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 칼럼] 2019 결산, ‘새로운 길’ 자초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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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칼럼] 2019 결산, ‘새로운 길’ 자초한 미국
  •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12.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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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가고 2020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한반도는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에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

​올 한해를 돌아보며, 북한은 왜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자.

정말 가지 않으려 했던 ‘새로운 길’

​북한은 애초에 ‘새로운 길’을 가지 않으려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처음 언급했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을 끝까지 적대한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매우 완곡하게 표현하였다.

#1. 하노이 회담에서의 통 큰 제안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때 미국에 정말 통 크게 양보하려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미국이 민수 분야 대북제재를 해제하면 영변에 있는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제안했다.

애초에 제재 해제와 핵시설 폐기는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경제조치와 군사조치가 서로 동등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제재는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지만, 핵시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 영변 핵시설을 직접 참관한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의 제안에 대해 “영변 일체를 제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매우 큰 제안(Big deal)”이고 “거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중반 6자회담 대표이기도 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제안을 수용했어야 한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을 안타까워 했다.

​국내에서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경제 제재 해제와 교환하자고 한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제안”이라고 말했고,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이 영변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과장되고 악의적이며 음모론적”이라고 지적했다.

#2. 판문점 회동을 받아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6월 30일 깜짝 남북미 정상 회동에도 응했다. 당시 트럼프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트럼프는 북한과 조율도 되지 않은 채 트위터 하나만 날리고 판문점으로 향했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주었다.

​그때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주면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그런 계속 좋은 일들을 만들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그런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으로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 개선의 동력을 마련하고자 인내심 있게 트럼프를 존중하고 배려해준 것이다.

‘새로운 길’을 자초한 미국

​그런데, 미국은 북미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북한의 노력을 무시했다.

#1. 회담에서 일방적인 요구만 한 미국

​가장 먼저 미국은 북한의 양보에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깼다. 미국은 스스로도 억지라는 걸 아는지 북한이 제재를 모두 해제하라고 요구했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미국의 행태에 대해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며 북한을 적대하지 않는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와야 한다고 미국에 촉구했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켜놓고도 북한에 회담하자고 줄기차게 졸라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월 26일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마치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온 듯 이야기했다. 그 결과 10월 5일 실무협상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이 ‘영변 비핵화+알파(α)’를 하면 ‘석탄과 석유 수출 제재를 3년간 보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 제안보다도 후퇴한 방안이었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고작 제재를 보류하는 대가로 핵시설을 폐기하겠는가. 실무협상은 즉각 무산되었다.

#2. 1년 내내 지속한 한미합동군사훈련

​그 사이 미국은 북한을 향한 적대정책을 끊임없이 해 왔다. 대표적인 대북적대정책인 한미합동군사훈련도 계속됐다. 애초 트럼프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에 연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포기했다’고 발표했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북한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말과는 달리 올해 내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3월에는 19-1 동맹 훈련(옛 키리졸브 훈련)을 강행했고 4월에는 한미연합공중훈련(옛 맥스선더 훈련)을 2주간 실시했다. 여름에 하던 옛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도 북한의 반발에 이름을 정하지 못했지만 결국 ‘이름 없는 훈련’으로 진행했다.

​11월에는 미국이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북한의 반발에도 강행하려 했다. 북한의 반발에 끝내 포기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뒤편에서는 군산공군기지에서 북한 건물을 습격하는 한미 특수부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미국은 11월에 진행한 특수부대 합동훈련을 12월 16일이 돼서야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특수부대 합동훈련을 굳이 이 시점에 공개한 것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에 ‘새로운 계산법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연말 시한’ 앞두고 대북적대정책에 더욱 열 내는 미국

​그러는 사이 연말이 다가왔다. 미국은 시한이 다 되었는데도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2월 20일 북한에 대해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월 8일 “북한이 적대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위협 발언을 했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은 전쟁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행동으로도 대북적대행위를 적극화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에서도 12월 11일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자며 안보리를 소집했다. 2017년 말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11월 한미 특수부대 합동훈련을 진행했으며 12월 20일부터 현재(23일)까지 한반도 상공에 EP3-E 해상정찰기, E-8C 지상감시 정찰기, 로켓발사 신호를 수집하는 RC-135W, RC-135S를 띄우고 있다.

​리태성 북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12월 3일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미국에 경고했었다.

​미국의 행보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아예 거부하고 북미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은 2018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이 1년 6개월 동안이나 관계 개선을 거부한 탓에 대화를 통한 평화실현은 실패로 끝났다. 미국은 끝끝내 대결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 실현을 거부한 책임을 단단히 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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