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한국 면적만큼 영토를 확장한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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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금] 한국 면적만큼 영토를 확장한 러시아
  • 이인선 자주시보 객원기자
  • 승인 2023.01.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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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시작한 후 10개월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러시아가 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관련 주장들과 정보들이 난무해 진위를 판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에 대해 정리한다.

 

현 우크라이나 관련 전황

러시아는 지난해 특별 군사작전을 진행하며 ▲돈바스 지역 공화국 독립 ▲우크라이나 내 신나치 세력 청산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중립화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 목표 아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의 협상은 2022년 2월 28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마치 평화협상이 이뤄질 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며 협상을 무산시키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지난 10개월 동안 러시아는 이 목표를 일정 부분 이뤄냈다.

돈바스 지역 공화국들(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과 헤르손주, 자포로지예주는 사실상 2022년 9월 30일(현지 시각) 러시아 연방에 가입했다.

이들은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주민투표를 진행하며 독립(헤르손주와 자포로지예주)과 러시아 연방 가입(모두 해당)을 결정했다.

9월 28일 새벽, 잠정 집계된 찬성률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에서 99.23%,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에서 98.42%, 자포로지예에서 93.11%, 헤르손에서 87.05%를 보였다.

▲ 2022년 9월 30일 러시아 연방 편입 협정 서명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살도 헤르손주 임시 주지사,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로지예주 임시 주지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임시 수반,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임시 수반.
▲ 2022년 9월 30일 러시아 연방 편입 협정 서명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살도 헤르손주 임시 주지사,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로지예주 임시 주지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임시 수반,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임시 수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정 체결식을 앞두고 9월 29일 자포로지예와 헤르손의 독립을 인정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30일 주민투표를 진행한 4개 지역과의 러시아 연방 편입 협정 서명식 연설에서 “(이들의 러시아 연방 편입 요청은) 유엔 헌장에서 보장하는 자결권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문화, 신앙, 전통, 언어에 따라 자신을 러시아 국민으로 여기는, 진정한 역사적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결의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헤르손주, 자포로지예주에 사는 사람들은 영원히 우리 국민이다”라며 “우리는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군사 행동을 멈추고 협상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크라이나 영토의 15%(약 9만 제곱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이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다. 이는 포르투갈·헝가리 면적과 비슷하고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 면적 2만 7천 제곱킬로미터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면적보다 크다. 현재 대부분 교전은 우크라이나와 4개 지역의 접경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러시아 영토에 이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미국과 서방에 손만 벌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미국과 서방이 발을 빼지 못하도록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젤렌스키 정부는 먼저 러시아를 최대한 악마화해 증오심을 높이는 공작을 펴며 근거 없는 정보들을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17개국에서 훈련받고 돌아온 우크라이나군과 서방의 무기를 앞세워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고 크림반도로 들어가는 다리를 폭파하고 도네츠크·루간스크·헤르손·자포로지예 지역의 주거지와 민간시설(학교, 병원 등)도 포격하고 있다.

▲ 2023년 1월 1일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민간시설들을 공격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2023년 1월 1일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민간시설들을 공격했다.  © 이인선 자주시보 객원기자

이러한 상황을 보고 우리나라 언론이나 서방 언론에선 러시아가 패퇴하고 있다는 주장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 최근 사례만 잠시 살펴보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현지 시각)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헤르손주 그리고 자포로지예주 상황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러시아 시민으로서 보호받기를 원하고 있다”라며 관련 기관들은 이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에서 개발한 트럭 기반의 다연장로켓 발사 체계인 ‘고속기동 포병 로켓 체계’(하이마스·HIMARS)를 이용해 러시아군의 임시 숙소로 사용하던 도네츠크주 마케예프카 직업학교를 공격해 군인 8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당시 반격을 통해 공격이 날아온 곳에 있던 하이마스 발사대를 파괴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을 차츰 타격하며 편입한 영토 중 아직 우크라이나 지배 아래에 있는 곳들을 수복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대응하고 우크라이나군 기반 시설을 무력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만행을 더 부각하고 우크라이나 내 미국 생물실험실을 폭로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비호하는 세력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군은 군용기 367대, 헬기 200대, 무인기 2,856대, 대공미사일 체계 400대, 전차·장갑전투차량 7,460대, 다연장로켓 체계 전투차량 972대, 야포·박격포 3,793개, 군용 특수차량 7,978대를 파괴했다고 한다.

이에 2010년대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며 러시아를 무너뜨려 보려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상황만 이래저래 난처해졌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지원해줄 수 있는 무기가 다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지원해줄 수 있는 건 패트리엇 미사일 같은 낡고 오래된 무기밖에 없다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현 상황이라면 러시아의 승리

▲ 2023년 1월 8일 기준 우크라이나 관련 전황 지도.  © 이인선 자주시보 객원기자
▲ 2023년 1월 8일 기준 우크라이나 관련 전황 지도.  © 이인선 자주시보 객원기자

우크라이나 인터넷 매체 ‘스트라나 우아’는 지난해 12월 31일 「전쟁과 평화, 2023년 전망」이라는 기사에서 “현 상태에서 휴전한다면 분명히 러시아 측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라며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평화협정은 체결되지 않은 채 휴전상태가 고착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에 따르면 4개 지역 전 영토를 인정받지 못한 채 현재 전선에서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러시아 측의 승리다. 전선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국경이 새로 바뀌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매체는 새해 러시아의 군사 전략에 대해 ▲‘현재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방어 태세로의 전환’ ▲‘도네츠크주 전 지역을 장악하거나, 적어도 아브디우카와 마리인카, 토레츠크, 바흐무트 등 도네츠크주 주요 도시를 해방하기 위한 진격’으로 분석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도 이를 공식화한 바 있다.

매체는 이어 서방 전문가들과 우크라이나군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벨라루스를 통한 키이우 재공격(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 주장)과 ▲벨라루스를 통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공격(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물자 공급 경로 차단 목적) ▲러시아 벨고로드주를 통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공격 ▲자포로지예와 드네프르 공격(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상 경로의 안전 확보를 위해 드네프르강과 카호프카댐 북쪽 지역 장악 목적) 등을 언급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1991년 국경, 최소한 2022년 2월 24일 이전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반격을 계속할 것으로 믿고 있다.

매체 역시 이를 인정하며 “우크라이나 반격 경로는 분명하다. 자포로지예주 ‘멜리토폴’이다.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상 경로를 차단하고, 드네프르강 동쪽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를 몰아낸 뒤 크림반도로 나아가는 길목이자 요충지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루간스크주 공략을 위해 스바토보-크레멘나야를 향한 공격도 계속될 것이다. 도네츠크주에서는 주도인 도네츠크시 탈환이 러시아와 러시아군에게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는 휴전을 푸틴 대통령의 주요 목표라고 믿고 있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빌어 전열을 재정비한 뒤 우크라이나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가 미리 정해져 있을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그 이유를 “러시아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휴전 후 러시아는 더 현실적인 목표, 즉 내부 화합 및 결속과 국민의 삶과 질 향상 등에 매진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서 군사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지 분명하지 않다며 만약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이 큰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방에서도 러시아의 승리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군 서열 1위인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16일 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들을 군사적으로 자국에서 몰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최근 수복한 하르키우와 헤르손은 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포함해 독립한 네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군사적 승리’로 정의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승리 확률은 높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2022년 12월 6일 「미국 남북전쟁의 교훈은 우크라이나가 왜 승리할 수 없는지 보여준다」라는 칼럼에서 “러시아군은 가장 현대적인 무기를 갖추고 있으며, '사기가 꺾였다'는 서방측의 수많은 보고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무기를 모두 소진했고, 전적으로 서방측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월 15일 자 보도 「다가오는 러시아의 공세」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 등 우크라이나 최고위층의 말을 인용해 서방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질 수밖에 없다는 호소를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날 잘루즈니 참모총장과의 대담 내용도 공개했다. 

잘루즈니 참모총장은 대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제복을 입은 70만 명의 군인이 있지만 훈련받은 인원은 20만 명에 불과하다”라며 “우크라이나군은 탄약도 부족하고 중화기도 없다. 지금 전차 300대, 야포 500개, 장갑차 800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잘루즈니 참모총장은 이어 “병력이 부족해 자포로지예주 멜리토폴 방향으로 공세를 벌이기도 어렵다”라며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피를 흘리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동원도 성공적이었고 전투의지도 있다. 러시아는 필요하면 훈련 중인 150만 명을 신속하게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젤렌스키는 안절부절, 미국은 부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개월간 온갖 국제회의장에서 화상 연설하며 지원을 호소했고 2022년 12월 21일 폴란드 미군기지에서 미 공군 군용기를 타고 미국까지 갔다.

많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미국의 지원을 받아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전적으로 지원하기엔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일부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라면서도 “모든 것을 주면 유럽의 단결을 해체할 수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트리엇을 더 받고 싶다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웃기만 할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말을 줄였다.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2월 21일 미국 워싱턴DC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성조기를 주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어를 써가며 “우리에겐 대포가 있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라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charity)이 아니다.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미국 내 이견을 표출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렇게 난감해하는 데에는 미국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있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이른바 ‘시카고카운슬’)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18세 이상의 미국인 1,0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지원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66%가 찬성했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관의 지난 3월(78%) 조사 결과에 비해 10%P 이상 하락한 것이다.

▲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지원을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답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 중 65%가 찬성했지만, 3월(79%)과 비교해서는 역시 10%P 이상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찬성하는 응답은 32%에 그쳤고,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26%,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34%에 불과했다.

▲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답변.
▲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답변.
▲ 우크라이나에 미군 파병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답변.

우크라이나 관련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서도 변화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 양보하더라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설득해서 최대한 빨리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미국인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든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7%가 찬성했다.

지난해 7월 같은 조사에서 이 주장에 찬성하는 응답이 3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등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이 더 높은 연료비와 식료품비를 감당하더라도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라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48%였다. 지난 7월 같은 조사에서 이 주장에 대한 찬성 비율은 58%였다.

하지만 이런 민심과는 달리 정부 인사들과 연관 있는 방위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돈 버는 이들이 따로 있고 돈 내는 이들이 따로 있는 셈이다. 

2022년 12월 8일 우크라이나군 건군기념일 행사가 백악관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세계무역센터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라 쿠퍼 미 국무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비롯해 국방부, 백악관, 의회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행사의 공식 주최 측은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이었지만 연회비용은 노스롭그루먼, 레이시온, 프랫앤휘트니, 록히드마틴 등 4대 미국 방위산업체가 부담했다. 그리고 행사초청장이 담긴 봉투나 서식에는 이 방산업체들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 2022년 12월 8일 우크라이나군 건군기념일 행사 초청장. 남아프리카 공화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미국의 방산업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돈을 버는 당사자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방산업체의 주가는 약 38% 정도 폭등했다.

이러한 방산업체와 미 정부·의회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특히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도 한때 패트리엇 미사일을 조달하는 레이시온의 이사회 성원이었다.

방산업체와 더불어 미국 에너지 기업들도 떼돈을 벌었다. 미국 석유·가스회사들이 지난해 2~3분기에 벌어들인 수익이 총 2,002억 4,000만 달러(약 282조 5,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유럽에 대거 수출하며 평소보다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지난 한 해 돈을 많이 벌어들인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회 성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우크라이나 상황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도록 만들고 있다. 어차피 미국 정부가 지원한 돈은 미 방산업체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이는 다시 국방부와 상·하원 성원들의 정치후원금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면서 국민이 낸 혈세에서 1,000억 달러(약 120조 원) 정도를 할당했다. 예산 대부분은 군수 지원에 들어간다. 즉 미국 국민의 세금을 무기 제공을 구실로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1월 6일 37억 5천만 달러(약 4조 7천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중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28억 5천만 달러(약 3조 6천억 원) 규모라고 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러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규모는 249억 달러(약 31조 3천억 원)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미국 내 경기침체 속에서 국민의 불만은 높아지는데 정부와 의회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며 방산업체와 에너지 기업만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은 서방과 함께 동결해놓은 러시아 측 자금까지 임의로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계획이다.

 

승리의 신심으로 가득한 러시아

여전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연전연패하는 바람에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러시아군 지도부가 무능해 군인들을 대포밥으로 만들어 국민이 들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파킨슨병에 걸렸다’, ‘암 투병 중이라는 푸틴 대통령이 패전에 대비해 남미로 도주하는 노아의 방주 계획을 준비했다’ 등 거짓 정보가 쉴 새 없이 나온다.

하지만 신년과 성탄절을 맞아 올라오는 러시아 도심 영상에는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과 함께 승리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12월 22일 국무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우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들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라. 우리는 그것을 파괴할 것”이라며 “적대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협상을 중단한 것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였다. 모든 갈등은 외교적으로 끝나야 하며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를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군사적 분쟁의 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12월 26일 “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공은 워싱턴과 그 정권의 법정에 달려있다. 그들은 언제든지 헛된 저항을 멈출 수 있다”라며 미국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해선 “(젤렌스키 정부는)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헤르손주, 자포로지예주 등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에서 안보 위협을 제거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잘 알고 있다”라면서 “요점은 간단하다.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제안을 이행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이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러시아는 이번 특별 군사작전 과정에서 ‘4개 지역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러시아에 편입한 것’을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이 인정한다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거듭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군이 결정할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 2022년 12월 31일 푸틴 대통령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뒤에는 특별 군사작전에서 보인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으로 훈장을 받은 군인들.

푸틴 대통령은 12월 31일 신년사에서도 서방의 행태를 비판하며 “서방은 침략을 준비하면서 평화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하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을 냉소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라며 “우리에게 제재를 가한 서방은 러시아의 산업, 재정, 수송 능력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2022년이 끝나가고 있다. 어렵고 필요한 결정의 해였으며 러시아의 완전한 주권과 우리 사회의 강력한 통합을 향한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라며 “러시아에 편입된 영토에서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 우리는 싸우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러시아의 주권적이고 독립적이며 안전한 미래가 오직 우리의 힘과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한다”라며 러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가족과 러시아를 위해, 우리의 유일한 사랑하는 조국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승리할 것이다!”라며 승리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이에 호응하듯 ‘러시아 군인들의 미망인’이라는 러시아 여성단체는 2023년 1월 4일 푸틴 대통령 앞으로 호소문을 보내며 러시아의 민심을 전했다.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도중 전사한 러시아 군인의 부인들이 모여 만든 곳으로 지난해 12월 초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하고 ▲우크라이나 관련 전황 소식 공유 ▲전사자 부인들에 대한 지원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지금은 러시아 국경 주변에서 연합하는 사악한 세력들에 맞서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면서 “모든 서방 세계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고, 우리가 사느냐 그들이 사느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소련 시절) 스탈린 서기장은 지지율이나 반체제 인사들의 불만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했다”라며 러시아 사람들이 승리에 대한 신심으로 가득 차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비롯해 누가 평화를 염원하고 누가 전쟁을 계속하길 원하는지 이번 ‘성탄절 휴전 제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1월 5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호소에 따라, 나는 러시아 국방부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 전역에서 6일 정오(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8일 자정까지 36시간 동안 정전 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한다”라며 “해당 지역에 정교를 믿는 많은 시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우크라이나 측에 휴전을 제안하고 성탄절 전날과 당일 그날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주교는 5일 이른 아침 “동방정교의 크리스마스인 7일에 맞춰 6일 정오부터 8일 오전 0시까지 정전할 것을” 군 당국에 요청했다. 그리고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정전을 선언하는 것이 평화에 기여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의 일방적 정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젤렌스키 정부는 5일 아침 키릴 총대주교의 휴전 호소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즉시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의 정전 제안은 재공격을 위한 휴식에 불과하다”라고 깎아내리고 돌연 영국·독일·프랑스와 함께 무기 제공계획을 꺼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은 성탄절의 평화를 깨부수며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젤렌스키 정부가 내건 10대 종전 조건인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포로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정의 회복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 등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시시각각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은 파란만장할 것이다. 누가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확답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상 푸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라는 말처럼 차츰 러시아의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는 더 단단해지지만 미국과 서방은 손해가 막대해질 것이다. 현 상황을 이용해 일부 기업들은 돈을 벌지만 미국과 서방의 국민은 막대한 돈을 내면서까지 경기침체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혈세까지 내가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국민의 불만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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