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⑦ ‘박재벌’, 검찰 묵인하에 수십억 부당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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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 ⑦ ‘박재벌’, 검찰 묵인하에 수십억 부당 수익
  • 뉴스타파 심인보
  • 승인 2019.09.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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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타파]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⑤ 검사 위해 의뢰인 넘긴 전관 변호사

⑥ 검사 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 범죄 덮였다

[특집] 조국은 모르는 '떡검' 이야기 (feat.제보자X)

⑦ ‘박재벌’, 검찰 묵인하에 수십억 부당 수익

 

뉴스타파는 지난 <죄수와 검사> 6편에서, 검찰이 일명 ‘박재벌’로 불리는 검사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 혐의를 덮어준 정황을 추적해 보도했다. 그렇다면 검찰이 덮어준 박수종의 금융범죄 혐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오랜 취재 끝에 박수종이 연루된 금융범죄 혐의를 포착했다. 2014년 서울 중앙지검이 수사했던 사건이다.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사기대출’, 즉 KT ens 사건. 뉴스타파는 당시 피의자들이 불법 대출금으로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해 검찰이 석연찮은 이유로 수사를 덮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 사이 박수종은 이 회사를 인수했고, 이후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대출금 140억 원 들어간 회사, 검찰이 덮었다”

죄수의 신분으로 서울 남부지검의 금융범죄 수사를 도왔던 제보자X, 그는 서울 남부 구치소에서 유명한 금융 사기범들을 많이 만났다. 남부지검은 이른바 금융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대출 사건’으로 불렸던 KT ens 사건의 주범 서정기였다. KT ens 사건이란, KT의 자회사인 KT ens에 휴대전화 액세서리, 즉 충전기나 케이스 등을 납품하던 여러 하청업체들이 허위 매출 채권을 꾸며낸 다음, 이 매출 채권을 근거로 금융권에서 사기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2014년 초 적발될 때까지 5년여 동안 누적된 사기대출 액수는 무려 1조 8천억 원, 사건이 터지자 은행들은 일제히 채권 회수에 들어갔지만 결국 회수하지 못한 채권이 2천 9백억 원에 달한다.

서정기는 허위 매출을 근거로 대출을 받아낸 하청업체 ‘중앙티앤씨’의 대표였으며 2014년 2월 구속됐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돼 20년 형을 받았고 지금도 구치소에 복역 중이다. 제보자X는 구치소에서 서정기와 만났다. 서정기는 자신의 구속 뒤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까지 털어 놓으며 제보자X와 인간적으로 신뢰하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어느날 서정기가 제보자X에게 고민을 하나 털어 놓았다. 사기대출을 통해 마련한 돈, 즉 불법 대출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하나를 인수했는데 자신이 구속된 뒤에 누군가가 그 회사를 빼앗아 갔고, 이런 사실을 검찰에 얘기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박수종이 개입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에서 김형준 검사를 위해 돈 심부름 등을 했던 바로 그 박수종이 놀랍게도 이 사건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6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검사 출신인 박수종 변호사는 M&A 등에 관여하며 큰 돈을 벌어 주식시장에서 ‘박재벌’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검찰 덮은 사건 기자도 쉽게 확인...“불법 대출금 맞다”

서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지난 몇 달 동안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서정기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의 주장을 검증했다.

서정기가 불법 대출금으로 인수했다고 지목한 코스닥 상장회사의 이름은 ‘다스텍’이다. 이 회사는 서정기 구속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사명도 ‘플레이텍’ (2014.3.31), ‘로켓모바일’ (2015.1.7), ‘서울리거’ (2016.6.10) 순으로 바뀌었다. 현재 이름은 ‘서울리거’다.

‘서울리거’의 공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서정기가 불법 대출금으로 회사를 사들였다고 주장한 2010년 5월, 회사의 주인이 바뀐 것은 사실이었다.

새로운 경영진이 지분 15% 가량과 경영권을 사들이는데 든 인수 대금은 140억 원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경영진, 인수자 이름에는 서정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아이앤제이 네트워크’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아이앤제이 사모펀드 1호’였다.

서정기 본인 명의가 아니라 사모 펀드 명의로 회사를 인수한 것에 대해 서정기는 “자금 출처에 대한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일부러 복잡하게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즉, 서정기와 대출사기의 또 다른 주범 전 모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하나 사들인 뒤, 여기에 대여 형식으로 돈을 집어 넣은 다음, 페이퍼 컴퍼니가 출자를 해 아이앤제이라는 이름의 사모펀드를 만들고, 바로 이 사모펀드를 통해 다스텍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서정기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확인했다. 이 페이퍼 컴퍼니(프리게이트)의 지분은 서정기와 그의 측근이 49%, 공범 전 씨와 그의 측근이 49%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2%의 지분은 다스텍의 대표였던 김백철 씨의 아내 지 모 씨가 갖고 있었다. 즉, 페이퍼 컴퍼니를 서정기와 공범이 사들인 것은 확인이 됐다.

사모펀드의 운용사였던 자산운용사를 찾아가 다스텍 인수 자금이 결국 서정기의 불법 대출금이 맞는지 물었다. ‘아이앤제이 투자자문’의 한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부정 대출금은 맞다. 그러나 당시에 우리는 그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자산 운용사가 사전에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다스텍의 인수자금이 불법 대출금이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검찰이 덮은 사이… '박재벌' 아내가 회사 인수

그런데 2014년 2월, KT ens 사건이 터지고 서정기가 구속되자 다스텍은 불과 1달 만에 다른 사람에게 매각됐다. 당시 구속 상태로 서울 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서정기는 다스텍이 매각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을 수사하던 안병수 검사에게 다스텍을 수사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검사인 안병수 검사에게 다스텍은 대출금으로 인수된 회사이며, 피해자인 은행에 갚으려면 다스텍 뿐이며, 대출 공범이었던 김00이 다스텍을 매각하려고 하니 막아달라고 제가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검사는 우리는 돈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라고 하였고 수사관은 옆에서 ‘서정기 씨가 시켜서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KT ens 사건 주범 서정기 편지 중)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서 사실을 밝혀냈더라면 다스텍을 사들이는데 들어간 불법 대출금을 회수해 은행들의 피해를 보전할 수 있었다는 게 서정기의 주장이다. 서정기는 왜 검찰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을까. 서정기는 그렇게 해서라도 피해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다스텍을 인수한 당사자 중의 한 명이 바로 박수종 변호사의 아내였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정기가 구속되고 불과 한 달 뒤인 2014년 3월에 다스텍은 새로운 경영진에게 인수가 됐는데, 당시 다스텍을 인수한 것은 서로 특수관계인으로 신고가 됐던 김 모 씨와 정 모 씨였다.

김 씨는 17억 원으로 다스텍 지분 13.5%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고, 정 씨는 16억 원으로 12.7%의 지분을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는데, 2대 주주에 등극한 정 씨가 바로 박수종의 아내였다. 만약 박수종의 아내 정 씨 이름으로 신고된 지분이 사실상 박수종의 것이었다면, 이는 불법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

박수종의 아내 정 씨의 특수관계인으로 1대 주주가 됐던 김 씨는 2년 뒤인 2016년 3월과 4월, 본인이 보유한 지분을 47억 원 가량에 매도했다. 만약 박수종의 아내 정 씨도 주식을 같은 시기 비슷한 가격에 팔았다면 2년 만에 28억 원 정도의 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의 차익을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차례 감자와 증자를 거치면서 정 씨의 지분이 5% 미만으로 희석돼 공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박수종의 아내 정 씨와 함께 특수관계인으로 다스텍 지분을 사들여 1대 주주가 된 김 씨는, M&A의 귀재라고 불리는 라이브플렉스 김병진 대표의 친형이었다. 이 두 사람이 특수 관계인이 된 이유는 ‘KP 파트너스’라는 법인을 만든 뒤 각각 이사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KP 파트너스’의 K는 김병진, P는 박수종이라는 이름의 이니셜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수사 기밀 유출해 ‘박재벌’ 도왔나

그럼 박수종 변호사, 정확하게는 그의 아내 정 씨는 어떻게 해서 다스텍 지분을 인수하게 됐을까. 서정기는 제보자X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다스텍) 인수자들이 박수종을 변호사로 선임하였는데, 박수종이 ‘담당 검사가 연대 상대 동문이라, 검사에게 다스텍은 KT 대출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부채없는 좋은 회사인데 본인(박수종)이 인수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인수하려던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KT ens 사건 주범 서정기 편지 중)

즉 서정기가 들었다는 얘기에 따르면 다스텍을 인수하려던 김병진 측에서 박수종을 변호사로 선임했는데, 박수종이 자신의 대학 후배였던 검사를 통해 다스텍이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아낸 뒤 본인이 직접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김병진 대표의 형과 박수종의 아내가 나란히 다스텍의 1대 주주와 2대 주주에 등극한 것은 양측의 타협의 산물일 가능성이 있다.

서정기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수사 검사가 ‘다스텍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수사 기밀을 박수종에게 유출했고, 이 수사 기밀을 이용해 박수종은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수십억 원의 이득을 봤다는 말이 된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안병수 검사에게 현재 주 네덜란드 대사관에 파견 중이다. 뉴스타파는 안병수 검사에게 주범 서정기의 자백에도 다스텍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박수종과 평소 친분이 있는지, 박수종에게 다스텍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지 묻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안 검사의 대답을 듣기 위해 주 네덜란드 대사관에 여러 차례 전화해 통화를 요구하고 전화를 부탁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불법 혐의 ①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

박수종 변호사가 다스텍 주식과 관련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됐다.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과 주식담보 대출을 이용한 주가조작 혐의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에 따르면, 박수종은 2015년 5월 18일 다스텍의 (당시 사명은 로켓모바일) 주식 54만 주를 담보로 23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전인 2015년 4월 16일에는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라는 회사가 역시 다스텍 주식 100만 주를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금리는 7.5%, 비슷한 시기 다른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다른 차주들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싼 금리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라는 회사는 사실상 박수종의 회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 모 씨는 박수종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박수종의 계좌 내역에 따르면 박수종은 2015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 직원에게 9천여만 원을 송금했는데, 대표이사를 맡긴 대가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박수종의 계좌내역에는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의 법인세 3억 원을 낸 내역도 남아있었다. 자신의 회사가 아니라면 박수종이 법인세를 낼 이유는 없다.

셋째,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는 2016년 6월 다른 법인으로 조직 변경을 하면서 해산하는데, 새로 만들어진 법인에는 박수종의 아내 정 씨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만약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가 박수종의 소유라면, 2015년 4월에서 5월 사이 박수종이 보유하고 있던 다스텍(당시 로켓모바일) 주식은 154만 주로, 당시 총 발행주식 1,680만주의 8.5%에 이른다.

그러나 당시 공시 자료 어디에도 박수종이나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이 자체 만으로도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자는 5일 이내 공시해야 한다”는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 즉 현행법 위반이다.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은 단순히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 돈의 진짜 주인과 흐름을 숨기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은 무자본 M&A나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불법 혐의 ② 주가조작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박수종 변호사와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가 주식담보 대출금으로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박수종과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가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을 당시 주가의 흐름을 보자.

2천 원 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는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가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4월 16일을 전후해 급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박수종이 대출을 받은 5월 14일 이후 또 한차례 급등해 두 달 뒤인 7월 20일에는 최고가인 9,140원을 기록한다.

당시 주가가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다스텍(당시 로켓모바일) 측에 주가 급등의 이유가 따로 있는지 조회공시 요구를 했고 이에 대해 다스텍(당시 로켓모바일) 측은 따로 공시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즉 주가가 오를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서울 남부지검에서 다수의 금융범죄 수사를 도왔던 제보자X는 대출 시점과 주가의 흐름을 봤을 때 주가조작의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이른바 ‘총알’, 즉 주가조작의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대출금을 여러 주가조작 세력, 이른바 ‘주포’나 ‘선수’들에게 빌려준 다음 이들 간의 자전 거래나 허위 매도, 매수를 통해 주가를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주식담보 대출금을 주가조작에 썼다’는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그 진위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수종 변호사의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7월 대량 보유 보고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약식 기소 했을 뿐이다.

제보자X는 “대출금은 어느 계좌에 들어왔는지 정확하게 특정이 되기 때문에 자금추적만 하면 주가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기법 상으로는 이미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이라는 현행법 위반 혐의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을 하면 추가적인 범죄를 밝혀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는 금융범죄 수사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수종과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54만 주를 저점인 3천 원에 매수해 고점인 9천원에 매도했다면, 차익은 대략 90억 원, 대출금 43억 원을 갚고도 40억 원 이상의 차익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타파는 박수종의 은행 계좌 내역에서 이같은 시나리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 증거도 발견했다. 주가조작 의심 시기, 즉 2015년 5월부터 12월 초 사이에 ‘스튜어트마어 앤 컴퍼니’가 박수종의 개인 계좌로 31억 원 가량을 송금한 내역을 발견했다. 주가조작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회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뉴스타파는 박수종 변호사에게 위 사항들에 대해 물었다. 박수종의 자택과 회사에 등기 우편을 보내고, 박수종의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의 양 모 변호사에게도 질의서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수사 덮은 검찰...배후에는 누가?

박수종 변호사가 다스텍을 통해 수십 억의 이득을 챙긴 배경에는 최소 네 차례에 걸친 검찰의 묵인과 협조가 있었다.

2014년 2월, 주범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다스텍을 수사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다.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스텍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수사기밀을 박수종에게 귀뜸해준 것이 두 번째다.

2015년 11월 김형준 검사가 남부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단장으로 재직할 당시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박수종의 금융범죄 혐의를 봐준 게 세 번째다. 2016년 9월 김형준 검사 스폰서 사건이 터진 뒤 대검 감찰본부가 직접 박수종을 조사하면서 금융범죄 혐의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약식 기소를 한 것이 네 번째다.

검찰이 박수종을 봐준 정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죄수와 검사> 6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박수종은 4가지 금융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검찰은 그 가운데 1건을 불기소 했고 3건을 약식 기소했다. 오늘 뉴스타파가 보도한 다스텍 관련 금융범죄 혐의는 약식 기소된 3건 가운데 1건일 뿐이다.

박수종 변호사는 대체 어떻게 수많은 금융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피해왔던 것일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던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 한 명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이러한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초를 입수했다. <죄수와 검사> 8편에서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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