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297] 민족분열의 재앙 밀어내는 통일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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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297] 민족분열의 재앙 밀어내는 통일여명
  •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5.0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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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3중 과업체계와 3중 추동체계 담은 판문점 선언

2. 판문점 선언 제1항 정밀분석

3. 판문점 선언 제2항 정밀분석

4. 판문점 선언 제3항 정밀분석

 

1. 3중 과업체계와 3중 추동체계 담은 판문점 선언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8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분계선을 넘어가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 놀라운 상봉장면이 펼쳐졌다.

판문점 분계선을 넘어 남측에 들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분계선을 넘어 북측에 들어갔고,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분계선을 다시 넘어 남측에 들어섰다. 두 정상의 극적인 동반월선은 필설로 형상하기 어려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1>

▲ <사진 1> 8천만 우리 민족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경탄과 감동을 안겨준 역사적인 장면이 바로 이 사진에 담겼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분계선을 넘어 남측에 들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감격적으로 상봉한 직후 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들어가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 다음, 손을 잡고 분계선을 다시 넘어 남측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70년 동안 분열과 대립의 땅이었던 판문점은 홀연히 화해와 단합의 땅으로 전변되었다. 위대한 전변의 순간을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격정의 눈시울을 적시며, 마음 속으로 외쳤다. "우리 민족은 하나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일보> 2018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난 오찬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서울이든 평양이든 판문점이든 후보지를 제안하고 북한이 (판문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특사단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서울, 평양, 판문점을 남북정상회담 개최후보지로 제의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중에서 판문점을 선택하였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을 남북정상회담 개최지로 선택한 목적은, 몸소 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에 들어감으로써 8천만 민족에게 자신의 조국통일의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날 통일일념을 안고 북측을 방문했던 남측 통일운동가들이 넘어서면 감옥으로 끌려가야 했던 판문점 분계선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잡고 함께 넘어선 순간, 홀연히 민족분열의 어두운 장막이 걷히며 여명이 밝아왔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 마련된 회담장에 도착하여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 정 은

2018. 4. 27.

 

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라 하는가? 낡은 것이 새 것으로 교체되는 것이 사회역사발전의 진리이거늘, 낡은 역사의 종착점을 뒤로 하고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전환점으로 하여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자주통일시대가 밝아오기 시작했다는 것, 바로 여기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가 빛나고 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는 2000년과 2007년에 각각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을 때도 자주통일시대가 열리는 듯하더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던 경험을 기억하면서, 오늘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자주통일시대가 밝아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전에 진행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사이에서 돋보이는 차이점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중간에 남북정상회담을 배치해놓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상반기 정상회담일정은 베이징 북중정상회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평양 북중정상회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정상회담일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 정세변화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외교지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 시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 정세변화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가운데 진행되었기 때문에,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이행도중 좌초되고 말았다.

그와 달리,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 정세변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주체적인 회담전략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는 주체적인 회담전략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그 위에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전략이다.

민족주체역량으로 구축하게 될 평화체제는 분단체제에서 분리된 일반적인 평화체제가 아니라, 분단체제를 혁파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다.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는 평면적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3차원 과업수행체계에 의해 입체적으로 구축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3차원 과업수행체계라는 것은 남북불가침 및 상호군축,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가 서로 맞물려 입체적으로 수행되는 체계를 말한다.

판문점 선언이 바로 그 3차원 과업수행체계를 담았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서 자세히 논한다. 판문점 선언이 3차원 과업수행체계를 담았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자주통일시대가 밝아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일정 중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지역에 있는 도보다리를 산책하다가 그 다리 끝에 마련된 옥외담화장소에서 배석자들이 전혀 없이 단독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이다. 배석자들이 함께 하는 확대정상회담에서 터놓기 어려운 속마음을 툭 터놓고, 깊고, 진지한 담화를 나눈 것이다. 두 정상은 그 자리에서 26분 동안 단독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불신과 갈등은 봄날의 눈처럼 녹아버렸고, 신뢰와 교분이 따스하게 싹트고 있었다.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뜻깊은 회담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주목되는 것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3차원 과업수행체계만이 아니라 3중 추동체계를 구축하는 문제도 합의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3중 추동체계란 정기적으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 개통될 남북정상직통전화, 개성에 설치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다.

판문점 선언의 앞길을 가로막을 난관과 방해를 뚫고 나아가 그 선언을 기어이 이행할 강력한 추진력이 3중 추동체계에서 발생될 것이다. 3중 추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시기 남북정상회담과 구별되는 획기적인 조치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3중 추동체계를 합의하였음을 인지할 때,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자주통일시대가 밝아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3) 2000년과 2007년에 각각 진행된 남북정상회담들은 남측 정부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기에 성사되었다. 그래서 남측에서 일어난 정권교체의 역풍을 피할 수 없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불러일으킨 역풍을 맞아 이행도중 좌초되었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자기 임기 중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 전망컨대,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이고, 남북상호군축이 시작될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고, 주한미국군이 철수될 것이고,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통일국가건설의 기초가 축성될 것이다.

이런 전망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판문점 선언의 정밀분석에서 얻어내는 확실한 전망이다. 판문점 선언이 정권교체의 역풍을 맞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면,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자주통일시대가 밝아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요컨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는, 낡은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자주통일시대가 밝아오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2018년 4월 27일은 우리 민족끼리 무궁토록 번영할 새로운 시대의 첫날이었다.

 

2. 판문점 선언 제1항 정밀분석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3개 항목과 2개 공약으로 구성되었다. 제1항은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가기 위한 6개 세부사항을 명시하였다.

제2항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3개 세부사항을 명시하였다. 제3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4개 세부사항을 명시하였다.

2개 공약들 가운데 첫 번째 공약은 남북정상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남북정상직통전화를 개통하기로 합의한 것이고, 두 번째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 제1항을 정밀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판문점 선언 제1항은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것이다”라고 명시하였다.

이 조항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목적이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이어놓기 위한 것이고, 민족의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료하게 말해준다.

주목되는 것은 ‘민족의 혈맥’ 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우리 민족이 왜 만난을 무릅쓰고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해답을 준다.

민족의 혈맥이라고 할 때, 민족은 무슨 뜻이고, 혈맥은 무슨 뜻인가? 민족은 사회역사를 발전시키는 가장 공고한 사회적 관계의 총체를 뜻한다.

무릇 민족은 여러 겨레(族, 피붙이)들로 구성될 수도 있고, 단일한 겨레로 구성될 수도 있다. 우리 민족은 단일한 겨레로 구성된 민족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을 한겨레라고 부른다.

우리 민족과 달리, 중화민족은 56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겨레들이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족이고, 베트남민족은 54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겨레들이 킨족(京族)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족이다.

우리 민족의 형성사를 보면, 아주 먼 옛날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 사는 예맥족이 주도하고 한반도 남부에 사는 한족(韓族)이 포섭되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청동기 문명을 건설한 민족국가가 출현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고조선이다.

예맥족과 한족이 고조선 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완전히 융합되어 민족의 단일혈맥을 이루었다. 민족은 혈맥의 단일성으로 형성되며, 민족의 단일혈맥은 민족국가 안에서 공고화되고, 계승된다.

혈맥이라는 개념을 현대과학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유전체(genome)라는 과학개념이다. <중앙일보> 2011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남측의 두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우리 민족구성원들의 유전체를 해독하여, 현생인류가 가진 유전체 30억 개 중에서 우리 민족구성원만이 가진 특유의 변이유전자 63,000여 개를 찾아냈다고 한다.

이 변이유전자들을 발견함으로서 민족의 혈맥이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개념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70년 동안 지속되어온 민족분열은 5,000년 민족발전사 속에서 형성되고 공고화되어온 민족의 단일혈맥을 무참히 끊어놓았다.

민족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집단 속에 존재하는 수천만 개별자들은 민족혈맥단절의 재앙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직접 체감하지 못하고, 그래서 민족분열의 고통과 불행에 무감각하지만, 사회적 집단인 민족은 자기 혈맥이 끊어진 70년 대재앙 속에서 고통과 불행을 겪으며 신음하고 있다.

민족분열은 사회역사발전의 주체인 민족국가의 분열이며, 민족국가의 분열은 민족의 혈맥을 끊어놓고, 반만년 동안 공고화되어온 사회적 집단의 동질성, 정체성을 차츰 소멸시키는 끔찍한 재앙이다. <사진 3>

▲ <사진 3>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녹이 슬어버린 군사분계선 팻말이 판문점 지역에 비스듬히 서서 60년 넘게 분열과 대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 원한의 팻말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뽑아버려야 8천만 민족이 민족분열의 고통과 불행을 모르고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우리 민족은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첫 발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내딛은 첫 발걸음은 수천만 개의 발걸음으로 늘어날 것이며, 8천만 민족의 염원대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 천만년 무궁토록 번영할 자주통일국가를 보란듯이 건설할 것이다. 이런 절절한 소원, 이런 강인한 신념, 이런 뚜렷한 목표가 8천만 민족을 조국통일의 길로 힘있게 이끌어주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 끔찍한 재앙에서 벗어나는 민족사적 과업은 통일국가를 건설하여 70년 동안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 것이다.

그리하여 판문점 선언 제1항은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이어놓는 민족사발전의 최고 강령을 8천만 민족 앞에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발표문에서 “우리는 대결하여 싸워야 할 이민족이 아니라 단합하여 화목하게 살아야 할 한 핏줄을 이은 한민족”이라고 언명하였다.

(2) 판문점 선언 제1항은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다고 명시하였다. 민족자주의 원칙이 민족의 운명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민족은 저절로 사회역사발전의 주체로 되지 않는다. 인류사에 등장한 민족들 가운데 사회역사발전의 주체로 되지 못한 불우한 민족들도 많다. 민족이 사회역사발전의 주체로 되기 위해서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민족자주역량을 가져야 한다.

민족자주역량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민족자주역량은 반드시 자주권을 가진 민족국가 안에서 발생되고, 강화된다. 예속과 굴종을 반대하고, 자주성을 자기 목숨처럼 지키는 자주적인 민족국가가 수립되어야 한다.

(3) 판문점 선언 제1항은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것은 판문점 선언이 7.4 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선언, 그리고 그 선언들에 의거한 기존 합의들을 계승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것은 판문점 선언이 통일국가건설운동 70년 역사를 전면적으로 계승할 뿐 아니라, 오늘 변화된 정세에 맞게 그 내용을 더욱 발전시켰음을 뜻한다.

(4) 판문점 선언 제1항은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고, 남북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고, 남북이산가족 및 친척상봉을 진행하고,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대책을 취하고, 남북해외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여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한다고 명시하였다.

이것은 민족국가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남북정부당국의 노력과 남북해외 정당 및 민간단체들의 노력을 병진시켜 전민족적 범위에서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면 그 건설임무를 수행할 정치주체를 세워야 하는데, 그 정치주체가 바로 민족통일기구다. 하지만 조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지금, 남북정상회담이 한 차례 성사된 것만으로는 민족통일기구를 창설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통일국가건설운동의 낮은 단계에 등장하는 예비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 개성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바로 그 예비기구다.

앞으로 통일정세가 급속히 발전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경험을 쌓게 되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과 역할이 차츰 확대, 강화될 것이고, 그런 과정을 거쳐 통일국가건설운동이 높은 단계로 올라서면, 민족통일기구가 창설될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개성이라는 지명이다.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에 설치되는 게 아니라, 개성시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진은 개성시내 중심도로를 촬영한 사진이다. 개성은 우리 민족사에서 첫 통일국가로 출현하였던 고려의 수도다. 그처럼 유서 깊은 땅에 남과 북의 정부당국자들이 상주하는 기구가 설치된다는 것은 통일국가건설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사변이 아닐 수 없다.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장차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경로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등장하게 될 민족통일기구를 내오기 위한 예비조치로 보아야 한다. 중세기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이 개성을 통일국가건설의 거점으로 삼았던 것처럼, 그로부터 1,0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도 개성을 통일국가건설의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통일의 새 아침은 개성에서 밝아오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두는 방안을 구상하였다.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발표문에 그런 구상이 들어있다.

<동아일보> 2008년 10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정부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기본방향(안)’이라는 문서에서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고 하였으나 북측의 거부로 합의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은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방도가 아니다. 미수교국들은 상대국 수도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였다가, 그것을 이익대표부로, 대사관으로 교체해가는 관계정상화를 추진하지만, 그런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인 남북관계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우선 설치하고, 정세발전에 따라 민족통일기구를 설치하는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3. 판문점 선언 제2항 정밀분석

판문점 선언 제2항은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명시하였다. 이런 공동의 노력을 위한 실천방도들이 합의되었다.

(1) 판문점 선언 제2항은 남과 북이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하였다.

이것은 남과 북이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한 10.4 선언의 내용을 계승한 것인데, 이번에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하는 과업이 추가되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남북상호군축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북측은 이미 1990년 5월 3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이라는 문서에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방안에 따르면, 비무장지대 안에 배치한 모든 군사인원들과 군사장비들을 철수하고, 비무장지대 안에 설치한 모든 군사시설물들을 해체하고, 비무장지대를 민간인들에게 개방하여 평화적 목적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28년 만에 기어이 판문점 선언에 포함시킨 북측의 일관되고, 끈기 있는 노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2) 판문점 선언 제2항은 남과 북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이것은 북과 남이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자고 합의한 10.4 선언의 내용을 계승한 것이다.

그 수역이 평화수역으로 전환되면, 남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서해 북방한계선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천안함 사건의 진실도 밝혀지게 될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백령도 서북쪽에 있는 두무진 해안절벽을 촬영한 것이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나 아름답지만, 이 해안절벽이야말로 절경이다. 그처럼 아름다운 절경이건만, 우리는 60년이 넘도록 그 바다 위에 북방한계선을 그어놓고 무력충돌위험을 고조시켜왔다. 의혹으로 가득 찬 천안함 사건도 그 위험수역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런 대결분위기과 충돌위험도 이제는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판문점 선언은 그 위험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바다, 우리가 후대에게 물려줄 바다는 너무 늦었지만 이제서야 원래의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판문점 선언 제2항은 남북의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이것은 각종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10.4 선언의 내용을 계승한 것이다.

(4) 판문점 선언 제2항은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군사문제를 지체 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이 합의가 나오기도 전에,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강행해오던 확성기방송을 서로 중단하고, 방송시설을 철거하였다.

 

4. 판문점 선언 제3항 정밀분석

판문점 선언 제3항은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원칙과 실행대책들을 명시하였다.

이것은 남북불가침 및 상호군축,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가 서로 맞물려 입체적으로 수행될 것임을 예고하는데, 한반도 평화체제 위에 통일국가가 건설될 것이라는 전망은 확정적이다.

판문점 선언이 가지는 가장 큰 역사적 의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원칙과 실천대책을 합의하였다는 데 있다.

(1) 판문점 선언 제3항은 남북불가침조항이다. 이 조항은 남과 북이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남과 북은 이미 10.4 선언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고, 상호불가침의무를 준수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이번에는 그 불가침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하기로 다시 한 번 합의한 것이다.

남북불가침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남북상호군축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불가침을 합의하고 준수할 때, 남북상호군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북측은 1990년 5월 3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이라는 문서에서 남북불가침과 남북상호군축의 상호연관성을 명확히 밝힌 바 있는데, 그 문서는 “북과 남이 협상을 통하여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 대폭적인 군축에 합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2) 판문점 선언 제3항은 남북상호군축조항이다. 이 조항은 남과 북이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남과 북이 단계적 군축을 합의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되는 사변이다. 북측은 1990년 5월 3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이라는 문서에서 남북상호군축방안을 명시한 바 있는데, 그 방안에 따르면 남과 북은 “무력을 단계적으로 축감”하고, “군사장비의 질적 갱신을 중지”하고, “군축정형을 호상 상대측에 통지”하는 것이다.

남북상호군축방안을 28년 만에 기어이 판문점 선언에 포함시킨 북측의 일관되고, 끈기 있는 노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기쁨에 넘쳐있는 두 정상이 맞잡은 손을 높이 치켜든 역사적인 장면이다. 두 정상이 대결의 종착점을 뒤로 하고 화해의 출발점에 선 것은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감동 그 자체였다. 판문점 선언을 끝까지 이행하여 통일국가건설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기까지에는 앞으로 많은 난관을 헤쳐가야 하겠지만, 두 정상에게는 그 모든 난관을 헤쳐가려는 강한 의지와 굳은 신념이 있다. 위대한 민족은 난관을 뚫고 나아가 반드시 위대한 역사를 창조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남과 북의 단계적 군축을 주목하는 까닭은, 그것이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수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단계적 군축을 실행하지 않으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할 수 없다. 그 반대로 진실이다.

북측은 1990년 5월 3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 이라는 문서에서 ‘북남무력축감’과 ‘외국무력의 철수’를 상호결부시킨 바 있다.

(3) 판문점 선언 제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회담을 남북미 3자가 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미중 4자가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남북미 3자회담을 개최하자는 것은 북측 의견이고, 남북미중 4자회담을 개최하자는 것은 남측 의견이다.

이 문제는 11년 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되지 못했다. 10.4 선언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수뇌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한 바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중대사안을 논할 필요가 있다.

첫째, 10.4 선언은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명시하였는데, 판문점 선언은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평화협정 체결도 “적극” 추진하기로 명시하였다. 

남과 북이 평화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획기적인 사변이다. 북측은 평화협정 체결문제에 언제나 적극적이었지만, 남측은 미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 문제를 외면하였다. 그러던 남측이 이번에 평화협정 체결을 합의한 까닭은 미국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남측에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합의해도 좋다고 허락한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평화협정 체결이 합의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전망할 수 있다.

남북미 3자회담을 개최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미중 4자회담을 개최할 것인지 확정하지 못한 미결사안도 북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판문점 선언 제3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 이외에 다른 문제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문장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별도의 문제가 포함되었음을 말해준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업이 완료되는 게 아니라,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더불어 최종적으로 해결해야 할 더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사안이 바로 주한미국군 철수다.

북측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더불어 해결되어야 할 최종문제로 정식화하고, 그것을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라고 모호하게 표현하여 판문점 선언 제3항에 집어넣은 것이다.

70년 동안 요구해온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하여 판문점 선언에 집어넣은 북측의 노련한 기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진행된 만찬에서 두 정상이 담화하는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만찬에 차려질 각종 음식들을 특색있게, 성의껏 마련하여 대접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옥류관 요리사들을 불러 저 유명한 평양랭면과 쟁반랭면을 대접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판문점 상봉 중에 평양랭면에 대해 언급하였고, 만찬탁에 평양랭면이 올랐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고 퍼지자, 평양랭면은 민족화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남측 동포들이 서울 시내 냉면집들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원래 평양랭면은 고려시기 평양의 찬샘골마을 주막집 달세 부부가 박우물을 길어 만든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하여 유명해진 '찬 곡수'가 찬 국수로 이름이 바뀌고, 나중에는 냉면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800년 전통의 고려특식이다. 평양랭면들 가운데서도 특히 옥류관에서 특유의 비법으로 만든다는 평양랭면과 쟁반랭면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진 미각으로는 느끼기 힘든 깊은 맛을 안겨준다. 평양랭면에는 평양식 녹두지짐과 평양식 김치를 곁들여야 제 맛이 나므로, 평양 옥류관에 가서 먹어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해결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철군을 약속하는 수밖에 없다.

북미정상회담의 극적인 시나리오는 그렇게 전개될 것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명시적 표현 대신에 알아들 수 있는 사람만 알아듣는 암시적 표현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AP> 2018년 4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은 펜타곤을 방문한 폴란드 국방장관과 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취재기자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국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느냐 라고 묻자, “아마도 그것은 먼저 동맹과의 협상에서, 물론 북조선과의 협상에서도 우리가 논의할 문제들 가운데 하나”라고 답변하였다고 한다.

이 발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였을 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에서 그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4) 판문점 선언 제3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듣고 싶어 안달하는 비핵화 조항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참 아쉽게 되었지만, 그 조항은 짤막한 세 문장으로 끝나버렸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조항을 판문점 선언에 집어넣어주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들어갔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비핵화 조항의 첫째 문장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다. 이 중요한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조선이 완전한 비핵화를 단행하는 경우, 그것이 완전한 비핵화인지 불완전한 비핵화인지 사찰, 검증할 방도는 미국에게 없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사찰과 검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불검증 비핵화다.

불검증 비핵화는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범위 안에서 실행되는 비핵화다.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할 비핵화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할 불검증 비핵화를 완전한 비핵화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비핵화 조항의 둘째 문장은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북측의 주동적인 조치들이란 지난 4월 2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에 천명된 것처럼,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핵시험장을 폐쇄하는 핵동결조치를 뜻한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일주일 전에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장면이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였고, 조선로동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조선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핵시험장을 폐쇄하는 전격적이고, 파격적이고, 선제적인 핵동결조치를 발표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조선의 핵동결조치가 취해짐으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는 결정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성사될 북미정상회담에서 또 한 차례, 더 커다란 전환의 폭풍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슴 벅찬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므로 이 문장의 앞부분은 남측이 북측 핵동결조치의 중대한 의의를 인정하였다는 뜻이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취한 조치의 의의를 남측 정부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 문장의 뒷부분은 남과 북이 각자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합의한 것인데,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구색을 갖추기 위해 들어간 문장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항의 셋째 문장은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문장도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구색을 갖추기 위해 들어간 문장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만찬 환영사에서 “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습니다. 마음이 통했습니다”고 하면서 “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됐습니다”고 말하였다. 이 발언은 두 정상이 판문점 상봉과 회담에서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었다는 고백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만찬 답사에서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꼭 보여주고 싶으며, 또 보여줄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강한 실천의지를 표명하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환영사에서 “우리가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확신을 표명하였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그처럼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고, 강한 실천의지와 자신감을 각각 표명하였으니, 민족분열의 땅 판문점에서부터 통일여명이 밝아온 것이 분명하다. 70년 민족분열시대가 저물고, 우리 민족끼리 천만년 번영할 통일시대가 드디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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