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은 선생님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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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은 선생님들... 왜?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3.05.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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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왜 스승의 날을 좋아하지 않을까?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이사장

5월은 ‘날’고 많고 ‘사건’도 많은 달이다. 노동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가정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많기도 하지요? 이런 날이 있는가 하면 5월 16일은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고요, 5월 18일은 전두환 일당이 광주시민을 학살한 민중항쟁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날은 노동자들이, 어린이 날은 어린이들이,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 신도들의 기다리는 날이지만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반갑지 않은 날입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옛날에는 스승의 날이면 운동장에 전교생들이 모여 이런 노래를 불러주고 학생 대표가 나와 카네이션을 선생님들 가슴에 달아드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육이 실종되고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으로 변질된 후 교사들은 이런 노래가 달갑지도 않고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교권 존중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입니다. 1982년 이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년 5월 15일을 법정기념일로 정해 놓았지만 스승의 날은 선생님들은 쉬지도 못합니다. 이날이 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하는 글까지 올라오곤 합니다. 교사들이 촌지를 밭던 일은 옛말이건만 교육부는 아직도 교사들의 비리를 없애겠다고 "종이 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 되며 이마저도 학생 대표가 주는 것만 된다“는 지침까지 내려보내곤 합니다.

선생님들은 교사와 학생이 모두 불편한 ‘별 의미가 없는 날’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상 학생 평가와 지도업무를 맡은 담임교사와 교과 담당교사는 직무 연관성 때문에 어떠한 선물도 받을 수 없으며 학생이 주는 카네이션 선물도 금지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요즈음 어떤 학부모가 교사를 찾아와 촌지를 준다고 선생님들을 의심하고 학생들이 주는 카네이션까지 받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쉬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교육의 날로 바꾸자’고 해도 바꾸지 않는 이런 날을 그대로 들까요?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스승의 날’. 노동절은 노동자들이 쉬는 날이지만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지만 쉬지도 못하고 정상 근무를 해야 합니다. 스승의 날이 오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교권 추락과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때문에 '스승의 날'이 즐겁지 않다“고 말합니다. 선생님들은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로 ‘▲ 악성 민원에 무방비 노출 ▲ 관리자의 갑질 ▲ 필수적인 지도가 아동학대로 둔갑하는 현실’을 꼽고 있습니다.

세계 다른 나라는 10월 5일은 세계 교사의 날로 지정해 기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님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취지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위기의 책임이 교사드에게 있다며 학생과 학부ㅡ모 그리고 동료들이 평가해 그 결과로 선과급까지 차등 지급하는 현실을 두고 ‘스승의 날이 은혜가 하늘같지도 보답하고 은혜에 보답하고 싶지도 않은 않은 그런 날이 된지는 이미 오래 됐습니다.

선생님들이 제자나 학부모들에게 평가까지 받아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현실을 두고 스승의 날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하나 달랑 달아드리면 스승의 날 의미가 살아나겠습니까? 사람을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내는 교육을 못하게 하고 일류대학 입학생 수로 일이류를 가려내는 현실을 두고 선생님들이 천지를 받지 않을까 의심의 눈으로 살피고 혹시나 교과서만 가르치지 않고 사회문제를 가르치는 빨갱이 선생(?)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현실에서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교육에 전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려웠던 시절에 박봉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경제가 좋아져서 살만할 때는 교육을 살린다면서 선생님들을 평가해 성과급까지 차등지급하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교단을 지켜왔습니다. 교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오직 제자 사랑 한 길로 교단을 지켜 오신 선생님들... 이런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세계 6위의 경제 대국의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이 땅의 참 스승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 “선생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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