방통행 길이 있다. 좁은 도로에서 차가 마주치면 옴짝달싹 못 하게 되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여의도 불꽃축제 때도 지하철 출입구부터 탑승장까지 줄을 설치해서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뒤섞이지 않게 통제했다. 그래서 좁은 출입구에 사람이 몰려들었어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참사 당일 사고가 있기 전에 이태원의 또 다른 골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한 여성이 “앞으로 전달해주세요. 여기 뒤에 꽉 막혀 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라며 “잠시 올라오실 분 대기해주시고 내려가실 분부터 이동해요”라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국민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내려가! 내려가!”라고 구호를 외쳤고 잠시 후 혼잡이 풀리고 통행이 정상화됐다.

3) 안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정부, 지자체

일방통행을 하도록 통제하는 기본적인 조치만 했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았고 경찰에게 안전 유지 수칙을 제공하지도, 안전 유지 임무도 내리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참사 원인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 인파가 얼마나 몰렸나? 경찰이 얼마나 배치되었나? 이런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뭔들 제대로 될 수 있었겠는가?

서울시, 용산구 등 지방정부도 개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용산구청은 상인들과의 간담회 다음 날인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용산구의 긴급 대책은 이태원의 식품접객업소 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 종합상황실 운영, 방역 관리, 소음 특별점검, 가로 정비, 불법 주정차 단속, 청소대책 등이었다.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것에 대비한 안전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시는 핼러윈과 관련해 아무런 대책도 준비하지 않았고 서울시장 오세훈은 장기 해외출장 중이었다. 지난달 8일, 한화 등의 주최로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때 서울시가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해 현장을 관리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이것은 서울시 한복판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분명하게 예상됐음에도 시민의 생명, 안전에 대한 걱정이나 개념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울시로서는 핼러윈 축제는 예정된 일이었고 이에 따른 홍보활동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또한 팬데믹 해제 이후 인파가 폭발적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것은 경찰 당국에서도 이미 예견되어 경찰력 총출동을 장담했던 것도 아울러 반드시 짚어야 할 바다.

 

2. 원인

윤석열 정부는 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1) 검찰식 사고방식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수사하고 잡는 데만 익숙한 검찰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국민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예비범죄자 취급할 뿐이다. 핼러윈 때도 건수 올리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범죄 단속을 주된 임무로 하달하고 국민 안전은 뒷전이었다. 그래서 윤석열은 참사 현장에 마치 범죄 현장에 출동한 수사관처럼 등장해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 거지” 하며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도 없이 지시를 내리는 등 국민적 비통함과는 관련 없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2) 윤석열의 제왕적 사고방식

윤석열은 경찰 인력을 자신의 경호에 집중시켰다. 10만 명이 모인 핼러윈에 투입된 경찰은 마약 단속팀을 포함해 137명에 불과하였는데, 윤석열 한 사람을 경호하는 데 투입된 인원은 서초경찰서와 용산경찰서 합쳐 700여 명 규모다.

10월 5일 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경비과 직원들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6,123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직원 1명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86시간이다. 한 달 중 근무일을 20일이라고 가정하면 매번 4시간씩 초과근무를 한 것이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0월 30일 용산경찰서의 경호 업무가 너무 과중하여 “경찰 등 안전요원 배치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수뇌부와 용산구청장 등이 윤석열에게 잘 보이려 과잉 경호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윤석열 경호 업무에 대해 “경찰이 아파트 경비도 안 하는 일까지 한다”, “과잉 경호나 충성 경쟁 아니냐”, “지휘부는 감옥에나 가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9월 2일 중앙일보에는 “대통령 출근을 보면 셀 수도 없이 많은 경찰이 서 있곤 했다”라며 “경찰이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대통령만 지킨다는 생각이 들어 눈살이 찌푸려졌다”라는 서초 구민의 불만이 소개됐다.

3) 국민을 적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마치고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태원 일대에 경찰력을 많이 배치하지 못했다며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들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소요란 “많은 사람이 떼 지어 폭행이나 협박 따위를 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라는 의미다. 이상민 장관이 ‘촛불집회라는 소요 사태로부터 윤석열을 지켜야 한다’라고 여기고 국민을 적대시하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다. 이와 함께 마치 무슨 중대한 사회적 혼란 상태를 막느라 안전관리에 역량이 미치지 못한 것처럼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속였다.

만약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집회를 어떻게 대할까? 경찰은 국민이 안전하게 집회하도록 집회 장소와 행진 경로 등을 잘 보장해주는 것을 첫 번째 목표이자 임무로 삼을 것이다.

실제 10월 29일 촛불집회를 대한 경찰의 태도는 어땠나?

경찰이 집회 준비 단계에서부터 차량통제를 해주지 않아서 무대 설치에 차질이 발생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를 협소한 장소로 한정하고 울타리를 쳐서 그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장소가 너무 좁아 참가자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모여 있게 되었다. 본래 집회 장소인 차도를 넘어 인도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차 집회 참가자와 지나가는 사람이 뒤섞여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좁아서 위험하다며 장소를 더 열어달라고 요구하자 경찰은 “빈자리 꽉꽉 채워 앉으라”라며 도리어 윽박지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하의 장관들, 지자체장, 경찰 수뇌부들이 국민을 제압해야 할 적으로 대하고 윤석열에게만 충성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이다.

 

3. 우리의 과제

1) 4가지 과제 : 원인 분석, 책임 규명, 책임자 처벌, 개선 대책 마련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은 “애도의 기능은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고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 죽음이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진정한 애도는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원인 분석’, ‘책임 규명’, ‘책임자 처벌’, ‘개선 대책 마련’은 진정한 애도를 하기 위한 선차적이고 기본적인 과제다. 또한 살아있는 자로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와 그 희생자를 대하는 도리이며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길이다. 참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일이다.

2) 참사 책임자를 철저히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전쟁이 나면 ‘왜 그 자리에 있다가 폭탄을 맞았냐’라고 희생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정부가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밀림 속 동물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

윤석열은 10월 30일 공직자들에게 “국민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한책임’을 진 당사자는 대통령인 윤석열 자신인데, 꼭 남의 일처럼 말한다. 박근혜의 유체 이탈 화법과 비슷하다.

국가 무한책임을 주장하려면 적어도 이상민 장관을 즉시 파면하고 처벌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은 자기 역할을 내팽개쳐 국민 150여 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직접적 당사자다.

우리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의 책임자들, 즉 대통령 윤석열, 이상민 행안부장관, 서울시장 오세훈, 용산구청장 박희영 등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권리이자 책무이다.

이번 참극을 겪으면서 우리가 확연하게 알게 된 것은 윤석열 정권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중에 윤석열 집무실 이전 연쇄 비용이 1조가 넘는다는 확인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대통령 놀음에 국고를 탕진하고 정적 제거 수사와 공공부문 재벌 퍼주기에 잔뜩 몰두하고 있는 결과가 이번 참극의 본질적 원인이다.

무엇보다 이런 참극 앞에서 대국민 사죄를 하기는커녕 발뺌과 책임 전가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보가 국민의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두고 애도를 정치화, 정쟁화한다고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야만적인 애도의 정치화일 따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권력이 정부로 존재하는 동안,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은 언제 어디에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파국을 겪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모든 영령과 그 가족들에게 다함없는 위로를 드린다. 분하고 억울한 죽음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은 아무런 질문 없는 강요된 침묵의 애도가 아니라 진실을 찾는 애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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