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학생 급식비 예산’삭감은 교육복지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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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학생 급식비 예산’삭감은 교육복지 포기다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2.12.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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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학생 급식비 예산’삭감은 교육복지 포기다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새해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세종시가 2015년부터 전체 무상급식예산(식품비, 인건비, 운영비) 50%를 분담해 온 합의를 깨고 50%만을 편성해 시민교육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예산안대로라면 353억을 부담해야 하는데 188억만을 부담하여 170억이 넘는 예산을 아이들의 밥값에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전교조 세종지부를 비롯한 세종시 30여 ‘학부모교육노동시민연대’는 학생들의 무상급식예산을 줄임으로 보편복지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삭감계획을 철회하고 학교급식법의 개정으로 새롭게 무상급식대상이 된 유치원에 대한 지원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종시는 공립유치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무상급식이 전면 실시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부담은 거의 90%이상 교육청에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 교육청은 시청 재정의 여려움을 감안하여 전체 무상급식비의 5:5 부담에서 운영비 인건비를 모두 교육청에서 부담하고 식품비만을 시청에서 조금 더 부담하는 7:3 안을 제안하였으나 시청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세종시는 새해 예산안을 기존의 입장대로 식품비의 50%만을 편성하였고 교육청 또한 식품비의 30%만을 편성, 새해 무상급식 예산안이 확정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면 초·중등학교는 식품비의 20%가 부족하여 10월까지만 급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무상급식이 중단되어 학부모가 급식비 부담을 지게 된다면 그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세종시청을 향하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이 교육청이든 시청이든 어느 곳의 예산이든 실시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무상급식은 가장 중요한 보편복지이며 그 대상이 학생이며 시민이기에 교육청과 시청 양 기관에 모두 동등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학생급식예산을 줄인 곳은 세종시 뿐...>

학교급식은 단순히 밥 한 끼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국어나 영어처럼 교육과정의 교과목이다. 세종시는 교육청의 7 : 3이라는 무리한 부담을 하겠다는 제안조차 뿌리치고 50%만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종시는 윤석열 정부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무상급식, 방과 후 교육, 돌봄 예산으로 쓰이던 3조 6천억 원의 교육 교부금을 떼어 대학의 반도체 인력양성에 쓰겠다는 예산삭감 때문이라는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전국 17개 시도에서 충남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내년 급식예산을 이렇게 급작스럽게 줄인 곳은 없다.

정부는 이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삭감해 고등교육에 써야 한다는 근거로 각 시‧도교육청에서 사용하지 않고 쌓아 놓은 이월금‧불용액 및 기금 적립금 등을 든다. 이월금·불용액 및 기금 적립금을 따져보면, 지방교육재정이 남아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월금의 대부분은 노후화된 학교 시설 보수, 공사비로 불가피하게 이월된 금액이다. 학교 시설 공사는 필요하다고 언제, 어느 때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수업이 없는 방학 기간에만 가능하다. 이런 비용들이 이월되어 남아 있는 것이고, 불용액 역시 낙찰 차액 등 예산 운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금액이다.

세종시를 비롯한 각 시도는 학생 수가 감소하면 교육재정 수요도 감소한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을 삭감했다지만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육재정의 수요가 마구 감소하는 건 아니다. 교육재정의 지출단위는 학급과 학교이며, 학급과 학교가 결정되면 교원이 결정되고 거기에 따라서 교육재정의 수요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지금 전국의 초중고에는 학급당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2만 개가 넘고, 건축한 지 40년이 넘는 학교가 8000동에 이른다. 오는 2025년까지 이들 중 3000동을 개축하는 데만 약 18조 5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학생들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석면이 철거되지 않은 학교는 5,400여 곳으로 45.7%에 달한다. 학생 체격은 변했는데 책걸상 중 30%는 산 지 10년이 넘고, 분필 칠판과 화장실 화변기 비율도 30~40%에 달한다. 고교학점제 확대 시행에 따른 인건비 추가 비용만 2조 원이 든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교 건물 유지·관리를 위한 학교 기본 운영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75%를 차지한다.

이런 현실을 덮어두고 그것도 아이들이 먹는 급식비 예산까지 삭감해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열악한 유·초·중등 교육환경 개선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덮어두고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학생 시민을 바라보는 시각과 보편 복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타 시도도 마찬가지겠지만 세종시는 교육청과 협의해 무상급식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학생들의 급식비 삭감은 급식교육을 하지 말라는 복지의 포기요 국민기본권의 침해다. 무상급식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오히려 급식비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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