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 유엔총회 최대 이변, 기시다의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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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칼럼] 유엔총회 최대 이변, 기시다의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 제안
  • 이흥노 재미동포
  • 승인 2022.10.0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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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이흥노 재미동포

이번 77차 유엔총회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 최대 이변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민족문제, 특히 교류 협력, 통일 문제와 관련,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유럽을 제외한 전 지역 회원국들이 미국과 유엔안보리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게 특색이다. 이건 세계가 일극 체계가 아닌 다극 체계로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발언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했다. 해마다 유엔총회에서 역대 남한 정권은 단 한 번도 남북문제를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며 두 번이나 연속 유엔의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전통을 깨고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담대한 구상’을 밝힐 필요도 있고 ‘주적’이라며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말 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총집결된 유엔 무대에서 민족의 소원, 겨레의 염원을 호소하고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를 유별나게 강조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자유’라는 말을 10여 분 동안 무려 21번이나 외쳐댔다. 그리고 갈등과 반목이 해소되는 게 진정한 평화라고 했다. ‘자유와 연대’ 그리고 ‘갈등과 반목 해소’란 도대체 뭔 소리일까‘? 

전자는 바이든의 ‘편 가르기’ 공작에 야합 미국 편에 서자는 아부성 발언인 것 같다. 후자는 윤 대통령 자신이 갈등과 반목의 최대, 최고 왕초인 주제에 이를 외치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또, 그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 유린으로 세계 시민의 자유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과 대량살상무기 최대 보유국은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을 지목하질 않고 북한을 지목한 우회적 비난인 듯한 냄새가 풍긴다.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는 전적으로 한미, 한·미·일 합동훈련으로부터 온다고 봐야 맞다. 핵 항공모함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하고 일본자위대가 독도 근처에서 합동훈련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권은 사드 추가 배치, 인도-태평양 안보 체계, ‘칩4’를 비롯해 갖가지 미국의 반중러 기구에 덥석 올라타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북핵을 빙자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배치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이러한 행태를 북한을 위시한 주변국들이 안보를 우려하며 곱게 보지 않고 있다. 

해내외 동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복사판이 한반도에서 재연된다고 크게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이 나토의 확장과 러시아의 안보가 충돌한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복사판을 막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고한 시민의 희생 대가로 미국 전쟁 상인만 돈방석에 올라가 신나게 춤을 춘다고 동포들은 믿고 있다. 바꿔 말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라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북일정상회담 제의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건 없이 북일 정상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올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고이즈미 총리 평양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일본의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은 ‘북일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미사일, 과거사,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귀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놀라게 했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신뢰할 수 있냐는 것이 핵심적 과제로 떠오른다. 지구촌 눈에는 일본의 역대 지도자가 예외 없이 미국의 ‘충견’으로 각인돼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기시다 총리가 진정 북일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먼저 ‘북일평양선언’ 의 일방적 폐기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동시에 선언의 이행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행동 없는 말만 앞서는 것은 신뢰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기시다 총리가 왜 지금에서야 북일정상회담, 그것도 유엔에서 불쑥 제의했을까? 그 배경이 너무 궁금하다. 바이든 ‘신냉전’의 핵심은 반중러 전선 구축이고, 바로 이 전선에 돌격대로 적극 부역하는 게 일본이다. 뜬금없이 국교 정상화 소동의 배경은 도대체 뭔지를 살펴보자. 

점점 더 밀착되고 있는 북·중·러 전선에서 북한을 떼서 균열을 내자는 공작의 일환일 수 있다. 이런 구상은 이미 트럼프 정권에서도 있었고 현 바이든 정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고 알려졌다. 냉전 때, 중소 분쟁에서 중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 재미를 봤던 미련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북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은 중소 분쟁에서도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고 자주적 실리외교를 폈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한국은 일본의 강경 반북 노선 고수에 보답 차원에서 많은 양보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걸 일본은 잘 안다. 또, 과거와 판이하게 달리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왕에 더 압박을 가해 일본 앞에 아예 납작 엎드리게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굳이 유엔 무대에서 북일 수교 카드를 뽑아 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윤석열 정권이 이에 놀라 기절할 걸로 계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요 언론매체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기시다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새빨간 거짓이지 싶다. 미국은 대중러 전선 구축에 절박하게 요구되는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혈안이 돼 있다. 조일 수교는 긴장 조성에 걸림돌로 되기에 이를 미국이 지지한다고 믿기 어렵다. 기시다의 관계 개선 소동은 미국이 배후에서 뭔가 불길한 공작을 꾸미려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다. 

 

김성 대사의 유엔총회 발언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9월 26일 연설을 했다. 김성 대사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과 한미연합훈련을 성토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은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면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김성 대사는 북한을 비롯해 세계에 다수의 핵보유국이 있지만, “유독 조선에 가한 것은 가장 강도적이고 극악한 제재”라고 강한 비판을 했다. 

그는 핵미사일 개발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라면서 유엔이 이에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유엔헌장의 기본 정신인 평등과 내정불간섭을 부정하는 모순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규정을 유엔 이름으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인정한 적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적대시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이익을 보위하고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도가 핵법제화라고 말했다. 

이 법을 제정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참수작전까지 포함된 한미연합훈련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계 곳곳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되지만, 한미연합훈련처럼 야수적이고 야만적인 군사훈련은 없을 것 같다. 지난 9월 29일 방한한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언행은 지난달 대만을 방문했던 펠로시 의장의 행각과 거의 일치한다. 둘 다 남북 및 양안 관계 악화에 초점을 맞췄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각각 2, 3위의 최고 지도자들이 번갈아 분쟁지역을 찾아가 불장난을 했다는 점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부통령은 최전선 미군 초소에 가서 쌍안경을 끼고 북한을 관찰했다. 북한을 향해 “악랄한 독재, 불법무기, 인권 침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루 일정이라 다른 일도 많을 터인데, 왜 굳이 전선을 시찰했을까? 평화의 사도인가 아니면 죽음의 상인인가? 

선진국 지도자라면 긴장이 흐르는 분쟁지에서는 평화 메시지를 내놨어야 정상이 아니겠나. 그런데 왜 굳이 평양의 심기를 작심하고 불편케 했을까? 그의 오산 미공군기지를 통한 입국에서부터 전선 시찰, 특히 쌍안경으로 북한을 관찰하는 모습은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한다. 민족의 자주, 주권, 긍지에 먹칠하는 것 같아 오금이 저려온다. 또한 그것은 한국전쟁 직전에 덜레스가 38선 최전선에서 쌍안경으로 북한을 시찰했던 걸 연상케 한다. 

해내외 동포들은 한반도 긴장과 위기의 주범이 한미연합훈련과 윤 대통령의 대북 적대 정책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다. 동포들의 전쟁놀이 결사 저지에도 끝내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됐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9월 1일, 러시아 주도의 ‘보스토크(동방)-2022훈련’에 13개국이 참여했다. 한반도의 인근 동해에서 개최된 이 대규모 훈련에 인도 중국을 포함해 5만 명이 참가했다. 중국은 군함 3척을 비롯해 첨단 군사 장비를 이끌고 2천 명의 육해공 3군이 참가했다. 

한반도 안팎에서 혼자가 아닌 다국적군의 전쟁놀이는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다. 긴장을 조성할 뿐 아니라 작은 실수만으로도 큰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고 말려들 개연성도 없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력법제화 선언에 이어 김성 대사도 유엔에서 이를 거듭 밝혔다. 이것은 북한이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널리 공지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김성 대사의 유엔총회 발언 요지는 ‘북핵 폐기는 영원히 물 건너갔으니, 지구촌은 당당한 핵보유국인 북한과 선린,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물론 7차 핵미사일 시험도 예정대로 실현된다는 걸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공고한 북·중·러 연대가 뒤에서 버티고 있는 가운데 핵법제화가 제정됐을 뿐 아니라 조만간 있을 핵실험도 중러의 거부 반응은 없을 걸로 보인다. 하지만 핵실험이 재개되면 한미는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하겠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똑 부러지게 무엇을 하겠다고 하지 않고 소리만 요란하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겠지만...

 

맺는말 

지금 국제정세는 실로 위기라 해야 맞다. ‘미러 대리전’이라 불리는 미국과 영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입만 벌리면 인권이요, 자유요, 평화를 외치는 미국, 영국, 나토가 돈과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대주며 싸움하라고 부채질을 하니, 인간인가 아니면 흡혈귀인가? 종전, 휴전, 협상, 평화의 함성은 도무지 들리질 않고 오로지 제재와 무기 지원 소리만이 요란하다. 

급기야는 발트해 해저에 묻힌 송유관이 폭파돼 미러가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미국의 짓이라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미국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군 장성이 조사단장이었던 천안함 사건의 조사 결과와 같은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 한반도의 긴장은 막 위기를 지나서 화약 냄새를 풍기는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장난이 아니다. 

지구촌이 온갖 자연 또는 인위적 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불행과 고통은 바이든의 ‘신냉전’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맞다. 우리 민족은 이런 국제적 위기에서 탈출할 유일한 탈출구가 있다. 남북이 합의한 선언을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남북의 선언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바이든의 갈라치기, 줄 세우기에 부화뇌동하는 윤석열 정권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평화를 염불처럼 외우고 있다. 미국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야 방향 전환을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2017년 말,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싱가포르 북미선언’을 낳은 배경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과시할 7차 핵실험은 미국을 놀라 기절케 할 것이다. 마침내 대북 적대 정책을 끝내 버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 장단에 춤추는 윤석열 정권도 미국을 따를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풍전등화의 신세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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