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자본주의 막장’ 미국의 대표주자…코인 사기꾼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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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자본주의 막장’ 미국의 대표주자…코인 사기꾼 일론 머스크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2.08.0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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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일론 머스크. 오른쪽 위는 도지코인을 상징하는 시바견 그림
▲왼쪽은 일론 머스크. 오른쪽 위는 도지코인을 상징하는 시바견 그림

지난 3월 9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7%가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글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누리꾼 수는 지난 6월 기준 1억 명을 넘어섰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 테슬라,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로 삼는 스페이스X 등을 운영하는 미국인 기업가다. 2022년 기준 가진 재산만 3,021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394조 3,311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도 이런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의 영향력을 믿고 코인(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희망 도지(DOGE). 매수한 순간 바로 떡락. 들어간 돈이 반 토막 나는 이 순간 모아온 적금 빌렸던 돈 다 사라져 간다. 연기처럼 멀리. 도지 산 순간 마법처럼 나 모아왔던 돈들이 삭제돼간다. 지금 내게 후회만 있을 뿐.”
-유튜브 채널 나몰라패밀리 핫쇼, 「도지킬앤하이드 - 도지 산 순간(song by 나 일론 머스크) 도지코인 탈출할까? 더 지켜볼까? 고민 중인 여러분의 결심에 도움이 될 노래 (원곡: 지킬 앤 하이드-지금 이 순간)」, 2022년 8월 2일 기준 조회수 160만 3,123회, 2021.5.3. 

“말도 안 돼. 고개 저어도 머스크 형 트윗으로 속삭여. …중략… 쉼 없이 삭제되는 돈들 이대로 손절할 수는 없잖아. 함께 기도하는 거야. 너와 나 두 손을 잡고 우리들 모두의 꿈을 모아서.”
-나몰라패밀리 핫쇼, 「코인 퉤 - 우리의 개꿈(song by 나 일론 머스크) 코인 시장 하락세에 지쳐 다시 오르길 바라며 만든 노래(원곡: 코요태 - 우리의 꿈 원피스 OST)」, 2022년 8월 1일 기준 조회수 134만 8,267회, 2021.5.16

유튜브에서 ‘일론 머스크’를 검색해보면 위와 같은 노랫말을 담은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머스크의 말만 믿고 코인을 샀다가 후회했다는 내용이 담긴 풍자 영상의 조회수가 수백만 회를 넘는다. 이처럼 머스크는 자신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기대를 짓밟고 배신했다. 

그동안 머스크는 앞장서서 비트코인을 열렬히 옹호해왔다. 2021년 초 머스크는 “비트코인이 현금보다 낫다”라며 비트코인 15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도 꺼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남긴 말 한마디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폭등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없다고 자신의 말을 번복하자 비트코인은 바로 폭락했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에 머스크를 향한 불신이 점점 깊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머스크를 향한 신뢰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올해 들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사람들은 조만간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머스크의 말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테슬라 측에서는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하기 전,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팔아치워 큰 수익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테슬라는 지난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재무보고서에서 지난해 1분기에 보유한 비트코인 가운데 10% 정도를 2억 7,200만 달러(약 3,022억 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벌어들인 이익은 1억 100만 달러(약 1,122억 원)이다. 

또 테슬라는 지난 2분기(2022년 4~6월) 당시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 가운데 75%를 내다 팔아 우리 돈으로 84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현금 보유량을 극대화하려고 비트코인을 팔았다”라며 “미래에 비트코인 보유분을 늘릴 가능성은 당연히 열려 있다”라고 석연찮은 변명을 늘어놨다.

비트코인이 폭락하기 전 남몰래 팔아치운 머스크의 이중 행보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머스크의 말을 듣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생계가 위험해진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사람들이 머스크에게 “사기꾼”, “가상화폐 가격 조작의 원흉”이라고 치를 떠는 이유다.



그런데 머스크의 만행은 비트코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2013년 비트코인을 흉내 내 장난삼아 만들어진 도지코인도 머스크의 트윗 몇 마디에 폭등과 폭락을 왔다 갔다 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도지코인의 아버지’라고 칭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을 올리는 등 도지코인을 적극 띄웠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인 5월 머스크는 한 방송에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라며 말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이런 머스크의 오락가락 행보에 도지코인은 폭등과 폭락을 널뛰기했다.

지난해 12월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테슬라 제품 일부를 도지코인으로 살 수 있게 한다면서 도지코인의 폭등을 유도했다. 그러더니 한 달 뒤인 올해 1월에는 테슬라 관련 제품을 도지코인으로 살 수 없도록 했다. 당연히 도지코인은 폭락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에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설이 나돌자 도지코인 가격이 하루 이틀 사이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안정성 없이 이리저리 크게 출렁이던 도지코인의 가치는 최근 들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기준 도지코인의 가치는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때와 비교하면 92%나 폭락한 상태다.

지난 31일(현지 시각) 금융 정보 플랫폼 파인더는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 54명을 대상으로 도지코인의 전망을 물었다. 그랬더니 전문가 55%가 앞으로 10년 내 ‘도지코인이 완전히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동안의 전력을 봤을 때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미리 팔아치우고 유유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자면 머스크는 중앙 정부 기관의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코인 시장에서 폭군처럼 군림하고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머스크 앞에서 눈뜬장님이나 다름없다. 만약 머스크가 주식 시장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진작에 주가 조작, 시장 교란 혐의로 쇠고랑을 찼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각) ‘머스크의 피해자들’은 머스크와 테슬라, 스페이스X를 상대로 2,580억 달러(약 330조 7,000억 원)나 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을 제기한 가상화폐 투자가 키스 존슨은 “피고들(머스크, 테슬라, 스페이스X)은 도지코인이 가치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득을 얻으려 이 코인을 홍보했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금전적 이익과 즐거움을 위해 도지코인 피라미드 사기를 저질렀다”라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코인 사기꾼 머스크가 앞으로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지, 아니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아이언맨의 현실판?’ 미국식 자본주의, 이기주의의 최고봉


머스크는 인기 마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현실판’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스타크는 「아이언맨」 1편에서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뭐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물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사람 됨됨이가 저질인 돈 많은 한량, 난봉꾼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현실의 머스크는 영화의 스타크보다 훨씬 더 막돼먹은 인물이다. 그나마 스타크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참회와 반성이라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머스크는 자신이 트위터에 흘린 말을 믿고 코인을 샀다가 엄청난 손해를 본 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코인의 폭등과 폭락을 부추긴 머스크의 모습을 보면, 머스크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코인의 폭등과 폭락을 놀이처럼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다. 머스크에게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수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이 조금도 없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의 전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머스크를 평가한다.

“머스크가 가진 최악의 단점은 사람에 대한 애착이나 인간관계가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수년간 그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했는데 이용 가치가 없어지자 두 번의 재고 없이 쓰레기처럼 길바닥에 버려졌습니다. …중략… 분명한 것은 그를 위해 일한 사람들이 탄약과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고갈되고 폐기될 때까지 발사되었습니다.”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를 쓴 애슐리 반스가 인용한 테슬라 전 직원의 폭로

머스크가 테슬라의 직원들을 막 소비해도 상관없는 탄약(소모품)처럼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사례가 또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7일 머스크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테슬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쟁에 참전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들에게 3개월 치 월급을 미리 주겠다’라는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돈 몇 푼으로 생색내며 죽을 수도 있는 전쟁터로 가라고 직원들의 등을 떠민 셈이다. 

아마 머스크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난봉꾼, 최악의 경영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본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청년 시절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건너와 자리 잡았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미국식 자본주의·자유주의를 만났고 푹 빠져들었다. 

머스크는 “미국은 지상에 존재했던 나라 중 가장 최고의 국가”라고 미국을 찬양한 바 있다. 지금의 사기꾼, 난봉꾼 같은 머스크의 모습도 결국 ‘속물 자본주의 본고장’인 미국에 적응하면서 배우고 익힌 제국주의식 생존 본능·이기주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다른 이들을 거리낌 없이 짓밟는 이기주의에 워낙 깊게 찌든 나라다.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은 원주민을 학살하고 땅과 자원을 약탈하는 제국주의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을 조롱하고 짓밟으며 막대한 이득을 챙겨온 머스크 역시 마찬가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만큼 극소수 자본가가 시민을 등쳐먹기 좋은 나라도 또 없다.

머스크는 오늘날 미국식 자본주의·자유주의의 위선과 민낯을 똑똑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미국의 패권이 가파르게 저물고 있는 만큼 머스크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날도 그리 머지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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