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28] 북미 대결,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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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28] 북미 대결, 어디로 갈 것인가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3.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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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전포고’ 직전까지 가고 있다

2월 들어 북미 대결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2월 3일 서해 상공에서 한미 양국은 최첨단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 또 한미 특전사 등이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경기도와 전북에서 북한 지휘부를 겨냥한 이른바 ‘참수 작전’으로 불리는 ‘티크 나이프’ 훈련을 진행했다.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주일미군이 경기도 북부 최전방에서 극비리에 북한과의 전쟁을 가정한 ‘무사도 스트라이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2월 5~9일에는 군산 공군기지에서 무인기 대응과 생물학전 등 다양한 종류의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을 규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비공개회의를 요구했고 2월 16일에야 이 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북한은 18일 화성포-15형을 최대 사거리 체제로 발사하였고 19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를 통해 “적의 행동 사사건건을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거듭된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은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힘을 시위하고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선택이라면 우리의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미는 19일에도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북한은 20일 초대형 전술핵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발사하였고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의 미군의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라며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거듭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24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담화를 발표해 “우리의 거듭되는 항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적대적이며 도발적인 관행을 계속 이어가다가는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2일에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을 맞아 독도에서 18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한·미·일 합동해상훈련을 진행했다. 또 미국에서는 한미 확장억제 수단(핵우산) 운용 연습(DSC TTX)을 진행하였다. 23일에는 미 해군 핵추진 공격 잠수함 스프링필드가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북한은 23일 새벽에 동해로 전략 순항미사일을 4발이나 발사하고 이 사실을 24일 오전에 공개하였다. 아마도 22일부터 있었던 훈련 등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공개하기 전까지 한미 군 당국은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북한의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가 전쟁을 개시하는 실전 상황이었다면 한미는 누가 공격했는지도 모른 채 핵공격을 받아 이미 괴멸되어있을 수 있는 충격적인 상황이다. 

22일 진행된 한·미·일 합동해상훈련에 등장한 3국의 이지스 구축함. 사진은 앞쪽부터 한국 세종대왕함, 미군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함. [출처: 합동참모본부]   
22일 진행된 한·미·일 합동해상훈련에 등장한 3국의 이지스 구축함. 사진은 앞쪽부터 한국 세종대왕함, 미군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함. [출처: 합동참모본부]   
23일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핵잠수함. [출처: 미 해군]
23일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핵잠수함. [출처: 미 해군]

이처럼 2월 한 달에만도 한반도에는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이 있었다. 오죽하면 국방위 소속 설훈 의원은 2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한 템포 쉬어야 할 때”라고 하였고 김동엽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조만간 전면전은 아닐 테지만 충돌이 한번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대로 가면 충돌”...한반도 덮친 안보 리스크」, 쿠키뉴스, 2023.2.22.)

특히 이 시기 북한이 보여준 모습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는 한미의 행동에 “사사건건” 대응하겠다고 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도 지나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하였다. 

둘째는 한미의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압박에도 군사적인 대응을 했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움직임에 대응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대표적이다. 

셋째는 “선전포고”를 언급하여 실제 전쟁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관행’을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것은 3월 중순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연례적’이라는 말로 포장하더라도 전쟁 개시 행위로 보고 곧바로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2. 미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1) 끝까지 갈 수 있다

미국은 ‘강대강’ 대결을 끝까지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그 근거는 첫째, 미국이 지금껏 밝힌 입장이 그러하다. 

2월 22일(미국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제8차 한미 확장억제 수단 운용 연습(DSC TTX)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미국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해 핵을 사용할 경우, 그 위력과 상관없이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가 공개한 국방전략보고서(NDS)의 내용과 동일하다. 한 나라를 향해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는 것은 전쟁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물론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 대화를 원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앞에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 뒤에서는 북한을 겨냥한 전쟁 훈련을 쉬지 않고 계속한다면 어떤 게 진심일지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강대강’을 중단하려면 자기 말을 뒤집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세계 앞에 망신당한다. 

북한과 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말하고 북한의 군사 행동에 강경 대응을 거듭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결국 북한 앞에서 꼬리를 내렸음을 인정한 꼴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야반도주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나도 무기만 대줄 뿐 참전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이미 미국은 많은 신뢰를 잃었고 세계 패권도 적잖이 허물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강경 행보에 꼬리를 내리면 미국의 몰락에 결정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사활을 걸고 ‘강대강’ 대결에서 끝까지 버틸 것이다. 

셋째, 한미동맹이 심각하게 약화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친미보수세력이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다. 미국이 거듭 핵우산(확장억제)을 약속하지만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리 없다’, ‘결국 독자 핵무장이 답이다’는 목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지금은 연일 전략무기를 동원해 친미보수세력을 달래고 있지만 만약 미국이 ‘강대강’ 대결에서 물러선다면 이들은 충격을 받고 한미동맹을 대체할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으려 할 것이다. 

물론 독자 핵무장 같은 행동을 미국이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친미보수세력이 한미동맹을 불신하면 한미 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여러 혼란이 발생하면서 한미동맹이 심각하게 무너질 수 있다. 한미동맹의 붕괴는 미일동맹에도 영향을 미치며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따라서 미국은 ‘강대강’ 대결에서 쉽사리 물러설 수 없다. 

넷째, 다른 반미 국가들이 북한을 따라서 대미 강경 태도를 강화할 수 있다. 

북한이 ‘강대강’ 노선을 고수한 끝에 미국이 꼬리를 내린다면 다른 반미 국가들도 북한을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이다. 사실 이미 북한을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월 3일(러시아 시각)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프로그램 ‘솔로비요프 라이브’ 진행자 세르게이 마르단은 방송에서 “북한은 국제적 사안에 있어서 자주적이다”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핵으로 위협한 것에 찬사를 보내며 “북한에 자주성이란 전 세계를 먼지로 만드는 것을 비롯해 뭐든지 할 각오로 지키는 절대적 가치를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항공모함을 북한 쪽으로 이동시키면 우리는 핵무기를 날릴 것’이라고 말한 게 그 예시다.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며 정말로 핵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북한을 상대로 장난칠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북한과 같은 접근법에 동의하며 어떠한 타협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강대강’ 대결을 끝까지 가려 할 것이다. 

 

2) 꼬리를 내릴 수 있다

지금처럼 ‘강대강’을 계속하면 그 끝에는 전쟁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전쟁이 난다면 북한은 반드시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지난 2월 8일 북한 열병식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이 10~12개가 등장했다. 미국 언론 폴리티코는 2월 8일(미국 시각) 보도에서 화성포-17형 1기당 핵탄두 4발씩 탑재하면 최대 48개의 핵탄두가 미국에 한꺼번에 날아올 수 있는데 미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요격기가 44개뿐이므로 막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포-17형을 전부 보여준 것은 아닐 것이므로 더 많은 핵탄두가 날아간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화성포-14형과 15형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이건 더 많이 생산해놨을 것이다. 

미국이 본토에 핵미사일 공격을 받아 가면서까지 전쟁을 각오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전쟁까지 가기 전에 ‘강대강’ 대결을 멈출 수 있다. 

지금까지 북미 대결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과거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등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은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집결시키며 전쟁 접경까지 갔으나 결국은 포기하였다. 

1994년에도 클린턴 정부는 공격 날짜까지 정해놓고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준비했다가 포기했다. 컴퓨터 모의 전쟁을 해보니 엄청난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서울 불바다 되지만 北선제공격” 美대통령마다 준비한 카드」, 중앙일보, 2020.9.19.)

2003년 5월 부시 정부는 북한 정권을 교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쟁을 시작하기에 앞서 컴퓨터 모의 전쟁을 하였다. 2003년 5월 30일에 진행한 컴퓨터 모의 전쟁에 입회한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의 기자는 2003년 8월 18일 영국의 BBC 텔레비전에 출연해 “결국 참가자들은 중대 결단을 내리려다가 중단하고 말았다. 유효한 군사적 선택 카드가 하나도 없다는 점 때문에 그들은 좌절감을 맛보았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7월 중순에 2차 컴퓨터 모의 전쟁을 진행했는데 2003년 8월 1일 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기사에 따르면 “우리가 패배한다”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2013년 3월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를 통해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은 3월 30일 전시 상황 돌입을 선언했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013년 4월 1일 자 USA 투데이에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가 승리하지만 1차 세계대전 수준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마 핵전쟁을 가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정도 피해를 감수하며 전쟁을 할 수 없었다. 

2015년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 당시에도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48시간의 시한까지 선포하였다. 그리고 북한 잠수함 50여 척이 출동하고 특수부대가 이동하는 등 실제로 전쟁이 개시되는 상황까지 갔다. 그러자 갑자기 미국이 박근혜 정부에게 협상을 종용하였고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었다. 

2017년 8월 북미는 미사일을 경쟁적으로 발사해가며 전쟁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대비해 주한미군 가족을 철수시키는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을 지시했고 미 전략사령부는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북한을 공격할 계획을 검토했다. 매티스 장관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에 워싱턴 대성당을 홀로 찾아 기도했다고 한다. 11월에 이르러 미국은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미국은 전쟁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처럼 미국은 지금껏 매번 꼬리를 내려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결국은 꼬리를 내릴 수 있다. 

 

3. 북한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1) 끝까지 간다

북한이 올해 들어 밝힌 기조를 보면 북미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만 보인다. 

북한이 1월 1일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2022년 12월 26~31일) 결과에는 “조성된 정세는 우리 국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미국과 적대 세력들의 우려스러운 군사적 동태에 대처하여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 근본이익을 철저히 담보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 강화에 배가의 노력을 가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2월 6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도 “조성된 정세에 대처하여 인민군대의 작전 전투 훈련을 부단히 확대 강화하고 전쟁 준비 태세를 보다 엄격히 완비”할 것을 결정하였다. 

2월 24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도 담화를 통해 “우리의 거듭되는 항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적대적이며 도발적인 관행을 계속 이어가다가는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런 기조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2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 데 대하여서는 그가 누구이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하였다. 끝까지 가겠다는 경고였다. 

앞으로도 북한의 이런 기조는 바뀔 것 같지 않다. 

역사적으로 봐도 북미 대결에서 북한은 항상 중간에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갔다. 예를 들어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에도 미국이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해 북한을 위협하자 김일성 주석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에는 보복,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라고 선언하고 전시 동원체제를 명령했다. 북미 대결의 역사적 사례는 앞서 살펴보았으므로 생략한다. 

한편 북한이 발표하는 공식 문서의 표현이 점점 실전에 가까워지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2월 6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는 “전쟁 준비 태세”라는 표현이 나왔으며, 20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는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한다고 하였고, 24일 권정근 국장 담화에는 “선전포고”가 나왔다. 

특히 24일 담화는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적대적이며 도발적인 관행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하였다. 이는 3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미국이 ‘연례적 훈련’이라며 관행으로 치부하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달 중순 한미연합훈련을 시작하면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곧바로 전면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2) 북한 대응의 특징

선제 핵공격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보며 교훈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직도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불합리한 주장을 한다. 현실에서 북한은 같은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보며 교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피해도 갈수록 커진다. 만약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실현되기 전에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났다면 러시아의 피해도 최소로 끝났을 것이다. 

북한은 이를 보며 만약 전쟁을 한다면 선제 핵공격으로 미국의 저항 의지를 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핵무력법을 통해 선제 핵공격을 공식 전쟁 교리로 채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만약 1~2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미국으로 발사한다면 요격되거나 혹은 목표물에 명중했어도 미국이 반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최소 10발 이상의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미국 본토로 발사해 모든 주요 시설마다 핵공격을 가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아예 반격할 의지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북한의 구상일 수 있다. 

또 북한은 2월 20일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을 보도하면서 이 로켓포가 전술핵 공격 수단이며 “적의 작전 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두었다고 공개하였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국내 전역에 있는 공군 비행장마다 4발씩 전술핵 방사포를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증정된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는 무려 30문이나 되었다. 북한은 단 두 달 만에 30문이나 생산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인민군 부대들에 훨씬 많은 수의 초대형 방사포가 실전 배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선사령관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직접 전선사령관이 되어 전선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2월 7일 인민군 장령 숙소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연회 연설에서 “우리 군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할 결심을 다질 때면 나는 무한한 행복에 빠지곤 합니다”라고 하였다. ‘군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한다는 표현에서도 ‘전선사령관’이 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전선사령관은 최전선에서 부대를 지휘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자리다. 지난 2월 8일 열병식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라는 구호가 나오고 최고 지휘부가 강화되었는데 이것도 전쟁 발발 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선사령관으로서 전선에 나가는 것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전에서 국가 원수는 군 통수권자로서 후방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게 일반적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휘 체계상 전쟁 발발 시 전선사령관은 총참모장이 맡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직접 전선사령관을 하려는 것일까?

1950년 한국전쟁에서 인민군은 한강 도하에 3일이나 걸렸다. 당시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기세나 한강 도하 후에도 엄청난 속도로 남하한 것을 생각하면 한강 도하에 3일이나 걸릴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오늘날에도 전쟁사가들 사이에서 한국전쟁 최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북한은 당시 사건을 전선사령관의 판단 착오로 인한 전략적 과오로 본다. 김일성 주석이 곧바로 한강 도하를 명령했으나 최용건 전선사령관이 이를 집행하지 못한 것이다. 이 일로 전선사령관은 김책 내각 부수상으로 교체되었다. 

함규진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은 2010년 7월 1일 자 한겨레21 기사 「6·25 때 북한군이 사흘간 서울에 머물지 않았다면」에서 만약 당시 인민군이 곧바로 한강 도하를 했다면 “3∼4일 내로 부산까지 북한의 손에 들어가고, 발 디딜 곳을 잃은 미군이 개입을 망설이는 사이에 적어도 7월 중순 이전까지는 한반도 전역이 평양의 지배하에 들어갔으리라는 데 거의 모든 학자의 의견이 일치한다”라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한국전쟁에서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직접 전선사령관으로 나설 결심을 했을 수 있다. 

 

지휘정보부대 등장

2월 8일 열병식에 새롭게 등장한 부대 가운데 제191지휘정보여단이 있다. 북한은 이 부대가 “최고사령부의 작전적 의도를 신속 정확히 전달하는 우리 인민군대의 핏줄과도 같은” 부대라고 하였다. 즉, 최고사령부와 각 부대의 통신을 담당하는 부대로 사령부 직속 전령병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무선 통신이 발달한 요즘에는 옛날처럼 인편으로 명령을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령부 직속 전령병을 여단 규모(통상 2천~5천 명)로까지 꾸릴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제191지휘정보여단을 만든 것은 특별한 환경, 즉 최고사령부가 전선사령부를 겸하여 최전선에 있는 상황에 대비한 것 아닐까 싶다. 최전선에서는 온갖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고고도에서 터뜨리는 슈퍼 전자기펄스(EMP)탄을 이용해 상대의 전자기기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최전방 인민군도 전자기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제191지휘정보여단이 이에 대비한 부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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