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중국과 경제 탈동조화 안 해” 돌변한 미국‥윤석열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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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중국과 경제 탈동조화 안 해” 돌변한 미국‥윤석열의 운명은?
  • 박명훈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3.04.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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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경제 관계 강조한 미국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을 향해 대중국 봉쇄망 동참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중국을 세계 경제의 산업·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탈동조화에 반대한다는 미 경제 고위 인사들의 말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미국)는 중국 경제와 우리 경제를 탈동조화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들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양 국가에 재앙이 될 것이다.”

4월 20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한 미중 경제 관계 주제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예시로 든 옐런 장관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옐런 장관은 중국을 향한 미국의 조치는 중국을 겨눈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우려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양 국가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중국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대담에서도 “작년 11월 G20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수립한 의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두 정상은 생산적인 경제 관계를 원한다는 점, 경제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에 공감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양국이 어려운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강대국끼리 교전의 윤곽을 협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중국도 기꺼이 역할을 해준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일본을 방문 중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도쿄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의 큰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흔드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USTR은 미국의 대외무역 협상을 맡은 대통령 직속 기구다. 

타이 대표는 “바이든 정부의 모든 구성원이 중국 경제를 분리하는 탈동조화의 의도가 없음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라면서 “중국에는 아주 좁은 분야만을 겨냥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관련 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서명을 추진 중이다. 

이 행정명령에는 반도체 같은 핵심 분야에서 중국 투자 금지,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국 기업에 새롭게 투자를 하려는 미국 기업의 정부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생명공학과 청정에너지는 투자 제한 대상에서 빠졌다. “중국에는 아주 좁은 분야만을 겨냥하고 있다”라는 타이 대표의 발언은 이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영문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1일 개막한 중국 국제소비재박람회(CICPE)에 테슬라, 델, 에스티로더, 스타벅스 등 미국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면서 “미국의 (중국) 탈동조화는 달성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기를 볼 때 미국이 뒤늦게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며 중국에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중국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더니‥ 겉과 속 다른 미국의 이중 행보

사실, 미국은 중국 탈동조화 반대 선언 이전부터 동맹국들에는 중국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뒤로는 중국과 활발히 거래하는 이중 행보를 계속해왔다.

예를 들면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을 앞세워 한국 등에 미국 시장에서 물건을 팔려면 중국산을 써서는 안 된다고 강요했다. 하지만 자국 기업에는 예외를 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이 대중국 봉쇄망을 펴는 와중에도 지난해 미중 무역 규모가 6,900억 달러(대략 970조 5,0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무역 거래에서 오는 막대한 이익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상하이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오는 2024년 2분기에 완공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2.3%에 이르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서 “중국 상하이에 메가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장에 이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직접 밝혔다.

컴퓨터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대기업 인텔도 대규모 중국 투자에 거리낌이 없다. 

인텔은 지난 8일 중국 하이난성 산야에 집적회로 사업을 위한 사무소를 열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인텔은 중국에 130억 달러(대략 17조 원)를 투자했고, 지난해 인텔의 매출 가운데 27%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는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회담에서 “중국이 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적,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라면서 “중국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앞으로도 중국과 함께 투자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4월 18일 미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해 최대 보조금 7,500 달러(대략 1,000만 원)를 받게 될 22개 전기차종을 공개했다.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독일의 BMW, 스웨덴의 볼보, 일본의 닛산 등은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테슬라, 쉐보레, 포드 등 미국 대기업 4곳은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섰다.

20일 AP통신은 미국 미시간주 상원 세출위원회가 중국 배터리 업체인 고션이 미시간주 북부에 건설하는 공장에 1억 7,500만 달러(대략 2,323억 4,800만 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고션은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부품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를 볼 때 그동안 미국이 국제사회를 향해 주장해온 대중국 봉쇄망 동참 압박은 사실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오는 이익을 뒤에서 독차지하려는 수법이었던 셈이다.

다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미국의 서방 핵심 동맹국은 미국보다 먼저 중국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며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지난 2일 중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중국을 직접 방문하는 등 대중 관계를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반대로 지난 20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하면서까지 중국에 날을 세운 윤석열 정권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권으로선 ‘중국 반대’ 행보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에 잘 보일 선물이라고 여겼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패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만이 미국의 ‘동맹 등골 빼기’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미국의 이익을 챙겨주는 모습이다. 

미국마저 중국과 경제 관계 단절을 하지 않으려 수위조절에 나선 가운데 이대로는 한국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되리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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