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법과 원칙',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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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법과 원칙',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 오주르디(사람과 세상사이)
  • 승인 2017.03.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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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치소로 이동하는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한 직후부터 대권을 꿈꿨다. 2002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할 무렵,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포장할 아이템을 찾는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법과 원칙의 박근혜'였다.

◈ 대권 노리고 만든 아이템 '법과 원칙의 박근혜'

그 이후로 박 전 대통령은 이 아이템을 자신의 정치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왔다. 그의 정치 행보엔 거의 빠짐없이 '법과 원칙'이라는 낙관이 찍혔다. 화가가 완성된 작품에 자신의 호를 새긴 낙관을 찍듯, 그는 자신의 정치적 행위마다 자신의 이름과 함께 '법과 원칙' 을 새겨 넣었다.

줄곧 '법과 원칙' 이란 수식어는 꼬리표처럼 박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다. 점차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법과 원칙의 정치인' 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이템 마케팅이 통했던 것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박근혜 대세론' 은 콘크리트처럼 견고했고, 그는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를 연호하는 사람들은 당선을 확신하고 '법과 원칙의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법과 원칙이라는 포장 뒤엔 오물투성이' 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정치인 박근혜'와 '법과 원칙' 의 사이에는 등부호가 크고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 포장지 속에는 엄청난 오물

당시 포장지를 뜯으면 상상도 못 할 오물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것을 감지했던 이들이 얼마나 됐을까? '박근혜의 민낯' 을 아는 이들은 소수였다. 일부 언론과 '인간 박근혜' 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해온 몇몇 시민들뿐이었다. 이들은 '박근혜의 민낯은 동과 서가 멀 듯 법과 원칙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소수의 외침은 다수의 프로파간다에 묻히고 말았다.

최태민과 그 일가와의 기이한 관계와 비정상적인 유착. 미스터리에 가까운 부의 축적 과정. 여기에 영남학원,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한국문화재단 등에서 보여준 행적. 이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근혜의 민낯' 이 드러난다. 그 민낯은 '법과 원칙' 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포장지가 뜯어졌다. 이제야 그 속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실체를 보고는 95%의 국민이 경악했다. 어떤 이들은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장지를 뜯자마자 시커먼 오물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오물은 대한민국 전체를 더럽혔다. 세계 각국도 박근혜와 최순실이 합작한 '기막힌 국정농단' 에 주목했다.

◈ '진짜' 행세해 온 '가짜', 구치소에 갇히다

국민들은 '가짜 법과 원칙'을 엄단해야 한다며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국회는 '촛불의 파도' 에 떠밀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야만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가짜' 를 파면시켰고, 검찰과 법원은 '법과 원칙' 이라는 칼을 빼 들어 파면당한 '가짜' 를 구속시켰다.

결국 '진짜' 행세를 해온 '가짜 법과 원칙' 은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갇히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곧 시작이다. 이제부터 '가짜 법과 원칙' 이 쏟아낸 엄청난 오물을 하나씩 치우고 정리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협력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자신이 외쳐온 '법과 원칙' 에 의해 자신의 심장이 찔린 박 전 대통령. 결국, 수의를 입게 됐다. '가짜 법과 원칙'을 외쳐왔던 청와대 시절의 화려함은 '진짜 법과 원칙' 의 칼 앞에서 사라졌다. 자업자득이다. '법과 원칙의 박근혜' 가 '법과 원칙' 에 의해 탄핵을 당하고 끝내 영어의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 박근혜의 '법과 원칙',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옛 교훈이 생각난다. 출이반이(出爾反爾).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뜻으로 '맹자' 에 나오는 얘기다.

노나라와 전쟁을 벌이고 있던 추나라의 대신이 맹자에게 물었다. '관리들 중에서 전사한 자들이 많은데 백성들은 관리들을 구하기 위해 단 한 사람도 목숨을 바치지 않는다' 라고 말하자 맹자가 답했다.

"흉년과 기근으로 늙고 약한 백성들은 죽어가고, 건강한 장정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관리들이 돌보지 않았으니 그렇다.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간 것들은 너에게 돌아오느니라."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국정을 농단하며 국민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법과 원칙' 을 강조했다. 그 입에서 나온 '법과 원칙' 이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가 단죄의 칼이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출이반이' 의 교훈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온정이 되어 그에게로 돌아갈 수는 방법은 진정한 사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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