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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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1.01.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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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랬지. 삼팔선으로 나라가 두 쪽이 날 때는 해도... 그런데, 분단이 되고 동족이 서로 죽이는 전쟁을 치르고 나서부터는 철천지원수가 되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을 했다. 온갖 살상 무기를 만들다 못해 핵무기까지 만들어 온통 남과 북이 무기 창고가 되다시피 됐다. 무기를 만들고 군인을 두고 나라를 지키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 내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 먹고살기 바빠도 세금은 내야 하는게 국민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거기까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거기 까지만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의 눈에는 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일까? 삼팔선만 보이는게 아니라 삼팔선을 왜 누가 만들었는지 삼팔선이 있어야 좋은 사람, 아니 없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살팔선은 왜 만들었는지... 나는 왜 가난하게 사는지... 경제가 어려우면 불경기니까, 지니계수가 어떻고 하며 내가 못나고 못 배웠으니 가난하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시당하고 험한 밥, 험한 잠자리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내탓이요, 내탓이오..’라고 가슴을 치면서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살아도 그게 다 ‘내 탓이요’,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해! 조금만 많이 보면 “너는 왜 사람이 삐딱하게 생각해! 빨갱이 아니야?” 이런 비난이 쏟아진다. 빨간색만 보면 빨간 칠만 당하면 그는 상종 못할.... ‘요 주의 인물’이 되어 신세 조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인데. 나만 편하고 우리 가족...만 별일 없으면... 내가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쩌랴!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닥치니까 ‘나만...’ ‘우리 거족만...’이 아니라는 게 확실한데... 우리는 보이는게 그게 끝이다. 삼팔선만 보이는 사람들,... 그런데 세상은 동서분단도 모자라 빈부가 양국화되고, 남녀로, 외모로, 학벌로, 두쪽 세쪽 네쪽...으로 끝없이 분단되고 있는데...나는 왜 내 눈에는 왜 시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안과에 라도 가 봐야 할까?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남주 -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야 마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가까이는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 안 짓고 혼줄 나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게는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졸라 맨 허리에도 있고

제 노동을 팔아

한 몫의 인간이고자 고개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휘여진 등에도 있다

 

높게는

그 허리 위에 거재(巨財)를 쌓아올려

도적도 얼씬 못하게 가시철망을 두른

부자들의 담벼락에도 있고

그들과 한패가 되어 심심찮게

시기적절하게 벌이는 쇼쇼쇼

고관대작들의 평화통일 제의의 축제에도 있다

 

뿐이랴 삼팔선은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그들이 보낸 구호물자 속의 사탕에도 밀가루에도

달라의 이면에도 있고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 하고 동포여 동포여

소리치며 질서의 이름으로

한강을 도강(渡江)하는 미국산 탱크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침묵의 벽

그대 가슴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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