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② '죄수-수사관-검사'의 부당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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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 ② '죄수-수사관-검사'의 부당거래
  • 뉴스타파 김새봄
  • 승인 2019.09.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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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타파]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죄수가 불법적으로 검찰의 수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제보자X’만이 아니었다. <관련기사 : ①"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제보자X는 서울 남부구치소에 있으면서 자신처럼 검찰 수사에 관여하는 죄수를 본인을 포함해 3팀을 목격했다.

죄수 남00은 수사를 통해 구속을 많이 시킨 것으로 유명해 ‘남부구치소 저승사자’로 불렸다. 조 씨 성을 가진 두 명의 죄수는 팀을 이뤄서 검사 수사에 조력했다. ‘조 브라더스’라고 불렸다.

 

그런데 ‘조 브라더스’팀에서 사고가 터졌다.

사고도 대형 사고였다. 수사관 2명이 징역형을 받았고, 검사 1명은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 브라더스 2명도 추가로 징역형을 받았다. 뉴스타파는 감옥에 있는 조 씨와 편지로 접촉하고, 관련 판결문들을 입수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편의상 ‘조 브라더스’라 불렸던 두 명을 각각 ‘조 씨’와 ‘죄수A’라고 부르자. 원래부터 검찰 수사에 관여하던 죄수는 조 씨였다. 2015년 3월 조 씨는 서부지검 415호 검사실에 ‘출근’하다시피 하고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K’와 친분을 쌓았다. 구치소에서 조 씨는 검사실로 통하는 일종의 ‘다리’였다.

"거의 검사실에 출근하다시피 한단 말이에요. 가서 TV도 보고왔다, 전화도 쓰고왔다, 그러면 같은 재소자 입장에선 부럽잖아요. 검사하고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다고 착각하고. 그럼 재소자들 입장에선 저 친구한테 잘 보이거나 하면 감형이나 가석방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러다보면 실제로 부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제보자X/ 검찰 비리 제보자)

구치소에서 동료 죄수A가 조 씨에게 접근했다. 검사실을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죄수A는 자신을 고소한 사람과 관련된 제보를 하려고 했다. 앙갚음을 하고 싶었던 거다. 조 씨는 죄수A에게 수사관K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 이른바 ‘조 브라더스’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수사관K와 조 브라더스(조 씨+죄수A)가 서울서부지검의 한 조사실에 모였다. 수사관K는 죄수A가 제보한 사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 남부구치소에 만들어진 ‘언더그라운드 수사팀’ 조 브라더스. 수사관K는 이들을 이용해 죄수들에게 돈을 뜯어냈다.

 

그런데 수사관K는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사를 해야하는데 3천만 원이 모자란다.” 수사관K의 말이었다. 조 씨는 죄수A에게 요구를 들어주라고 종용했다. 죄수A는 수사관K의 요구에 응했다. 자신이 제보한 사건이 잘 조사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죄수A는 자신의 처에게 검찰청으로 돈을 가져오게 했다. 죄수A는 서부지검 여성아동조사실 407호에서 수사관 K에게 1천만 원 권 자기앞수표 3장을 직접 건넸다.

이렇게 죄수A도 수사관K와 친분을 쌓았다. 2016년 이번에는 죄수A가 또다른 죄수B를 수사관K에게 소개했다. 죄수B도 수사관K에게 본인 관련 사건을 청탁했다. 수사관K는 죄수B에게도 금품을 요구했다. “지인에게 빌려줄 2천만 원이 필요하다.” 죄수B도 처를 통해 마포의 한 식당 주차장에서 수사관K에게 천만 원짜리 수표 2장을 건넸다.

 

서부지검 415호실은 죄수 조 씨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조 씨는 수사관K와 사건 청탁을 원하는 죄수들의 다리 역할을 했다. 수사관K는 이 죄수들에게 돈을 뜯어냈다. 조 씨는 수사관K의 비호 아래 서울서부지검 415호실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했다. 수사관K는 조 씨를 수시로 검사실로 불러줬다. 음식을 시켜먹었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조 씨는 수사관K를 통해 다른 죄수들도 검사실로 불러들였다. 개인적인 이유였다. 조 씨가 “재소자 황00과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하자, 수사관K는 황 씨를 구치소에서 소환해줬다. 무려 79차례였다. “재소자 최00이 하는 세종 온천 관련 사업을 하려한다.”고 말하자, 수사관K는 최 씨를 소환해줬다. 최 씨는 17번 소환됐다.

수사관K는 조 씨의 부탁으로 소환한 죄수들에게도 향응을 받았다. 수사관K는 소환된 죄수 황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끝까지 가능한 곳을 준비해 달라."

수사관K는 황 씨로부터 2015년 8월, 강남구 삼성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225만 원의 향응을 제공받았고, 한 달 뒤 역삼동 인근의 또 다른 유흥주점에서도 역시 225만 원 어치의 접대를 받았다. 수사관K는 2017년 뇌물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6년 ‘조 브라더스’는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제보를 서울남부지검에 했다. 남부지검은 금융범죄 전담청이다. 남부지검 최희정 검사실은 조 브라더스를 수시로 소환했다. 조 브라더스는 수사에 깊숙이 참여했다.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조 브라더스 두 명은 최 검사실에 총 98번 소환됐다.

당시 남부구치소에는 홈캐스트의 실질적인 소유주 장 모 씨가 수감돼 있었다. 조 브라더스 중 조 씨는 장 씨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임무를 맡았다. 조 씨는 장 씨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조 씨는 장 씨에게 자백이 아니라 다른 것을 요구했다.

"죄를 덮어줄테니 23억 원을 달라."

조 씨의 말은 구체적으로 이랬다. “담당 검사는 성균관대 선배이고, 담당 수사관은 내가 직접 수사를 도와주고 있으니 선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수사관을 자처하는 조 씨에게 장 씨는 쉽게 설득 당했다. 결국 조 씨는 출소 전후로 장 씨의 돈 약 30억 원을 자신의 형사사건 합의금, 생활비,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추가로 23억 원을 건네받기로 약속도 받아냈다. 출소 이후 장 씨의 처를 찾아가 약속한 돈을 요구했다. 장 씨의 처는 23억 원짜리 수표까지 준비했지만 조 씨에게 보여주기만 하고, 남편의 사건이 해결되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장 씨의 처는 조 씨가 수사 기밀 자료를 보여줬고, 검사나 수사관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출소 이후에도 남부지검 최희정 검사실 수사에 계속 참여했다. 수사 기밀 자료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다. 불법적인 수사 기밀 유출이었다.

조 씨는 이렇게 사기행각을 벌이다 2016년 9월 결국 체포됐다. 조 씨를 체포한 것은 다름 아닌 최희정 검사실이었다. 최 검사 측은 조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그곳에는 2-3박스 분량의 수사 기밀 자료가 있었다.

 

최 검사실은 압수한 수사 기밀 자료를 임의로 파쇄했다.

하지만 압수목록에는 지출내역 등 일반적인 서류라고 적었다. 수사 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최희정 검사실의 박 모 수사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희정 검사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죄수들은 검찰 수사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검찰 수사관에게 민원을 청탁했다. 수사관은 다시 그 대가로 죄수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향응을 제공 받았다. 수사에 참여한 죄수들은 수사관 흉내를 내며 다른 죄수들에게 사기를 쳤다. 검사실은 죄수에게 수사 기밀을 제공했고, 죄수는 그 기밀을 이용 또다른 범죄를 벌였다. 돌고도는 먹이사슬.

▲ 검찰과 구치소 담장 사이로, ‘죄수-수사관-검사’의 부당거래 먹이사실이 만들어졌다.

 

검찰과 구치소에 ‘돌연변이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검사 입장에서는 굳이 자기가 발품 판다든가 노력하지 않고도 정보를 받을 수가 있고, 또 그 정보 중에서 괜찮은 사건이 있으면 수사 실적으로 올릴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수사에 참여한) 조 씨 같은 친구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다른) 재소자들한테 금품을 요구합니다. 왜냐면 죄수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신변의 모든 관할이 검사한테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런 사슬들이 계속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거고." (제보자X/ 검찰 비리 제보자)

취재: 심인보, 김경래, 김새봄

촬영: 정형민,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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