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칼럼】 문재인의 100분토론
상태바
【이기명칼럼】 문재인의 100분토론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7.03.23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받는 언론과 조롱받는 언론

【팩트TV-이기명칼럼】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말 중에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말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를 잡기는커녕 잡혀먹혔다는 평가지만 말만은 옳다. 허나 호랑이는 아무나 잡는가.

MBC ‘100분 토론’ 이라는 프로가 있다. 지금은 몇 사람이나 보는지 몰라도 손석희가 진행하던 과거의 ‘100분토론’은 토론방송의 진수였다. 오래간만에 100분 토론을 시청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토론을 보기 위해서다.

문재인의 ‘모두발언’ 을 들으며 깜짝 놀랐다. 문재인이 언론이라는 호랑이를 잡으러 들어갔는가. 문재인 후보는 토론의 첫 발언으로 ‘언론적폐 청산’ 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자신이 현재 방송 중인 MBC를 문제 삼은 것이다. MBC의 적폐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 지난 1월 MBC사옥 입구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이미지 출처 - MBC 노동조합)

■ 망가진 MBC, 언론적폐를 모르는가

오늘 우리 들어올 때 MBC 해직기자들이 피켓팅 하는 앞을 지나서 토론하러 들어오면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다. 지금 국민은 적폐청산 말하는데 적폐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언론적폐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영방송, 이번에 공영방송이라도 제 역할 했으면 대통령이 탄핵되고 아주 중요한 범죄의 피의자로 구속되니 마니 하는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해서 국민방송 아닌 정권방송으로 만들었다. 

많은 공영방송 망가져. 저는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자랑스러운 MBC 모습 어디 갔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공영방송, 정말 공공성 언론의 자유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아까 해직언론인에게 저는 지난 대선 때 전원복직을 약속했다. 아직도 길거리에 떠 있다.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회사 측은 대법 상고하고 아직도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MBC 경우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도 탄핵정국 속에서 후임 사장 인사를 강행. 그 이후에는 탄핵 반대 집회를 찬양하기도 하고, 제작한 기자와 PD를 (사회자 제지하려는 듯. “맞장 토론 중이다”) 해직기자들의 복직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공영방송의 선거개입, 선거에서 중립성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권 장악하지 못하게 지배구조 개선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발언의 전문이다. 놀랐을 것이다. MBC뿐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비록 후보 토론이라 할지라도 MBC 스튜디오에서 방송 중에 저런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하다. 이른바 언론이 얼마나 씹어 댈지 뻔한 말을 서슴지 않고 토해냈다. 

사회자가 제지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듯 했지만 계속했다. 함께 토론하던 후보들도 한국의 언론현실에 대해 발언을 한마디씩은 해야하지 않았을까. 계산했을 것이다. 이 나라 언론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이유 중에 하나다.

■ 적반하장 MBC, 편파보도 반성부터

못 된 언론이 활개 치는 세상에는 세종대왕이 나와도 소용이 없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문재인에게 적폐언론으로 지적당한 MBC의 기자가 문재인에게 항의성 질문을 했다고 한다. 입이 광주리만 해도 할 말이 없을 MBC가 항의했다니 용기가 가상한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분간을 못할 지경이라면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MBC의 공정성을 국민에게 물어보라.

전에는 채널을 고정하고 시청했던 MBC뉴스를 아예 안 본다. 토론 직전 뉴스를 보았다. 문장조차 안 됐다. 데스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좋은 기자들 모두 내쫓고 오직 맹목적 충성심 하나를 잣대로 모아 온 기자들이니 오죽하랴 하면서도 기가 막히다. 하기야 데스크 역시 무슨 기사를 나가는지 관심이나 두겠는가. 함께 망하는 것이다.

TV조선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한다. 재허가를 받을수 있을지 좌불안석이란다. 2016년도 점검결과에 따르면 종편 4사의 심의조치 건수는 2014년, 2015년에 비해 모두 증가했다. 특히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심의조치 건수가 161건으로, JTBC 29건에 비해 5배 많았다. 단연코 금메달이다. 자랑스러운가.

청문회를 한다는데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언론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짓거리들이 수두룩하다. 방송을 진행하는 앵커가 쓰는 언어는 차마 못 들을 정도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앞에서 떠들어 대고 있는 이른바 시사평론가 정치평론가 대학교수들이다. 이들이 오염시키는 언론계는 쓰레기장이다. 문득 TV조선과 JTBC를 떠올리며 왜 이렇게 다른가를 생각한다.

■ 국민과 더불어 반드시 언론개혁

박정희가 총으로 엎어버린 민주정부에서 언론은 숨도 쉬지 못했다. 박정희 독재는 글 한 줄 말 한마디 마음 놓고 쓰고 말 할 수 없게 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언론이었다. 거부하면 구속되고 매 맞아 죽었다. 그 치욕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치가 떨린다. 은사였던 송건호 선생님이 고문으로 제자를 알아보지 못한 군부독재의 만행을 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그때도 자발적인 ‘기레기’ 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자신이 쓴 기사를 차마 못 읽는 기자가 있었고 자신이 몸담은 방송을 안 보는 기자가 있었다. 지금도 있다. 세상 잘못 만난 탓으로 돌리고 욕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고 산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벼슬 한자리 못 얻어 하고 공천에서 떨어지고 원수가 됐다. 앞으로 어쩔 것인가. 그렇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

MBC와 일부 종편을 어쩌다 보면서 이제는 화도 안 난다는 친구가 있다. 완전히 버린 자식이다. 언론인으로서는 가장 슬픈 모습이다. 오늘의 MBC를 보면서 자랑스럽던 MBC 기자 생활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있다. 선배들로부터 후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기자. 이제 언론의 적폐는 반드시 정리되어야 한다.

‘MBC가 무너졌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해직기자들의 분노와 눈물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MBC는 이제라도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라는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지 않기를 바란다."

“메인 뉴스를 마치 회사의 성명 창구처럼 쓰는 것은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의 말이다.

“고등법원에서도 지난 엠비시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는데도 회사는 여전히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방송의 입사 15년차인 한 기자의 비판이다

MBC는 문재인 공격에 화력을 총동원 하는가. 언론적폐 청산은 대선공약만이 아니라 구국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