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하노이 '노딜' 그리고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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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하노이 '노딜' 그리고 개성공단
  • 뉴스타파
  • 승인 2019.03.1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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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28일 김정은, 트럼프 두 정상이 만났다.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그러나 전망과 달리 합의 없이 ‘노딜’로 끝났다.

 

“노딜”로 끝난 북미정상회담, 하노이에서 지켜봤던 개성공단 사람들

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협상을 지켜봤던 이들이 있다. 바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입주 기업 127개 가운데 30곳에 이른다.

▲ 개성공단 중단 이후 베트남 하노이로 옮긴 한 의류 생산공장

 

베트남으로 간 개성공단 기업들이 말하는 하노이와 개성의 차이점은?

산업용 도금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명진전자도 그중 하나다. 명진전자는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후 300억 원가량의 설비를 투자했고 약 1,400명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이후 하노이로 공장을 옮겨야 했다.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 4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동남 씨는 지난 7년 동안 개성공단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했다. 그의 업체 역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베트남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다. 최 씨는 “베트남도 사정은 괜찮지만, 개성공단 시절보다는 아무래도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지 직원들과의 언어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최 씨는 개성공단 공장 주소가 적혀있는 명함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 베트남 현지 직원과 일하고 있는 최동남 씨

개성공단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생산공장을 옮긴 김한섭 씨는 한국이 경제 침체를 벗어날 방법의 하나로 주저 없이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꼽았다. 북한의 싼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력이 만나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개성공단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한민국이 뜀틀을 뛸 기회는 하나인데. 북한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13년 4월 가동 잠정 중단 직전 개성공단 (사진제공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북한 다녀온 베트남 경제전문가가 본 개성공단의 가치는?

베트남 총리실 경제 자문위원 쩐 딩 티엔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2015년 북한의 경제 세미나에 초청돼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방북을 이렇게 회상했다.

"북한은 베트남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요. 당시 북한은 아주 경직돼 있었어요. 자본주의에 대해 언급 못 할 정도였어요. 경제시장에 대한 언급을 금지했어요. (북한) 사람들은 아마 하고 싶지만 조심스러운 것 같았어요. 우리는 북한의 상황이 예전 베트남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베트남이 간 길을 모델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베트남 발전 방식에 대해 공유했어요." <쩐 딩 티엔 / 베트남 총리실 경제 자문위원>

쩐 딩 티엔 위원은 개성공단의 가치를 경제협력 그 이상으로 평했다. 남북 양쪽 모두의 이익의 연결망이자 교류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뿐 아니라 북한 곳곳에 경제특구를 만들면 남과 북 모두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이 북한에 투자하면 당연히 북한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에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습니다. 북한은 인건비가 저렴해서 한국 기업에 좋은 거죠. (개성공단은) 양국 모두의 이익이자 교류의 공간입니다. 또한 양국 관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서로 발전하기 위해 경제적인 통합을 추진할 수 있죠. (개성공단에서) 남측과 북측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이해해 나가는 것은 통일의 과정입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한국이 아주 강한 나라가 될 거예요. 독일처럼 말이죠." <쩐 딩 티엔 / 베트남 총리실 경제 자문위원>

누구보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기대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의 선언으로 멈춰버린 개성공단 폐쇄는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취재작가 : 오승아, 정예원 글 구성 : 김근라 촬영 : 이광석, 정용운 연출 : 김성진, 이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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