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⑤] ‘수심(水深)’은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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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⑤] ‘수심(水深)’은 과학입니다
  • 천안함의 진실 - 신상철
  • 승인 2017.06.0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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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호 준위, 이헌규씨는 천안함 함수에서 작업하지 않았다

2010년 3월 30일, UDT 베테랑 한주호 준위가 작업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방부는 한주호 준위가 ‘함수’ 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다가 숨졌다고 공식발표합니다. 그 중심에는 당시 UDT 대대장인 권영대 중령이 있습니다. 그는 한 준위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기에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한주호 준위와 함께 작업을 하였던 UDT 전역 동지회원들 역시 한 준위가 ‘함수’ 에서 작업을 했다고 동일한 증언을 합니다. 그 중심에 UDT 예비역 이헌규씨가 있습니다. 그는 한 준위와 UDT동기생으로 천안함 사고 직후 실종자 가족분들의 요청에 의해 백령도 구조지원단에 자원하여 수색팀에 합류한 분입니다.

그런데 당일 오전 한 준위와 함께 물속에 들어갔던 예비역 이헌규씨의 상황설명은 ‘천안함 함수’ 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입니다. 한주호 준위 사망 직후 백령도로 급파된 KBS 특별취재팀은 백령도 입도직후 UDT 예비역에 대한 취재에 돌입하였으며 국방부의 주장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냅니다.

한 준위가 작업하다가 사망한 지점은 함수(제1부표)도 함미(제2부표)도 아닌 ‘제3의 장소(제3부표)’라는 점, 그 하부에 ‘두 팔 벌려 둥그런 해치를 가진 대형구조물’ 이 있다는 사실, 내부는 격벽으로 막혀 있으며 소방호수가 얽혀 있다는 점, 구조물이 45도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는 점(함수는 90도)등 천안함 함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증언을 예비역 UDT대원들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헌규씨는 한 준위에게 ‘여기가 어디냐?’ 고 묻자 한 준위가 ‘여기는 함수’ 라고 대답하였기 때문에 이헌규씨는 그곳을 함수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가 KBS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은 함수와는 전혀 다른 사실들이었던 것이지요.

이 문제는 KBS가 2010년 4월7일 9시뉴스에서 <한주호 준위 다른 곳에서 숨졌다> 제하의 특종보도를 냄으로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으며, 그에 반발하는 정부와 국방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음 날 KBS가 반박보도를 내 보내면서 결국 의혹만 남긴 채 세간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 KBS 사장이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

권영대 중령은 자신의 저서 <폭침, 어뢰를 찾다>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시 KBS보도에 대해 그 이틀 후인 4월9일 KBS사장이 백령도에 와서 직접 자신에게 사과했다고 적었습니다.

KBS가 오보를 인정한 것이 사실인지, 저는 당시 KBS 취재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KBS측에서 공식적으로 ‘오보’라고 인정한 사실이 있는지”물었으나 “방송 다음날 국방부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반론보도를 내보낸 사실은 있으나 ‘오보’라고 인정한 사실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지난 5월 18일 항소심 제5차 공판에서 권영대 증인에게 이 사실을 지적하고 물었더니 그는 ‘자신은 그렇게(오보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는 식으로 얼버무렸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한주호 준위가 작업한 장소가 국방부가 발표한 함수 위치가 맞는지 아닌지 여부를 밝혀내면 모든 것이 정리가 되는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그 팩트(Fact)체크를 해 보겠습니다.

1. UDT 전역 동지회원 이헌규씨가 작업한 장소의 수심(水深)

2015년 6월22일 천안함 1심 제38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헌규씨는 한 준위가 사망한 날 오전 한 준위와 함께 잠수를 하였으며, 현역 UDT대원들에 이어 세 번째 조로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물 속에 들어가기 전 한주호 준위가 “연돌 쪽에 어뢰를 맞아서 그쪽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마라” 하였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이 부분 대단히 중요하므로 관련 사실들과 함께 별도의 글로 분석하여 올리겠습니다. 함수에는 ‘연돌’ 이 없으며, 당시 사고 후 불과 4일 지난 시점인데 한준위가 왜 ‘어뢰를 맞았다’ 는 표현을 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헌규씨는 자신이 들어가서 작업한 곳의 수심에 대한 판사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이헌규씨는 수심게이지(Depth gauge)를 차고 잠수를 했기때문에 어느 정도 깊이까지 잠수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물체에 접근하면서 확인한 수심이 28~29m였으니 해저바닥까지 실제 깊이는 30m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이로써 일단 이헌규씨와 한 준위가 함께 작업을 하였던 곳의 수심은 30m 전후라는 사실이 증언을 통해 밝혀진 셈이고, 다음은 권영대 중령의 주장을 보겠습니다.

2. UDT 대대장 권영대 중령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해당 지역의 수심(水深)

당시 UDT 현역과 예비역의 잠수작업을 지휘한 권영대 중령은 자신의 저서 '폭침, 어뢰를 건지다' 에서 ‘수심 30m’ 라는 표현을 몇 차례 반복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18일, 항소심 제5차 공판에서 권영대 증인에게 물었습니다. “증인은 증인의 책에서 ‘수심 30m’ 라는 말을 몇 차례 언급합니다. ‘30m 수심’ 이라는 위치는 어디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이에 대해 권영대 중령은 “저희가 작업한 곳의 수심이 30m입니다. 당시 수심계를 차고 들어가기 때문에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라고 정확하게 답변을 하였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헌규 전역동지회원이나 권영대 UDT 대대장이나 자신들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수심을 정확하게 증언해 주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머리 속으로는 ‘내가 작업한 곳은 함수야!’ 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킬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몸과 눈이 기억하고 있는’ 지점의 수심은 거짓으로 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로써 권 중령 역시 ‘수심 30m’ 를 확고하게 증언한 것입니다.

3. 그러면, 천안함 함수가 최종 가라앉은 곳의 수심(水深)은 얼마일까요?

이제 팩트체크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천안함 함수가 가라앉아 있는 곳의 수심은 얼마일까요? 그곳의 수심이 30m 혹은 그와 유사한 깊이라면 이헌규 증인과 권영대 중령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당신들이 작업한 곳은 어디야?’라는 질문 앞에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지요.

▲ 천안함백서 <그림 2-6> 피격 및 침몰위치

위의 사진은 국방부가 공식발표한 천안함백서 <그림 2-6> 피격 및 침몰위치입니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해도(海圖)’입니다. 육상의 지도에는 등고선(等高線)이 있듯이, 바다의 해도(海圖)에는 등심선(等深線)이 있습니다. ‘동일한 깊이의 수심을 연결해 놓은 선’이지요.

위 사진의 푸른색 ‘A’마크에 ‘20’ 이라는 숫자가 있습니다. 그 선의 연결선이 수심20m인 곳의 연결선이라는 뜻이며, ‘B’마크의 ‘10’이라는 숫자는 10m 수심의 연결선이고, 그 아래 ‘C’마크가 있는 곳이 5m 등심선인데, 옆의 ‘5’와 작은 숫자 ‘2’는 수심이 5.2m라는 뜻입니다.

이 해도를 보면 천안함이 가라앉아 있는 곳의 수심은 10m가 채 되지도 않는 지점에 가라앉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천안함 함수의 폭이 10m입니다. 따라서 백령도 조수간만의 차이가 5m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조 시에는 선체 일부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 점은 과연 천안함 함수에 대한 국방부의 마킹이 정확한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합니다.

또한 백서의 그림 하단에는 함수 침몰지점의 수심을 20m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합조단이 백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함수 위치를 표기하면서 수 백 미터의 오차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헌규씨와 권영대 중령의 ‘수심 30m’ 와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든 해명이 어려울 것입니다. 해도에 기록된 ‘수심(水深)’은 과학이니까요.

이 해도를 펼쳐놓고 권영대 중령에게 질문을 하자 그는 당황한 나머지, 그 자신이 해군사관학교에서 항해를 전공하고 오랜 해상경험과 천안함 동급인 여수함의 함장까지 역임한 ‘항해장교’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궁색하게 답변을 합니다.

“바다 밑은 울퉁불퉁해서 수심이 낮은 지대도 있고…”

얼핏 들으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바다를 모르고 해도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바다 밑을 어찌알겠나’ 싶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수심이 낮은 곳이 있다면 그곳의 수심 역시 등심선으로 표시되어야 하는 게 맞지요?”

그에 대해 그는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해도를 읽을 줄 아는 해군장교였으니까요.

그 해역에서 ‘수심30m’ 일 수 있는 곳은 ‘제3의부표’ 가 설치되었던 지역 인근입니다. 그곳이 이헌규씨와 권영대 중령이 ‘몸으로 알고 있는’ 그리고 수심게이지로 체크한 ‘수심 30m 지역’ 인 것이지요.

그들은 천안함 함수에서 작업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작업한 곳은 제3의 부표가 설치된 ‘수심 30m 지점’ 에서 천안함과 무관한 작업을 하였고 그곳에서 한 준위가 사망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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