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덮어 버린 '신촌 세 모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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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덮어 버린 '신촌 세 모녀사건'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2.11.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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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사건 언제까지 만복할 것인가?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일어난지 9년만이다. 2014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엄마와 두 딸이 번개탄을 이용해 동반 자살했다.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세 모녀가 자살한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고 성찰의 계기가 됐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아픔을 방치할 수 없다며 소위 "세 모녀 법"이라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판박이 ’수원 세 모녀‘ 사건>

이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정치권이며 시민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서 우리사회의 비정한 현실에 가슴을 치며 반성하며 법을 만들고 법석을 떨지만 얼마를 지나지 않으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잠잠해진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마라고 세상은 잠잠해진다.

그런데 2022년 8월 21일 신촌의 좁은 셋집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40m² 남짓한 방 2칸짜리 집에서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42만 원을 내고 살았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암, 두 딸은 난치병으로 견디다 못한 세 모녀는 결국 “살기 힘들다”는 9장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014년 2월 26일 ‘송파 세 모녀사건’의 판박이었다.

 

<또 다시 반복되는 ‘신촌 세 모녀’ 사건>

이웃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112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하여 해당 자택에서 숨진 어머니와 딸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아 암치료를 받고 있었고, 딸도 희소 난치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지병과 빚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3개월 전인 지난 8월 발생한 ‘수원 세모녀 사건’처럼 위기가구 대상이었지만,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달라 구청에서 모녀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8월 21일 한겨레신문 기자가 ‘신촌 세 모녀’가 숨진 집을 찾았더니 문 앞에는 ‘5개월 미납’을 알리는 지난 9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 집안 신발장 위에는 “월세가 많이 연체돼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방을 비워주세요”라는 집주인 편지가 놓여있었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에 계약된 원룸이었다. 집주인은 모녀가 6개월가량 월세를 연체하고 있었다고 했다. 집안 책상에 놓인 월세 송금 은행영수증도 지난 5월 중순에 납부한 게 마지막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2020년 팬데믹은 한두 달 만에 100만명 가까이 취업자를 감소시켰는데,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산업에서 자영업자와 저숙련 근로자, 청년, 여성 등 고용불안정 취약층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1990년대 이후 자산불평등이 증가하여 2021년에는 상위 10% 계층이 자산의 58%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보고했다.

‘지난 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964년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60년 전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가난하던 대한민국이 이제 서구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구매력평가 기준의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보다 높아졌고, 시장환율에 기초해도 몇년 안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선진국 대한민국에는 부끄럽게도 ‘송파 세 모녀사건’( 2014, 2, 26)에 이어 ‘수원 세 모녀 사건’(2022. 8. 21)이 일어났고 3개월 후 다시 송파 수원 세 모녀 사건의 판박이 ‘신촌 모녀 사건’(2022, 11, 23)이 다시 반복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자살자 수는 1만 3,352명이다.

선진국 대한민국에는 지난 해 경제적 빈곤 등의 이유로 정해진 일정한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지하철역, 대합실, 도서관 등을 거처로 삼는 노숙자가 8,956명이나 된다. 쪽방 주민까지 포함하면 1만4,404명이나 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대한민국에는 하루 평균 2.4명의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건설산업에서의 사망률은 노동자 10만명당 25.5명으로 오이시디(OECD) 평균(8.3명)보다 훨씬 높아서 최고를 기록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왜?>

“대통령이 자살하는 사람까지 못 죽게 붙잡을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신림동 반지하 발달장애 가족 참변 침수현장을 방문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다 중요한 게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현장을 찾아 조문하고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6일 내내 분향소를 찾았다. 양극화문제, 노숙자문제., 자살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그가 대선 경선기간 내 강조했던 주장이 ‘경쟁’, ‘효율’, ‘시장경제’, ‘규제 풀기’였다. 부자천국, 일등지상주의 세계관으로 어떻게 헌법 34조가 명시하고 있는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은 ‘약자배려’라는 가치다. ‘경쟁’, ‘효율’, ‘규제 풀기’는 강자의 논리다. 자본의 천국을 주장하면서 어떻게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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