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노인들 1000년 된 돌다리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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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 노인들 1000년 된 돌다리를 건너다
  • 김철홍 자유기고가
  • 승인 2024.05.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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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자유기고가
김철홍 자유기고가

묘판의 모가 싹이 터서 모가 한창 자라는 입하(立夏)를 몇일 앞두고 노년을 그야말로 불사르는(?) 네명, 도합 280살이 넘는 무게있는 분들과 트레킹으로 충북 진천 세금천에 놓인 1000년 역사의 돌다리인 ‘농다리’를 찾았다. 평일인데도 예상과 달리 많은 인파로 주차장의 공간은 여의치 않았다.

지차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투자하고 애쓴 흔적이 10여 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완연한 봄 날씨와 어우러져 트레킹하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코스는 세금천 농다리를 건너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자연생태 교육관 인근에서 시작해 초평호를 바라보며 한 바퀴 돌아오는 비교적 가벼운 둘레길이었다.

1000년 된 돌다리 농다리
1000년 된 돌다리 농다리

농다리는 1000년 전인 고려초 임장군이 세웠으며, 붉은 돌로써 음양을 배치하여 28수에 따라 28칸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총 길이는 95m 정도이며, 사력알질의 돌을 물고기 비늘 모양처럼 쌓아 올려 교각을만든 후, 긴 상판석을 얹은 형태다.

견고하여 장마에도 유실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근대기 이후 다리 공사를 부실하게 해서 장마가 아닌 데도 무너지거나 장마에는 연례행사처럼 유실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걸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농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 농다리를 지나는 하천과 더불어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되어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인정받은 명소다. 충남 청양의 장곡사 벚꽃길과 예당저수지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된 것처럼 말이다.

바리바리 싸온 정성이 담긴 오찬
바리바리 싸온 정성이 담긴 오찬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 시장기가 돌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인적이 드문 쉼터에 신문지 깔고 정성스레 바리바리 싸온 음식으로 그 어디서 먹기 쉽지 않은 오찬을 즐겼다. 평소보다 과식이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우리나라에서 주탑이 없는 출렁다리 중 가장 긴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시원한 초평호 주변 아름다운 경관을 맑은 공기와 함께 눈·코 호강을 누렸다. 마침 출렁다리가 개통된 지 20여 일 밖에 안됐다는 얘길 듣고 다들 “행운이다.

정말 오길 잘했다.”면서도 흔들리는 다리 난간을 꼭 잡고 옆에 계시지도 않은 “아이고, 엄마야!”를 반복한다. 무서워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이 아마도 그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서인가 보다.

초평호수가의 송진가루가 예술이다
초평호수가의 송진가루가 예술이다

참, 여기서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초평호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청룡이 누워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명명하게 됐단다. 그리고 309는 출렁다리 길이 309m이고.

틈만 나면 추억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포즈의 모델이 되어 스마트폰 사진 촬칵, 촬칵 …·. 평소보다 잘도 웃는다.

손 흔들어 환영하는 강태공
손 흔들어 환영하는 강태공

초평호를 따라 계속되는 둘레길 트레킹은 힘든 줄 모르고 호수에서 배를 탄 강태공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환영한다. 우리도 고기 많이 낚으라고 답례로 엄지척했다. 이게 사람 냄새 나는 세상 아니던가.

부여에서 오신 분들하고
부여에서 오신 분들하고

이곳에 와서 보니 젊은이들보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보였다, 필자도 부여에서 오셨다는 분들과 담소도 나누고 같이 사진도 찍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노인 1천만 시대, 초교령 사회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다소 실감할 수 있었다.

급격한 저출생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문을 닫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급증하는 대신 노인을 돌보는 요양기관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사회적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사실에 무척 가슴 아프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 노인 문제가 개인을 떠나 국가적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그 주인공은 누구도 아닌 우리 노인, 주체인 당신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더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자식 낳고 살아도 늙으면 다 독거노인 되는 거고. “옆집 아무개네는 항상 의사 아들, 교사 딸 자랑하지만 혼자 외롭게 살더라.”는 흔히 보고 듣는 얘기가 됐다.

이번 둘레길 탐방에 동행한 분들은 자신의 건강관리나 자존감을 위해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범적인 노인 청년들이라고 생각한다. 미르 숲의 피톤치드 흠뻑 마시면서 정서연금도 받고 맛난 오찬에 그 무엇이 부러울까. 또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추억의 배낭 속에 짊어지는 힐링 덕분에 10년은 젊어졌다고 싱글벙글하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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