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일본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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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일본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윤석열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3.05.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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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는 사과하지 않았다.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일본 총리의 입에선 끝내 ‘사과’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기시다가 겨우 한 말이래야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정도였다.

 

사과가 아니라 동정

동원된 언어도 애매모호하다. ‘당시 혹독한 환경’이란 일제의 불법 침략으로 고통받은 조선인의 고통일 텐데, 기시다는 매우 추상적으로 말했다.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도 마치 어렵게 사는 이웃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정도다. 어떻게 힘들고 왜 슬펐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도 사과라기보다 동정에 가깝다.

우리 국민들은 윤석열이 일본에 가서 퍼주고 왔으니 기시다가 최소한의 사과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기시다는 그동안 일본 정부가 유지해온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배상금 입 씻은 기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만 해도 윤석열이 한국 기업에 우선 부담하게 했으니 일본 기업도 이에 동참할 거라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기시다는 아예 입을 싹 씻었다.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던 기시다는 윤석열 덕분에 지지율이 50% 이상 올라 각종 선거에서 승리했다.

기시다는"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 발표된 조치가 한국 정부에 의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분들께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점에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의 이 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나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정부와 우리나라 기업이 피해 보상을 하고 있는, '제3자 변제' 방식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으로선 윤석열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걸핏하면 김대중- 오부치 선언 인용

윤석열과 기시다는 걸핏하면 1998년 10월 있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했으나, 그때는 일본의 ‘통렬한 사죄’가 전제되어 있었으므로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아베를 비롯해 기시다까지 최근 25년 동안 일본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 혈안이 되었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초중고 교과서에 명시했다.

아베의 후예들은 한국 보란 듯 전범이 있는 신사를 참배하고 공물을 바쳤다. 사실상 기시다가 한국에 엿을 먹인 것이다. 그런데도 말 한마디 못하는 윤석열은 조국이 도대체 어디일까?

 

일제 강점이 그저 곤란한 시기?

기시다는 "한일 간엔 다양한 역사와 경위가 있다. 곤란한 시기를 견뎌온 선후배들의 노력을 계승하면서, 미래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의 총리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곤란한 시기를 견뎌온 선후배들의 노력을 계승한다.’란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일제 강점이 그저 ‘곤란한 시기’일까? 그리고 도대체 어떤 ‘선후배가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일본에게 확신 준 윤석열

윤석열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 기자가 “한국 내에서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강한데, 일본에선 대통령의 방침이 바뀌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라고 묻자 “절대 바뀌지 않는다.”라고 일본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한국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국회에서 의결한 법 마저 거부권을 행사해놓고 일본에겐 확신을 주니 일본이 윤석열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국민의 지지율은 겨우 30% 초반인데 일본에선 윤석열의 인기가 높다니, 차라리 건너가서 일본 총리를 하면 어떨까?

 

역사 왜곡한 윤석열

윤석열은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으나, 일본 전법 기업은 배상금을 낸다는 소식이 없으므로 절충안도 아닌 셈이다. 그리고 청구권 협정엔 개인 피해자의 배상 조항은 아예 없었다.

윤석열은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승소자 중 10명이 판결금을 수령한 상태다. 정부는 남은 분들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한 소통을 해가면서 해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피해자와 유족들과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다. 단지 몇 명이 판결금을 수령했을 뿐이다. 거기서도 갈라치기해 유족들을 분열시키는 방법은 세월호 참사 때 써먹은 수법이다.

 

한국이 후쿠시마 현지 시찰?

윤석열과 기시다는 후쿠시마 현지에 한국측 시찰단을 보낸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때 국힘당이 어떤 위원들을 보냈는지를 상기하면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시찰을 야당이 추천하게 하면 몰라도.

보나마나 한국 시찰단은 일본측이 제공한 자료를 보고 판단할 것이며, 세계 원자력 기구가 이미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으므로 그에 준한 평가를 내릴 게 뻔하다. 참고로 일본은 세계원자력 기구에 기부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나라다. 시찰단에 한국 ‘원전 마피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 또 다시 망언

윤석열은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현안과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짝도, 발걸음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이 말은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재확인 것이다. 그때 대통령실은 주어 ‘나는’을 의도적으로 뺐다가 세계적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 눈만 뜨면 조작질에 익숙한 검사 버릇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두 말이 필요 없다. 윤석열은 인기 없는 한국 대통령 그만 두고 일본으로 가서 차기 일본 총리나 하라. 아마 지지율이 80% 이상 나올 것이다. 12일엔 또 히로시마에 간다니 일본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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