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눈 뜨니 후진국, 중고생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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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눈 뜨니 후진국, 중고생도 나섰다!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11.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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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대부분 젊은이들이 희생당한 가운데, 10대도 11명이나 희생되어 드디어 중고생들이 나섰다. 전국 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회협의회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등학생 시국선언’을 열고 “중고생을 향해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오랜 시간 놓아왔던 촛불을 다시금 잡아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중고생이 공식적으로 활동을 선언한 것은 처음으로 윤석열 정권이 긴장해야 할 이유다. 왜냐하면 10대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로 한번 결정하면 앞뒤 안 가리기 때문이다. 취업을 앞둔 20대나 기성세대는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 절제된 언행을 할 수 있으나, 중고생은 한번 분노가 폭발하면 아무도 막지 못한다. 그야말로 터진 댐 물이 된다.

 

눈 뜨니 후진국

더구나 이번 사건은 자신들의 친구들이 희생당했다는 측면에서 10대들은 ‘국외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윤석열 정권을 응징할 권리가 있다. 누가 친구들이 거리를 지나다가 죽을지 알았겠는가? 누군가는 ‘눈 뜨니 선진국’이라 했는데,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후 ‘눈 뜨니 후진국’이 되어 있었다.

윤석열 정권이 10대들의 눈밖에 난 것은 고등학생 만화 사건 때문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에 발끈해 행사를 주관한 곳을 수사하고 관련 예산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하나 인정하지 않은 윤석열 정권에서 어떻게 문화가 꽃 필 수 있겠는가.

중고생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중·고등학생들을 감히 표현의 자유를 누려선 안 되는, 저항할 줄 모르는 꼭두각시라고 여기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 중고등학생은 1511명으로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11일간 모집한 인원이다. 단체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명 넘는 학생이 시국선언에 동참했으며, 28개 중·고교 총학생회와 6개 지자체 청소년자치기구도 단체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오는 1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로 당초 예정했던 5일 촛불집회를 오는 12일로 미뤘다”며 “오늘 시국선언은 매주 촛불집회를 연다는 상직적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전자

4.19 역시 중고생들이 큰 역할을 했다. 세계 혁명 사상 중고생이 나서 정부를 규탄한 것은 이례적으로 우리나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유전자가 내부에 잠재해 있다. 동학, 의병, 4.19, 5.18. 6.10, 촛불 혁명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다.

4.19때 남학생들도 많이 나섰지만 여학생들도 많이 나섰다. 1919년 3.1 만세 운동을 주도 했던 유관순도 당시 19세의 여학생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행주 치마에 돌을 담아 날라 성을 지켰다. 이 위대한 유전자가 오늘날 한국을 지탱하게 해준 모태다.

 

4.19때 거리로 나선 여학생들- 유관순의 후예들

일제 강점기에도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나 전국적으로 퍼졌고 이는 3.1 운동 이후 전개된 가장 큰 항일 투쟁이었다. 그 역사를 이어받아 5.18 때도 광주의 중고생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금남로로 나가 계엄군과 싸웠다. 그들이 자라 지금은 50대의 중년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50대 이상은 보수 성향이 강하나 현재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학창시절 5.18을 겪었고, 40대는 학창시절 6.10 항쟁을 겪었다. 이들이 민주 진영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준석이 갈라치기로 살려놓은 20대 지지율 폭락 예상

주지하다시피 지난 대선은 그동안 민주 진영을 더 많이 지지했던 20대들, 특히 남성들이 윤석열을 더 많이 지지해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 주역 이준석은 윤핵관들의 왕따와 윤석열의 내부총질에 당에서 쫓겨났다.

그렇지 않아도 낮아진 윤석열 정권의 2030 지지율이 이번 이태원 참사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030 자식을 둔 4050도 더 결집해 윤석열 정권 타도에 앞장설 거라 본다. 60대도 중반까지는 민주 진영 지지자가 더 많다. 그들이 바로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죽고 아한열이 최루탄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소위 ‘넥타이 부대’ 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까지 나선 4.19

평생 피의자들에게 고함이나 치고 삿대질 하고, 있는 죄는 덮어주고 없는 죄도 만들어 내 정적만 제거한 버릇이 있는 검찰 출신들은 한국인의 내부에 흐르는 이 무서운 유전자를 망각하고 있다. 그저 구속영장 때리고 기소하면 다들 꼼짝 못할 것이라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천하의 박정희도 김영삼을 제거하려다 부마 민주 항쟁으로 무너졌고, 군부독재 살인마 전두환도 법정에 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이명박근혜도 결국 감옥에 갔다. 윤석열이 지금은 권력을 쥐고 있으니 본부장 비리도 덮어줄 수 있지만 민심이 분노하면, 더구나 중고등들까지 나서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설령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 해도 지지율이 30% 이하가 계속 유지되면 사실상 식물정권이 되고, 2024년 총선이 다가오면 국힘당도 ‘윤석열 탈당 카드’를 꺼낼 것이다. 반격을 논리고 있는 이준석과 유승민의 신당 창당도 변수다.

어떤 정부에서도 사건, 사고는 일어났고,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 정권은 처음 본다. 이상민의 망언, 한덕수의 농담, 참 좋은 기회라고 말한 천공, 이태원 참사가 북한 짓이라는 전광훈, 부모 탓하는 전 비서관, 주사파 운운하는 김문수, 간첩 조작에 가담한 자가 대통령 비서관을 하고, 국가 기밀을 빼내 유죄를 받은 자가 안보실 차장으로 있는, 이 후한무치한 윤석열 정권은 이미 존재의 이유를 잃었다.

거기에다 경제파탄, 안보파탄, 외교파탄,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는 윤석열 정권은 수십억이 들어간 대통령 관저 입주도 미루고 있다. 500억만 들어간다던 대통령실 이전은 조 단위가 들어간다고 한다. 국가재난시스템도 올스톱되었다.

잘 한다던 안보는 강릉에 선제타격만 하고, 외교는 막말로 얼룩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김건희의 도이츠모터스 주가 조작은 증거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소환 한번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무슨 일어죽을 공정과 상식인가? 지금이라도 자진 퇴진하는 게 애국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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