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조기입학’... ‘법과 원칙’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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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조기입학’... ‘법과 원칙’대로 하라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2.08.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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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법과 원칙’은 힘있는자들의 단골 메뉴다. 새 정부 들어 첫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모두에게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데 그는 법에도 없는 시행령으로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국을 만들었다.

법을 고치는 과정에 구차스럽게 국회에 불려나가 궁색한 답변을 하기보다 시행령으로 일을 추진하면 얼마나 편할까?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초·중등교육법에 ‘초등 입학연령을 만 6세’ 단서조항으로 만 5세와 7세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만 5세 초등 취학 학제개편안’을 꺼냈다가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유아의 행복할 권리 보장’>

"나중에 행복한 어린이는 없다. 영유아의 당장 행복할 권리 보장하라." 전교조를 비롯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43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가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나온 구호다.

이들은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적 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며 "20년 뒤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 만 5살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교육적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말할 것도 없이 진보와 보수 학부모단체를 막론하고 반대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 없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초·중등교육법에 ‘초등 입학연령>

초·중등교육법에 제13조(취학 의무) 「①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하여야 한다. ② 모든 국민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또는 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그 자녀 또는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의 3월 1일부터 졸업할 때까지 초등학교에 다니게 하여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대통령은 당선 후 박근혜씨를 찾아가 “박정희식 국정운영 배우고 있다”더니 윤 대통령은 그동안 박정희 따라배우기를 해서 그런가? 박정희는 1972년에 개정된 이른바 유신헌법 제53조 제1항은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중대한 경우에만 긴급조치를 내놓도록 했지만, 박 정권은 1974년 1월 8일부터 이듬해 5월 13일까지 1년 4개월 동안 무려 아홉 차례나 이 조치를 남발했다. 그것도, 국민들의 개헌 논의를 차단할 목적에서였다. 스스로 긴급조치의 늪에 빠진 박 정권은 대한민국을 정말로 긴급 상황으로 몰아넣어 1979년 10·16 부마항쟁(부산·마산 민주항쟁)을 부르고 열흘 뒤 10·26 사태로 붕괴했다.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자신감을 상실한 정권이 긴급조치에 의존하다가 스스로 몰락한 것이다.

윤대통령은 ‘국민적 우려와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초래하면서까지 경찰청을 행정안전부 통제 하에 두려 하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담당하던 인사검증 권한을 한동훈 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기고, 고소·고발 없이 가능한 검찰의 직접수사(인지수사) 기능을 특정 부서로 제한한 검찰개혁 취지를 무력화시키고자 검찰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 등은 시행령·시행규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윤석열 스타일의 국정 운영을 보여준다.

 

<OECD 38게 회원국 중 5세 입학은 4개국 뿐>

세계적 추세를 보면 만 5세 초등 입학은 이르다는 주장이다. 2019년 기준 OECD 38개국 중 26개국의 초등 취학 연령이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만 6세이고, 만 7세인 나라도 8개국인 반면, 만 5세인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해서다. 한국교총이 1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전체 1만662명의 응답자 중 94.7%가 만5세 초등 입학에 반대했다. 특히 ‘매우 반대’ 비율이 89.1%에 달해 부정적 정서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5.3%에 불과했다.

“만 5세 입학‘ 나흘만에 학부모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및 교원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대통령실이 철회 가능성을 밝혔다. 충분한 공론화나 준비를 거치지 않은 채 정책을 강행하려다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입학 연령을 낮추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법과 원칙 공정을 말하면서 초·중등교육법의 ‘초등 입학연령’을 모를리 없는 윤대통령이 취임 3개월만에 국민의 뜻들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쳐야 한다. 박순애 장관도 “국민이 만약 이 정책이 아니라고 한다면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만 5세 조기입학 졸속 추진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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