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윤석열, 하다못해 이제 연기까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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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윤석열, 하다못해 이제 연기까지 하나?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7.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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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화제가 된 사진 몇 장이 온라인을 달구었다. 윤석열과 바이든의 ‘노룩악수’, ‘윤석열이 눈 감은 사진’, ‘김건희의 우크라이나 국기 닮은 패션’ 등등. 그런데 4일은 갑자기 컴퓨터 앞에 앉은 윤석열의 사진이 퍼져나갔는데, 알고 보니 빈 화면과 빈 종이였다.

우리 속담에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한다.”란 말이 있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모든 게 좋게 보인다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정치가도 마음에 들면 모든 행동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정치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게 가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정치가가 열심히 일하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장려해야 할 덕목이다. 그것이 비록 쇼라도 대통령이 직접 못자리에 들어가 농부들과 함께 모를 내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치가의 이미지는 그렇게 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윤석열 역시 국민들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나토 회의 출발 때부터 실언을 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이번 나토행의 의미를 묻자 윤석열은 ''뭐 얼굴이나 한번 보고 다음에 만나자 정도가 아니겠습니까?'' 하고 대답했다.

국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그것도 우리와 별로 관계가 없는 나토 회의에 참석하면서 각국 정상들의 얼굴이나 보러 간다는 윤석열의 말은 실언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언론은 윤석열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고 미화했다.

윤석열은 나토 회의 때 이미 약속된 정상회담이 줄줄이 취소되고, 나토 사무총장을 30분 동안 기다리다 못 만나 국제적 망신까지 당했다. 정삼회담이래야 15분으로 세일즈는커녕 겨우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더욱 웃기는 것은 나토 회의에 가서 탈원전 국가들이 수두룩한 유럽 정상들에게 한국의 원전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남극에 가서 냉장고를 파는 행위와 같다.

거기에다 김건희는 고급 패션을 자랑했는데, 심지어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어 러시아가 발끈하도록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의 나토 방문으로 한국을 눈엣가시로 보던 러시아가 김건희의 패션 논란에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중단시키면 한국은 그야말로 대재앙이 온다.

윤석열 정권은 한술 더 떠 “이제 중국에 의존해 수출하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해 중국을 뒤집어 놓았다. 한국은 전체 수출량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량의 23%가 중국 제품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제 끝났다는식으로 말했으니 중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한국이 유럽 전체에 수출하는 것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한 호텔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이게 가짜란 게 드러나고 말았다. 컴퓨터 화면을 가까이 확대해 보니 화면 전체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은 또한 소파에 앉아 무슨 서류를 검토하는 사진을 올렸는데, 이것 역시 유리창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빈 종이란 게 드러났다. 그러자 4일 하루 온라인에는 이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고, 급기야 대통령실에서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실은 "보안 상의 이유로 내용이 드러나지 않게 한 것"이라며 "이를 왜곡하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 경우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관례가 있어 어설픈 거짓말로 보인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오늘 배포한 순방 관련 사진 중 윤 대통령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사진 속의 빈 모니터 화면은 현지에서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직후 화면이 사라진 상태를 찍은 것"이라며 "해당 사진과 관련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통령 사진을 공개할 때는 대통령이 보는 모니터나 서류 등 무엇이 됐든 내용은 가능한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당연히 보안이나 여러 이유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모니터도 어떨 때는 빈 모니터를 잡기도 하고 종이도 가능하면 글씨가 덜 적힌 것이나 공개해도 되는 것을 공개한다. 사진이나 자료가 벽에 걸려 있으면 블럭 처리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저희가 사실 주의를 기울여서 사진을 내보내는 건데 그런 것을 갖고 쇼를 했다든지 그런 식으로 왜곡하는 건 상당히 안타깝다"라며 "저희는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보안상의 이유든 쇼든 문제의 본질은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은 각종 여론조사에도 역력히 나타나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40% 초반으로 이미 데드크로스가 이루어졌다(자세한 것은 중앙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자가 여론조사에 대하여 언급하자 윤석열은 짜증을 내듯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니, 대통령이 국정지지율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윤석열은 앞으로도 국민 여론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지난 대선 때도 한때 지지율이 급락하자 윤석열은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가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그 말이다. 이것은 마치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란 거짓말과 같다. 지난 대선 때도 윤석열은 수시로 여론조사를 살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른 말이 있다. 지난 대선 때 김종인이 윤석열에게 한 말이 그것이다. 그때 김종인은 “내가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윤석열 후보는 우리가 해준 대로 그저 연기만 좀 해달라.” 라고 말했다.

당시에 윤석열은 그 말에 격노해 김종인을 내쳤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자 그 말이 생각났는지 제법 연기를 능숙하게 했다. ‘도어스테핑(정치인 혹은 주목받는 인물이 집앞 등에서 예정에 없는 즉흥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약식기자 회견 방식)을 하며 국민들과 소통하는 척하고, 해외에 가서도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빈 화면을 쳐다보고 빈 종이를 쳐다본 것이다.

그러나 가식은 언제든지 드러나는 법, 아무것도 없는 컴퓨터 화면과 빈 종이 쇼는 연기가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윤석열이 왜 비서들을 통해 급하게 해명하는 것일까?

다시 강조하지만 그것이 보안이든 쇼이든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에 보내는 국민들의 불신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에도 아무 대책이 없다는 정부에 누가 지지를 보내주겠는가? 거기에다 국힘당은 권력 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국민들은 누구 말마따나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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