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 우크라이나에서 혹 떼려다가 혹 붙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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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칼럼] 우크라이나에서 혹 떼려다가 혹 붙인 바이든
  • 이흥노 재미동포
  • 승인 2022.02.2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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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이흥노 재미동포

지난 2월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지상군의 특수작전 개시를 하달했다. 동남북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일제히 지상 공중에서 입체적 진격이 감행됐다. 주로 군 시설과 공항 등 전략적 거점이 공격 목표다.

수도 키예프까지 불과 9시간 만에 접근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저항은 별로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피난민 행렬이 옆 나라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을 ‘침략자’라 부르면서 그가 ‘전쟁을 택했다’고 혹독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강한 경제제재에 유럽 아시아가 참여한다면서 ‘푸틴과 러시아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의 침공은 정당화할 수 없다”라면서 경제제재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안보리도 즉각 소집돼 요란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뾰족한 묘수를 창출하지 못했다. 한편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에 기대했던 물적 인적 지원이 없자 크게 실망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딱한 심정을 공개적으로 내외에 고백했다. 

지금까지 세계경찰 노릇을 해오던 미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민 여론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AP 통신, NORC 공동조사 발표 (2/23)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의 중요 역할에 찬성 26%, 아무 역할도 말아야 20%, 중요하지 않은 역할 5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72%의 압도적 미국민이 전쟁에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조사 결과 평가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 것이 아니라 미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더 절박한 우선순위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G2로 세계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지도적 위치에 있다. 지금 지구는 불타는 중이고 팬데믹에 따른 대재앙, 세계적 경제불황,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셀 수없이 많은 사람에 관한 관심이나 동정이 있다면 패권전쟁, 신냉전에 몰두할 게 아니라 지구와 인류를 살려내기 위해 구원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게 순서다.

동시에 사향 길에 들어선 미국식 민주주의를 먼저 살리는 게 절체절명 과제다. 제 코가 닷 자나 빠진 주제에 남의 인권, 민주주의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러시아는 군대가 진격을 개시하기 전에 이를 합리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를 했다. 먼저 의회가 동부의 두 분리 공화국의 독립을 추인했고 푸틴이 이들의 독립을 전격 인정했다. 이어서 분리 독립을 선언한 인민공화국 두 지도자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정부 탄압을 막아달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러시아는 압도적 러시아인 다수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두 인민공화국에 자국민 보호 구실로 진격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도 평화유지군 간판을 달고 러시아군이 개입했던 일이 있다. 이번에 그걸 반복하게 됐다. 

2014년에 러시아인 절대다수인 크림반도가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가 이를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고무된 우크라이나 동부의 두 자치주도 분리 독립운동을 가열차게 벌였고 마침내 러시아 군대가 개입하기도 했다.

이로써 정부군과 분리 독립군 간 전쟁이 8년이나 지속했다. 민스크 협정이 발효되면서 내전은 끝났지만 막대한 상처와 앙금은 가시질 않았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압력은 적개심을 키웠고, 곳곳에 만연한 신나치(Neo-Nazis)의 횡포,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 충돌이 잦았다. 민스크 협정 위반은 다반사였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경제 지원을 하고 나토의 동진 확대가 푸틴의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 것이다. 러시아의 안보 우려는 근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 초, 소연방이 해체되고 독립된 옛소련의 공화국들이 속속 나토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나토와 러시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안보의 마지노선이었다.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독일 통일에 합의한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은 동구 왈소 해체와 동시에 나토 해체도 합의했다. 하지만 나토 해체는커녕 나토의 동진 확장이 계속됐다. 거기에 합법적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야누코비치가 미국 주도 쿠데타로 2014년 실각하자 푸틴은 러시아의 안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사는 제 민족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었다. 러시아는 30년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나토의 동진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저지해왔다. 이를 위해서라면 경제적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94년, 1차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시키는 데 성공했다. 2차로는 분리독립을 선언한 두 공화국을 인정하는 동시에 기습 진격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경제 원조와 군사 장비 지원은 바이든과 젤린스키의 나토 가입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푸틴은 믿게 된 것이다.

러시아군 움직임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바이든이 대화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겨우 한다는 게 추종세력 줄 세우기였다. 전쟁에서 뭘 노리는 건 없을까? 

70년이 넘게 싫든 좋든 간에 소연방이라는 한 제도 아래 동고동락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반목하면서 러시아의 안보에 결정적 위협으로 탈바꿈하는 짓은 패착 중 패착이다.

아무리 대내외 정세에 몰상식하다 해도 국가의 이익을 내팽개치고 외세의 농간에 놀아나서야. 신나치 극우세력을 앞세워 정권 연명에만 눈이 멀어서야. 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에게 던지는 값진 교훈이 있을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주변 강대국들 틈에 끼어서 우크라이나가 생존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운명이기에 더욱 우리가 동정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지구 위 모든 분쟁 뒤에는 미국이 배후에 있었다는 걸 누가 부정하겠나.

우크라이나가 좋은 예다. 외세는 민중봉기와 쿠데타까지 조종한다. 물론 경제 원조와 무기 지원도 동원된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두려워한 미국은 5.16, 12.12 군사쿠데타까지 조종했다. 그래서 30년 넘게 군홧발에 짓밟히며 암흑의 세월을 보냈다.

지나간 일이지만 고르바초프-레이건의 약속대로 나토가 해체됐다면 이런 전쟁의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토의 동진 확장에 러시아가 안보를 우려하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러시아 지상군 진격이 개시되자 젤린스키는 가장 먼저 바이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미 지상군의 파병과 전쟁 무기를 기대했으나 바이든은 말이 없었다. 대실망이라고 고백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우선 무장 해제를 하고 외부 세력의 지원과 간섭을 철저히 분쇄하겠다고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br>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젤린스키가 미국에 먼저 전화를 할 게 아니라 푸틴과 먼저 접촉했어야 옳다. 민스크 협정 준수를 천명하고 푸틴과 휴전 협상을 즉각 개시를 우선으로 해야 했다. 윤석열 국힘당 대선 후보도 경선 당시 북침 전쟁이 작전계획 5015에 의거 벌어지면 미국에 가장 먼저 전화를 걸겠다고 했다.

윤 후보와 젤린스키는 미국의 지시를 먼저 받는 충신들로 보인다. 뼛속까지 친미예속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라의 지도자는 전쟁을 반대하고 무고한 백성을 절대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무조건 전쟁 중단이 우선순위라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국힘당 후보는 사드 추가배치요, 선제타격이요 하면서 전쟁을 벌이지 못해 환장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고 있으니 적은 문제가 아니다.

푸틴은 젤린스키가 미국의 꼭두각시이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식민지라고 부른다. 62년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로 케네디 대통령이 미소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소 핵전쟁은 일보 직전에 극적으로 타결된 바 있다. 또, 2017년 성주 사드 배치로 안보 위협을 느낀 중국이 경제보복을 했다. 미국을 위한 것인데 미국은 모르쇠로, 피해는 한국만...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중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해선 안 된다는 건 이중기준이고 불공정한 평가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젤린스키에게 있다. 물론 교묘한 고차적 외세의 농간도 문제라고 지적될 수 있다.

그(젤린스키)가 현명했다면 자주와 주권을 억세게 틀어쥐고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면서 나라의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한편,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으로 푸틴을 때려눕히려다가, 그만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말과 같이 ‘국익을 앞세운 실용적 융통성 있는 외교’를 펼쳤어야 옳다. 52개 소수민족을 가진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참고했다면 우크라이나에 분리 독립운동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중소 분쟁에서 어느 일방에 달라붙질 않고 균형외교 실용외교를 펼치면서 주권국가의 위상을 고수했던 김일성 주석의 현명한 외교술을 참고했다면 오늘의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주를 상실하면 외세의 눈치나 보고 할 말도 못 하는 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터득한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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