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민주당, 누구를 위한 세대교체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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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민주당, 누구를 위한 세대교체론인가?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6.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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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당이든 선거에서 지고 나면 반드시 나오는 것이 소위 ‘세대교체론’이다. 김대중, 김영삼 시절에도 40대 기수론이 나왔고, 최근엔 민주당에서 ‘586’ 퇴진‘과 함께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 부상하고 있다.

세대교체론은 듣기엔 좋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당권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97그룹’ 중에는 당을 이끌어나갈 인재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97그룹’이 왜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것일까?

(1) 민주당 내 소위 ‘97그룹’은 대부분 2선으로 이재명 의원 측에서 주장한 ‘동일지역 3선 출마 금지’ 조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아야 동일 지역에서 3선 출마를 할 수 있다.

(2) ‘97그룹’이 모두 ‘수박’은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재명이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고 이어서 대선 후보까지 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차기 총선 때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미리 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은 이해찬 대표 시절에 마련된 ‘시스템 공천’이 작동되어 당 대표가 공천에 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3) 민주당 ‘97그룹’ 중 이렇다 할 정치 지도자가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과 원외에서 활동하는 김해영 전 의원 등이 주목받고 있다지만 이둘 중 누가 이재명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4) 세대 교체론을 주장하려면 뭔가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차별화된 혁신안을 내놓지 못했다.

(5) 이들은 대선, 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당 대표 선거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선, 지선 패배가 어느 특정 후보 혼자만의 잘못인가? 자신들은 대선, 저선 때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6) 과거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김대중, 김영삼은 말로만 외친 게 아니라 싸워서 쟁취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소위 ‘97그룹’은 행동은 하지 않고 말로만 정치를 하고 있다. 싸워서 쟁취하지 않은 모든 권력은 명분에 지나지 않아 금세 무너지기 마련이다.

자기 혼자만 정치 지도자인 사람들

소위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가 민주당에서 쓴소리를 자주 했지만 민주당원들은 이들을 지도자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 총질만 해 차기 총선의 경선에서 이들은 애 좀 먹을 것이다. 당원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무슨 정치 지도자란 말인가?

윤석열이 검찰공화국을 만들어 정치보복을 감행하고 있어도 이들은 말 한 마디 못하고 누구누구는 오히려 검찰을 감싸는 발언만 했다. 이들은 모두 차기 총선 경선에서 당원들에 의해 걸러질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이들의 응징을 벼르고 있다.

억지로 만든 명분 하나만 가지고 세대교체가 일루어질 수 없다. 세대교체가 공감을 얻기 위해선 자신이 개혁에 앞장서고 수구들과 목숨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박용진이 왜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렇다 할 득표를 하지 못했는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나이가 아니라 생각과 실천이 더 중요

또한 ‘586’이니 ‘97그롭’이니 하는 말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말에는 무슨 대학 몇 학번이 내재되어 있어 학벌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데 무슨 대학 몇 학번이 왜 중요한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학벌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길이다. 그가 걸어온 길이 과연 이땅의 민주화와 통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일차 관문이다. 초선이지만 김용민 의원이 존경 받고 신뢰 받은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이 정의롭고 지금도 수구 적폐들과 가장 용감히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를 걸었던 박주민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몇 번 삐거덕거리더니 요즘은 존재감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구들의 공격에 기가 죽은 탓이다. 박주민 의원이 민주당의 지도자로 부각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빨리 찾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섯 번의 죽음을 극복하고 끝내 대통령이 되었다.

누구 말마따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태어난 연도나 학번이 아니라 수구들과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신념과 배짱, 그리고 실천력이다.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여겨선 민주당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민주당 내 ‘97그룹’이 말만 무성하지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7’그룹이 다른 세대와 차별성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그저 나이 많은 사람들은 나가라고 외치면 다음에도 자신들이 그 대상이 된다. 그땐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힌 ‘97그룹’

혹자는 검수완박 때문에 민주당이 지난 지선에서 졌다고 하는데, 이건 조중동의 논리이지 민주당 지지자들의 뜻이 아니다. 민주당은 싸움만 해서 진 게 아니라 싸움을 제대로 못해서 진 것이다.

본부장 비리가 170가지나 쏟아져도 민주당은 이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그저 수구 언론들이 쏟아낸 왜곡 기사에 편승해 내부 총질만 했다. 일부 수박들은 대선 때 윤석열을 지지하기도 하였다. 그래놓고 과연 누구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가장 많은 표(1617만표)를 얻고도 떨어졌다. 현재 ‘97그룹’ 중 누가 대선에 나가 이만한 표를 얻을 수 있는가? 경선에서도 표를 얻지 못한 자들이 본선에서 어떻게 표를 얻겠는가?

조중동의 프레임에 편승해 명분도 없는 세대 교체론이나 주장하고 이재명을 당 대표에 출마하지 못하게 온갖 꼼수나 부리면서 무슨 당을 개혁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앞으로도 조중동은 이재명과 김동연의 갈라치기, 친문과 친명의 갈라치기, 세대 간 갈라치기, 남녀 갈라치기, 지역 갈라치기, 이념 갈라치기 등을 시도할 것이다.

민주당 ‘97그룹’이 개혁엔 앞장서지 않고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혀 이재명 의원만 공격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만 앞당기게 될 것이다. 당원들이 지켜보고 있고 600만 민주 유튜브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누구를 당선시키지는 못해도 경선에서 떨어트릴 수는 있다. 민주당 내에서 수박들이 한 발언은 모두 당원들에게 기록되고 있으며, 이것이 차기 총선 때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도층도 민주당이 개혁적일 때 더 지지

‘가상의 중도층’이란 프레임에 속아 개혁에 미온적이고, 심지어 수구들을 이롭게 하는 내부 총질만 하는 의원들은 반드시 차기 총선 경선에서 응징받을 것이다. 지난 지선도 이재명이 출마하지 않았다면 경기도도 졌을 것이다.

사법개혁 및 언론개혁 적임자는 이재명 후보가 아닐까?

따라서 이재명 의원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자들의 프레임에 속지 말고 당 대표에 출마해 민주당을 개혁하고 파탄 지경인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윤석열은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에 대해 기자가 묻자 “그것은 세계적 추세로 특별한 대책이 없다.”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왜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인데 비판만 하는 것일까?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가에 중요한 것은 나이나 학벌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길이고, 실천 능력이다. 당이 위기에 몰리면 수구들과 싸울 생각은 않고 특정인 쳐낼 생각만 하는 자들이 감히 누구 앞에서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는가?

따라서 이재명 의원은 좌고우면 하지 말고 당 대표에 출마해 썩어빠진 민주당을 개혁하고 정체성에 맞지 않은 수박들을 모조리 축출해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 뒤에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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