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 살구쟁이 눈물… 제17회 위령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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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 살구쟁이 눈물… 제17회 위령제 열려
  • 충청메시지 조성우
  • 승인 2022.07.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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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 초기 우리나라 군경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가 왕촌 살구쟁이 학살 현장에서 엄수됐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이하 유족회)와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주대학교참여문화연구소 주최하고 공주시가 협조했다.

지난 9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이 날 행사는 72년 전 한국전쟁을 빌미로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원혼을 위로하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경건하게 위령제를 지냈다.

이날 위령제에는 소재성 공주유족회 회장을 비롯해 이순종 공주시 부시장, 이상표 공주시의원, 임재문 공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공주지회장, 김복영 전국유족회장과 정석희 충남유족회장, 조성일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를 비롯하여 유가족과 다수의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소재성 공주유족회장
소재성 공주유족회장

소재성 회장은 “72년전 민간인 학살 비극이 국가와 국민을 수호해야 할 군경에 의해 자행됐으며 민간인 희생자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채 이곳 살구쟁이 골짜기에 끌려와 빨갱이라는 죄목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학살당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자매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아직도 그 진실이 가려져 국가의 진정한 사과가 보류되어 미제의 숙제로 남긴 채 고난의 세월은 흐르고 있고 지금도 이곳 왕촌 살구쟁이는 그때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죽음의 공포와 초췌한 표정의 혼 나간 모습들이 우리를 지켜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순종 공주시 부시장
이순종 공주시 부시장

이순종 공주시 부시장은 “우리는 분단과 냉전이 불러운 불행한 역사 속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1950년 7월 9일 공주지역 국민보도연맹 200여 명과 수감중이던 제소자 300여 명이 상왕동 살구쟁이에서 정당한 이유없이 학살당했고 유가족들은 오랜 기간 상처를 가슴에 묻고 침묵해야 했다”며 역사의 불행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국전쟁의 혼란 속에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고 회한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오늘 우리가 되새기는 70여 년 전의 사건을 교훈 삼아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주시는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고 역사적 진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 사건의 진실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이곳에서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살구쟁이 평화의 공원’을 조성하여 안식과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복영 전국유족회 회장
김복영 전국유족회 회장

김복영 전국유족회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2005년에 제정하여 일부 회원들께서는 진실규명 결정문을 가지고 정부로부터 소정의 배상을 받은 바도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에서는 진실이라는 말조차 논하지 못하도록 소멸시효법을 제정하여 우리 유족을 두 번 죽이는 행태를 벌렸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2기 진실 화해법을 제정하여 유족들의 가슴 아픈 마음을 알릴 수 있는 진실위원회가 2020년 12월 10일부터 현재까지 가동 중에 있다”면서 “72년전 국가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사랑하는 부모형제의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임재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주시협의회장
임재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주시협의회장

임재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주시협의회장은 “이곳 살구쟁이 참상에 대해 지역 선배들로부터 충격적인 소리를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면서 “민주평통 공주시협의회는 지역단위에서 평화와 관련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며 평화공감대를 확산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우리고장 평화플랜’사업을 제안하여 민주평통에서 위령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2021년 봄 작지만 적당한 토지를 매입했으며 설계와 조형물 제작, 인허가 및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올해에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좌ㆍ우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오르지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고 화해와 화합을 위해 한발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시 낭송은 박현희 회장이 맡았다. 소재성 유족회장의 ‘닦아지지 않는 눈물’이란 헌시이다.

닦아지지 않는 눈물

헌시낭송 (박현희 회장)
헌시낭송 (박현희 회장)

닦을수록 더 나오는 눈물

닦아서도 안 되는 눈물입니다.

얼마나 진한 눈물인지

닦아지지 않는 눈물입니다.

피 섞인 눈물이기에

닦아지지 않는 눈물입니다.

 

살구쟁이 골짜기

얼마나 깊은 데서 나오기에

닦아도 눈물은 흐르는지?

얼마나 원통하면

그 많은 손수건을 적셔야 하는 건지?

 

살구쟁이 학살

응어리진 한에서 흐르는 눈물이기에

닦을수록 더 나오는 눈물입니다.

피를 나눈 혈육이고 혈연이기에

닦아서는 안 되는 눈물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처럼

4반세기 고통의 눈물이 덩어리 되어

눈물의 홍수를 이루며

지금도 흐르기만 합니다.

헌시 낭송에 이어 소재성 유족회장 초헌으로 위령제가 시작됐다. 이후 이순종 공주시 부시장의 아헌과 전국유족회장의 종헌을 마친 후, 유가족 및 참가자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곳 왕촌 살구쟁이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충남 유족회장

한편, 공주 왕촌 민간인 학살사건은 6.25 한국전쟁이 시작된 7월 초경, 공주형무소에 수감된 정치범 등 재소자를 비롯해 보도연맹에 가입한 민간인 등 500~700여 명을 군과 경찰이 M1소총과 칼빈으로 집단 학살하여 30cm두께의 흙으로 암매장한 사건이다.

지난 2006년 왕촌 살구쟁이 현장에서 첫 위령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7회의 맞이했다. 2009년 40일간 유해발굴 작업으로 317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2013년 2차 유해발굴 조사에서 80구를 추가로 발굴하여 397구를 발견했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해는 397구지만 실제 민간인 희생자는 많게는 700명까지 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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