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삭발을 쇼로 타락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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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삭발을 쇼로 타락시키지 말라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9.09.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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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언론, 쇼의 동반자까지…

【팩트TV-이기명칼럼】지잉~ 지이잉~ 머리 위를 오가는 이발기계 소리. 검은 머리카락이 신발 아래로 떨어진다. 잠시 후 만져보니 빡빡머리.

군대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모를 것이다. 논산훈련소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삭발이다. 담마진 같은 질병으로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 머리가 조금만 자라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개똥아. 머리 깎아!’ 얼마나 아끼는 머리인가. 지금 청소년들은 알 수가 없다.

요즘 삭발이 유행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삭발했다. 줄줄이 빡빡이다. 한데 남자들은 그렇다 치고 여성들이 삭발하니 기분이 묘하다. 이언주는 삭발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군다. 저게 무슨 짓인가. 나경원이 언제 할지는 궁금하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傷 孝之始也)

공자님의 말씀이다. 몸과 머리털,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9월 16일 청와대 앞에서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머리를 빡빡 깎은 것은 ‘공개불효’를 한 셈이라고 할까. 좌우간 대단한 남자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한국당 의원들이 삭발 행렬에 참가할까. 거울을 보면 스스로도 한심할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정치 참 더럽게 한다고 말이다.

고종 32년(1895) 11월 17일 김홍집 내각(金弘集 內閣)은 일본의 압력으로 백성에게 단발령(斷髮令)을 내렸다. 고종이 먼저 머리를 깎았고, 뒤이어 대신들도 머리를 깎았다. 백성들이 들고일어났다. 머리를 깎느니 차라리 목을 베라고 했다.

 

삭발이 쇼로 전락할지 그들이 어찌 알았을까. 쥐나 개나 삭발이다.

지난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 - 팩트TV 영상 캡처)

 

■ 황교안 왜 머리를 깎는가

황교안에게 묻고 싶다. 자신이 공안검사 출신이니 잘 알 것이다. 민주주의가 탄압받고 인권이 박살 나던 박정희·전두환 독재시절, 민주인사들은 달리 저항의 방법이 없었다.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단식과 삭발이었다. 실제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투쟁은 성과가 있었다.

다시 황교안에게 묻는다. 지금 황교안이 억압받고 있는가. 한국당이 탄압을 받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민주주의 탄압인가. 민주주의가 탄압을 받아서 국회의사당에 벌렁 나자빠져 추태를 부렸는가. 탄압에 대한 정당한 투쟁이기 때문에 경찰 소환에도 불응하는가.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한다. 무슨 얼굴로 삭발을 하는가. 대답을 못 할 것이다.

김문수도 삭발했다. 박정희 독재시절 그는 민주투사였다. 치열하게 투쟁했다. 농구화 신고 가방에다 노동 관련 책을 팔러 다녔다. 노무현 후원회 사무실에도 들렸다. 두 손 꼭 잡고 격려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명분이 있어야 한다. 황교안은 설사 자신이 공안검사 출신이라 할지라도 한국의 정치지도자다. 제1야당의 대표다. 앞치마 두르고 삭발할 몸이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연호를 하는데 취했는가. 류여해 같은 여자가 무릎 꿇고 호소하는데 감동했는가. 그 정도로 분별력을 상실했는가.

 

■ 기레기는 언제까지 날아다닐 거냐

기레기들도 기억은 할 것이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시절 선배들이 어떻게 탄압을 받고 고통을 당했는지 말이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나 보안사(현 국군기무사령부)에 잡혀가 주리를 틀리고 반죽음이 되었다. 골병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기레기들도 존경하는 송건호 선생은 내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다. 딸의 주례까지 서 주신 선생님이 고문 후유증으로 정상을 상실하셨다. 나를 보고 누구시냐고 물으실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물을 쏟는 것뿐이었다.

양심이란 무엇인가. 때로 사라지는 것 같아도 가슴 저 밑바닥에서 숨을 쉬고 있다. 요즘 삼태기로 퍼 나를 정도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기레기들도 양심은 있다. 기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양심이다.

조·중·동을 보면서 슬픈 것은 자신들이 쓴 기사를 보며 슬퍼할 그들의 양심이다. 저렇게 변한 원인이 무엇인가. 잘못된 정치 때문이다. 잘못된 언론 때문이다. 서로가 도와가면서 세상을 망치고 있다.

아무리 아니라 해도 검찰이 흘리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온갖 설들은 ‘의혹’ ‘정황’이란 이름으로 사실처럼 보도된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뇌리에 박히는 것은 무엇인가. 조국이 죄인이라는 낙인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조국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나는 사모펀드가 뭔지 모른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물었다. 자세하게 물었다. 그 역시 거기서 거기다. 국민이야 더 말해 뭘 하겠는가.

조국 관련 기사는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이 없다. 이러다가 세상에 온갖 범죄는 모두 조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될 것 같다. 지금 돌아가는 것이 그렇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을 끌어다 댄다. 저것이 안 되면 또 다른 것으로 엮는다.

검증해야 할 언론은 그냥 받아쓰기만 하면 된다. 실탄 공급해 주니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것이다. 누가 총알을 맞는가. 국민이다. 옳고 그름을 판별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가짜뉴스에 그냥 침몰해 버리고 만다.

기레기들은 편안한가. 독 묻는 실탄은 바로 기레기들의 양심도 관통한다. 세상에 오물을 쓸어버리는 청소기가 언론이거늘 스스로 오물의 구덩이에 빠져 종말을 고한다. 이들 언론과 기레기를 위하여 어떤 조종을 울려야 하는가. 한국언론과 기레기를 위해 종은 울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에서 농성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미지 - 팩트TV 영상 캡처)

 

■ 광화문광장의 한국당 의원

2019년 9월 19일 한낮.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데 젊은 청년이 홍보물을 준다.

‘문 정권의 추악한 조국 임명 카르텔’

자유한국당 홍보물이다. 젊은 친구와 말을 나눴다. 왜 조국이 파면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우물우물. 홍보하려면 나름의 합리적 논리와 소신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역시 우물우물. 당원이냐니까 그렇단다. 교육도 안 받느냐니까 또 역시 우물우물.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은 국회의원 배지가 보인다.

두 명이다. 하나는 곽상도. TV에 나와 얼굴이 익다. 또 하나는 모른다. 이름을 물으니 대구 달성 출신의 ‘추 모모’란다. 홍보물을 보이며 내 신분을 밝혔다. 얼굴빛이 달라진다. 왜 조국이 파면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역시 우물우물. 잘못 걸렸다는 표정이다.

배지 달고 광화문에 나왔으면 국민을 설득시킬 합리적 논리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59명 의원이 경찰소환에 왜 응하지 않느냐고 했다. 우물우물. 왜 지나는 국민 피곤하게 만드냐고 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몰린다. 낭패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곽상도는 아예 저만치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이라는 말에 기가 죽은 게 분명하다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오늘 스트레스 확 풀었다.

 

■ 한국당과 언론은 들어라

한국당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하다. 문재인 정권이 망하기만 하면 된다. 자신들이 집권할 것 같은가. 그런거 상관없다. 그냥 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빨갱이가 되고 정신질환자가 된다. 국민은 정신질환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의사 출신이라는 한국당 의원이 한 말이다.

전광훈이란 목사는 '청와대 진입 순교자'를 모집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원들의 실탄을 받아서 순교하실 분, 목숨을 내놓으실 분(을 모집한다)"한다며 "피를 흘림이 없이 무슨 혁명이 있겠느냐. 내가 제1호로 죽겠다"고 밝혔다.

어떤가. 한국당은 한 마디쯤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언론은 진짜 가짜 가리지 않고 보도만 하면 되는가. 정치는 적을 쏴 죽이는 살인행위가 아니다. 기레기는 언론이라는 자부심이 있는가. 검찰이 흘리면 언론은 쓸어 담는다. 흘리면 담고 또 담고 국민은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 신음한다. 오늘의 한국 현실이다. 어떤가. 정치는 원래 그런 인간들이라 하고 기자들도 그런가.

유신독재 시절에도 이렇지는 않았다. 언론의 저항이 치열했다. 목숨도 잃었다.

그렇게 찾은 언론민주화고 언론자유다. 지금은 어떤가. 언론자유인가 언론방임인가. 지금은 언론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더 누릴 자유가 없을 정도다. 복에 겨워서 기레기가 되었는가. 이제 그만 하자. 언론의 본령으로 돌아가자. 정치도 같다. 존경받는 정치 좀 해 보자.

 

■ 국민은 칭찬해 주고 싶다

민심은 어떤가?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한다. 아니다.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이 있다. 전과 10범과 3범은 다르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 것이다. 정치를 바르게 하자. 잘하면 칭찬받는다. 검찰도 공정하면 욕 안 먹는다. 언론도 공정하면 국민이 업고 다닐 것이다.

이해찬 대표가 말했다. 여기 있는 분 중에 7명 정도가 국민의 칭찬을 들을 것이라고. 농담으로 듣지 말라. 잘 하면 칭찬 듣는다. 욕먹어서 배부르지 않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거 믿지 말라.

삭발을 쇼로 타락시키지 말라. 국회의원들 삭발하는 꼬락서니 정말 꼴불견이다. 처자식들에게 물어 보라. 물어 볼 용기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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