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저도의 추억’이 아니라 ‘저도의 저주’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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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저도의 추억’이 아니라 ‘저도의 저주’될 것!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8.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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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의 추억’, 2013년 박근혜가 여름휴가를 떠나 저도의 모래밭에 나뭇가지로 쓴 문구

‘저도의 추억’, 2013년 박근혜가 여름휴가를 떠나 저도의 모래밭에 나뭇가지로 쓴 문구다. 저도는 과거 박정희가 휴가를 간 곳이라 아마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 모양이다.

박근혜는 당시 "추억의 저도... 35여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 며 사진 몇 장을 게재했다. 이어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적어 감상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가 하필 휴가지를 저도로 정하고 그런 문구를 적은 것은 박정희 향수를 팔아 당시 내려가던 국정 지지율을 만회해 보려는 생각이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 유명한(?) 저도로 윤석열이 여름휴가를 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윤석열이 박근혜와의 화해 차원에서 저도를 선택했다는 말도 있고 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당시 박근혜는 저도에 가서 ‘향수’에만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저도 휴가가 끝나자 박근혜는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수석들도 7명이나 교체했다. 국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수순이다.

윤석열이 8월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휴가지가 ‘저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휴가가 끝나면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단행될 거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어떤 신문은 비서실장, 정무실장, 윤핵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직설하고 있다.

하지만 비서실장과 정무실장은 아무 힘이 없는 존재들이고, 윤핵관은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므로 교체해도 별 의미가 없다. 문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다.

권선동의 사적 채용 논란, 문자 공개로 촉발된 국정 지지율 폭락은 현상이고, 본질은 한동훈과 이상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검찰공화국과 경찰 장악에 있다. 권력기관의 핵심 중 핵심인 검찰과 경찰이 장악되면 다른 것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윤석열이 저도 휴가를 마치고 나서 설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교체한다고 해도 한동훈과 이상민이 남아 있는 이상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본질을 회피한 인적쇄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윤석열이 진짜 민심을 받드려면 국무총리, 비서실장, 윤핵관, 한동훈, 이상민, 유희근 경찰서장을 모두 물러나게 해야 한다. 그중 한동훈과 이상민이 핵심 중 핵심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성격상 한동훈이나 이상민을 중도에 사퇴시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아무 힘이 없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교체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몇 명을 교체한다고 국정 지지율이 오를까?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이번 국정 지지율 폭락 이유는 윤석열 본인에게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눈 부라리고, 삿대질하고, 전 정부 탓하고, 만취 음주 운전자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한 오만불손한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다시 나대기 시작한 김건희도 지지율 폭락의 근본 이유다. 한 달 만에 나타나 노란 치마를 입고 정조대왕함 진수식 때 금도끼를 네 번 찍어 줄을 자르는 장면은 정말 민망했다. 언론은 그걸 두고 빅토리아 여왕 때 있었던 관례라고 소개했지만 국민들은 다시 김건희가 나타나자 미간을 찌푸렸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역대 정부 중 김건희만큼 국민들에게 미움을 산 부인도 없을 것이다. ‘줄리논쟁’도 그렇고, ‘개사과’, ‘대통령 집무실 나들이’, ‘슬리퍼 완판’ 등은 국민들의 눈을 거슬리게 하였다.

김정숙 여사가 찬 브로치가 시가 2억이라고 가짜뉴스를 퍼트린 수구 언론들은 김건희가 나토행 때 찬 목걸이가 억대라는 건 잘 보도하지 않고, 김건희가 신고 있는 슬리퍼나 청치마를 거론하며 ‘소탈’ 운운하고 ‘완판’ 운운했다. 그래서 새로 생긴 말이 “거니어천가”란 말이다.

하지만 요즘 언론도 달라졌다. 윤석열이 검찰 출신으로 권력기관 인사를 도배하고, 거기에다 비선 동행, 사적 채용, 공약파기, 오만불손한 행동이 드러나자 쓴소리를 시작하더니 ‘위기’란 말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인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과연 윤석열을 위해 쓴소리를 하고 있을까? 아니다, 여기서 견제하지 않으면 과거 최순실에게 과실을 다 빼앗긴 기억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있어서 최순실은 바로 김건희라 할 것이다. 벌써부터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을 한 사업체가 페이퍼 컴퍼니며 무속인의 냄새가 난다는 보도가 잇달이 나오고 있다.

그 김건희의 정신적 스승은 천공 스님이다. 시민공감의 보도에 다르면 천공 스님은 윤석열, 김건희의 스승을 초월해 전국민적 스승이 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에 천공 스니이 대규모 사업을 하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게 시민공감의 보도다. 그것 외 천공은 각종 행사로 돈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이 멀리해야 할 대상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바로 무속인이다. 대선 때 캠프까지 들어가 활동한 건진 법사나 윤석열의 스승으로 통하는 천공 스님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이 국책 사업에 하나라도 관여한 게 드러나면 그것으로 윤석열 정권은 끝난다.

저도의 추억, 누구에겐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이겠지만 누구에겐 저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장소다. 이름도 ‘저도’라 언어유희마저 기분 나쁘다. 부디 저도가 ‘저주의 섬’이 되지 않기를 빈다.

방법은 하나 모든 걸 바꾸거나, 아니면 능력의 한계를 인지하고 그만 물러나는 것이다. 그것이 위기에 몰린 한국을 구하는 길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무역적자가 100억 달라가 넘고, 국민들은 고물가로 낙담하고, 외교는 외교대로 엉망이고, 북한은 핵실험을 한다 난리다.

역대 정부 중 이토록 총체적인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IMF를 금모아 극복한 우리 국민이 그때보다 더 어렵다며 한탄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미국 언론에서 윤석열을 걱정하고 나섰겠는가.

현상보다 중요한 게 본질이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폭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불신에 있다. 조국 가족을 표창장 하나로 도륙한 윤석열이 하는 꼴을 보니 구토가 나온 것이다.

한 청년을 고졸로 만들어버리고 자신들의 자녀들은 온갖 부모찬스를 쓰게 한 수구들, 측근 인사로 도배하고, 심지어 극우 폐륜 유투버 누나까지 대통령실에 근무하게 한 그 불공정이 국민들을 화나게 한 것이다.

수십 가지 죄목으로 감옥에 간 이명박은 서울대 병원에 있다가 집으로 가게 하고, 증거가 확실치 않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감옥에 간 정경심 교수는 사면 대상에서도 빠졌다. 증거가 부족한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감옥에 간 김경수는 사면 대상에서 빠지고 재벌들은 사면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힘당은 정경심 교수를 ‘잡범’이라 하는데, 백번 양보해 그게 맞다면 본부장 엑스파일에 나타난 172가지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쓰레기범인가? 모두 구속되었는데 혼자 검찰소환도 거부하고 있는 김건희는 무슨 여왕쯤 되는가?

봄은 봄이되, 봄이 아니다, 란 말이 있듯 윤석열에겐 ‘휴가는 휴가되, 휴가가 아닐’ 것이다. 윤석열이 저도에 있든 청남대에 있든 아니면 용궁에 남아 있든 중요한 것은 본질적 변화이지 혁신하려는 시늉이 아니다.

권선동이 물러나고 정진석이나 장제원, 주호영이 비대위를 맡으면 그건 또 다른 윤핵관일 뿐 근본적인 인적쇄신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세상에 출범한 지 석 달도 안 된 정권에 비대위가 뭔가? 혹시 너무 많이 해쳐먹어 위가 커졌는가? 그럼 화장실로 가거나 위암 수술을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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