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까지 ‘Toilet’으로 표기해야 문화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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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까지 ‘Toilet’으로 표기해야 문화시민인가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2.07.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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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세종본부장

세종시 학나래교 입구 수변공원에는 특별한 화장실이 있다. 내가 특별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화장실 건물 입구에 ‘Toilet’라고 써있고 입구에는 왼쪽에는 ‘MAN’, 오른 쪽에는 ‘WOMAN’으로 표기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기는 분명히 대한민국인데 화장실에 영어로 이렇게 표기해 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세종시가 어떤 도시인가? ‘세종시’라는 이름은 국민 공모에 의해 정해진 이름이다. 2006년 7월부터 9월 말까지 공모 결과, 무려 2163개의 명칭이 접수되었다. ‘세종’을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명칭으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의 이름이고, 한글과 과학, 문화 등에 기여한 임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추앙을 받는 이름이라는데서 선정된 이름이다. 시에서는 마을 이름도 첫마을·가락마을·범지기마을·가재마을·도램마을·가온마을·새뜸마을·나릿재마을.. 과 같은 듣기만 해도 정겨운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의 도시다.

그런데 어쩌려 허허벌판에 아파트가 하나둘 지어지면서 웬걸 이런 아름다운 동네 이름은 국적불명의 외국어로 범벅이 된다. '더 샵', '자이더시티', '파밀리에', '안단테', '트리쉐이드 리젠시, S클래스센텀뷰, 리더스포레, 더휴리저브, 파밀리에센트럴….' 이 정도는 약과다. '첫 번째'를 의미하는 'first'(퍼스트)에 '중요한, 최고의, 뛰어난'이라는 의미를 붙여 '퍼스트프라임', ‘부’를 의미하는 ‘리치’(rich)와 ‘지식인을 의미하는 ’인텔리젠시아‘(intelligensia)를 결합한 리첸시아,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에서 X와 I를 따온 자이(Xii), 나무 그늘(Tree shade)을 의미하는 트리쉐이드, 섭정이나 상류사회를 의미하는 리젠시(regency)라는 것이 아파트 이름이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노인을 위해 지어놓은 노인정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고 대신 시니어 클럽(Senior Club)만 있다. 관리사무소는 매니지먼트 오피스(Management Office), 주민 공용공간에는 커뮤니티센터(Community Center)라고 적혀있다. 노인을 위한 노인정이 노인이 알아보지 못하게 영어 이름을 붙여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건강시설은 피트니스(Fittness)라고 적혀 있어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내부를 들여다 보지않고 무슨 건물인지 알 수 없다.  거리에는 Rolling pasta, minigold, mixo, spao 등 영어로 된 간판 이 가득하며 우리말로 된 간판은 드물다. 한글이 표기된 간판이 있긴 하나 로마자 표기가 한글보다 크다.

편의시설은 또 어떤가? 공부를 하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스터디 카페’로 프랜차이즈 카페인 랭스터디카페, 하우 스터디 등도 공부가 아닌 ‘스터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주차장의 입구는 ‘인(in)’ 출구는 ‘아웃’(out)으로만 표기하고 있다. 카페의 계산대는 오더(Order)로 버스터미널의 매표소는 티켓(ticket)으로만 표기되어 있다. 또한 버스의 하차 벨은 ‘STOP’으로만, 대형마트의 계산대에는 ‘cashier’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것들이 영어로 범벅되어 있는 것을 보며 이렇게 가다가는 한글의 자리가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란 단순히 의사전달 수단으로의 기능뿐만 아니라 그 민족의 사상·감정과 관습까지 나타내는 기호체계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그 어떤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문자다. 무엇보다 서민의 불편을 안타깝게 생각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담겨 있는 게계 어느 나라 문좌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을 두고 남의나라 흉내를 내야 똑똑하고 훌륭하게 보이는가?

도시나 아파트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방송언어를 보면 저질언어, 국적불명의 외국어로 알아듣기 어려운 말, 신조어들로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다. 대부분의 공중파는 외국문자를 그대로 사용하는가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 외래어와 심지어 일본어투까지 남발하고 있다. 아이들이 무얼보고 배우겠는가? 청소년들이 쓰는 비어 언어는 어른들이 알아듣기조차 어렵다. 필자는 2016년 9월 20일 ‘언어 파괴의 심각성, 이대로 좋은가' 라는 주제의 글과 ‘언어 오염 공화국 부끄럽지 않은가?’ 그리고 지난해 9월 23일 ‘공중파의 한글 파괴를 개탄하는 ‘한국피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글을 썼던 일이 있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 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22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데에 힘써야 하며, 국어능력 향상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도 했다. 환자수준의 윤석열대통령의 영어사랑과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한글파괴에 앞장선 공중파들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상업주의, 여기에 뒤질새라 청소년들의 언어파괴까지.... 이런 현실을 보고도 정부는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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