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왜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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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왜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가?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2.12.0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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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교과서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틀림없는 믿어도 될만한 사람’을 일컬어 하는 칭찬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한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요즈음 같은 변화무상한 세상에 융통성이 없는 원칙주의자는 세상으로부터 왕따당하기 안성마춤이다.

그래서 일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수난을 당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냐’ ‘대한민국 수립이냐’.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는 논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뜨거운 감자다.

재수(再修)를 한 학생이 수학능력고사에 이런 문제가 출제됐다면 정답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교육부는 29일까지 국민 의견 수렴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과 교육부 장관 확정·고시를 거치게 될 교육과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에서는 한국 현대사 교육 방침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놓도록 했다.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물론이고 교육과정 연구진의 의견마저 묵살한 채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집어넣은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사, 특히 현대사 서술을 두고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 윤석열정부가 집권하면서 이번에도 보수 진영에서 문재인 정부 때 뽑은 연구진이 개발한 시안의 일부 표현을 문제삼아 입법예고된 '중학교 교육과정 시안'의 역사 과목 부분의 '근·현대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대목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민주화 양상을 포함하여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사회 전반에 걸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정착 과정과 과제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라는 방침을 제시했다.

함께 입법예고된 '고등학교 교육과정 시안'의 한국사 과목 부분은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대목에서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을 탐색한다", "6월 민주항쟁 이후 각 분야에서 전개된 민주화에 기반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고 시민운동이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언제인가?>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시작한다.

1948년 8월 15일이 정부수립이면 헌법 전문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1919년 4월 11일 임시헌법 제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왜 학생들에게 헌법전문에 명시된 1919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1948년 8월 15일로 역사를 왜곡하겠다는 것인가?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2022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을 추진하면서 '민주주의'란 단어 앞에 '자유'를 끼워 넣은 까닭을 "헌법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과 본문 130조 그리고 부칙 6조를 샅샅이 살펴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낱말은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도 1972년 박정희의 '유신헌법'에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며, 이는 독일 헌법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따온 말로, '자유(Free)로운 기본질서'란 뜻이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란 뜻이 아니다"다.

교육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란 말 앞에 '자유'를 끼워 넣은 사례는 우리나라뿐이다. 오죽했으면 역사교사 119명이 실명으로 '역사과 교육과정 독단 수정을 반대'한다며 나섰을까? 현행 헌법엔 '자유민주'란 말은 두 번밖에 나오지 않는 반면, '민주(주의)'란 표현은 아홉 번이나 나온다. 헌법 제1조 1항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돼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 아니다.

교육부가 교육 방향과 교과서 서술에 영향을 줄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입법예고 했다. 교육부는 29일까지 국민 의견 수렴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과 교육부 장관 확정·고시를 거치게 될 교육과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에서는 한국 현대사 교육 방침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놓도록 했다.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물론이고 교육과정 연구진의 의견마저 묵살한 채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집어넣은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 ④항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이후 6년만에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는 일방적으로 추가하고 제주 4·3 항쟁 삭제, 노동교육·생태전환교육 삭제, 사회과 ‘성소수자’ 용어 삭제’....를 삭제... 해 역사교사들과 역사교육연구회·역사교육학회·역사와교육학회·웅진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 5개 학회가 반발하고 있다. 헌법은 '교육의 중립성'을 말하는데 교육부는 왜 교과서를 맘대로 뜯어고치는가?

역사교사들과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관련 단체들은 “보편적 민주주의와 구별되는 ‘자유민주주의’는 이미 반공주의적 이념 편향성이 강한 언어로 이해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임의 수정은 교육과정 개정이 지녀야 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의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에 명시돼 있던 제주 4·3 사건이 새 교육과정에서는 빠진 것에 대해서도 유족회와 제주도의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행정예고대로 교육과정이 개정될 경우 4·3 사건을 교과서에서 다뤄야 할 근거가 사라지고, 출판사의 판단에 따라 수록 여부가 결정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역사 왜곡 언제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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