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가치관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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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가치관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05.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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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좋으면... 내게 이익이 되는 일이면...?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이사장

회사에서 특별 수당을 받아 기분이 좋아 퇴근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길에 누워 고동을 못 이겨 ‘살라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강도를 만난 것 같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옷까지 빼앗기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에 괴로워 하고 있었다. “아프면 병원에 갈 일이지. 에이 재수 없어. 기분 잡쳤다. 퉤!” 그러면서 지나간다. “에이! 설마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어떻게 그런 인간이 있을 리가? 진짜 그런 놈이 있다면 ‘착한 사마리아인법’으로 처벌해야 해!”.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야!>

“당신이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간 바로 그 사람인데..? 아니라고 변명할 수 있는가?

좀 극단적인 각본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다. 남의 아픔을 도와주기는커녕 침을 뱉고 야유하고 심지어 발로 걷어차 버리는... ”내가 언제?“ 하고 펄쩍 뛰겠지만 자본주의 사회, 경쟁지상주의, 1등 만능주의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 아닌가?

혹 그 아픔을 함께 괴로워하며 가는 길을 멈추고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주머니에 든 돈 털어 주고부족하면 전화해 달라고 연락처까지 주고갔다. 강도만난 삼... 살다보면 혹 이런 ‘선한 사마리아인’이 있기는 하지만 ”요즈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하고 웃고 말거나 신문기사거리가 된다.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

'개근거지'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 학기 중에 체험학습 신청을 하지 않고 개근하는 초등학생들이 '못 사는 아이' 취급을 하며 놀리는 말이다. 개근을 하면 자연스레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에 듣는 말이다.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 중에 아이들 부모의 월급 액수를 따져 ‘이백충(아빠 월급이 200만 원)’, ‘삼백충(아빠 월급이 300만 원)’이라고 놀리고 따돌린다고 한다.

그 정도가 아니다. ‘전거지(전세에 사는 거지)’, ‘월거지(월세에 사는 거지)’, ‘빌거지(빌라에 사는 거지)’라는 말까지 쓴다는 것이다. 가난이 부끄럽고 죄가 되는 세상이다. 그것도 천진난만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까지...

심리학 프론티어 저널 연구팀은 8세, 10세, 12세의 아이들에게 200명의 낯선 얼굴들을 보여주고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지, 잘 모르겠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연구팀은 다시 한 달 후 아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흥미롭게도 모든 실험 연령대에 걸쳐 ‘잘생겼다’라고 평가받는 사람일수록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못생긴 사람은 아이들로부터 낮은 수치로 신뢰를 받았다. 아이들이 외모에 따른 ‘차별’을 한 것이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케이블 채널 tvN에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렛미인 (Let Me In)’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렛미인’에서는 수술을 받기 전 못생긴 외모로 힘든 삶을 견뎌온 지원자들의 수술을 받은 후 완전히 따 사람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률이 높아지자 <미스 에이전트> <미녀의 탄생 : 리셋> <화이트 스완>과 같은 비슷한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의 ‘렛미인’은 신청자 중 1명씩을 선정해 성형수술을 시켜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다. 이렇게 인기를 누려 온 <랫미인>은 의료행위를 상품화하여 성형수술을 맹신하게 만들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저해하고 의료진의 윤리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의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아 4년간 절찬리에 방영하다 중단하고 말았다.

 

<수익이 많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

의사는 한 달에 800∼1,300만원의 봉급을 받는다고 한다. 교사 10년차 19호봉이 한 달에 470여만원을 받는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주권자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은 한 달에 1300만원을 받지만 비정규직 사원은 한 달에 188만원을 받는다. 검사 17호봉은 한 달에 8,642,900원,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27,80만원 정도다. 무엇이 왜 이런 차이를 만들어 놓았을까?

가난은 죄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세상. 우리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지만 법앞에서조차 평등하지 못하다. 순진한 아이들까지 가난한 사람, 못생긴 사람이 놀림감의 대상이 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세상인가? 일등을 한 사람 이면에는 꼴찌로 고통받는 친구기 힘겨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서열을 매기는 세상에는 누군가는 꼴찌가 나오기 마련이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만 일등이고 나만 잘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세상은 이기적인 막가파세상이다. 모두가 잘 생기고 모두가 일등이고, 모두가 부자인 세상이 가능한가? 모든 사람이 의사, 모든 사람이 교사, 모든 사람이 판검사, 모든 사람이 농부...인 세상이 있을 수 있는가? 차별을 정당화하는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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