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文정부 때는 정치보복 안 했냐는 윤석열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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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文정부 때는 정치보복 안 했냐는 윤석열의 자가당착!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6.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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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自家撞着)이란 말이 있다. 한자어의 뜻을 그대로 풀면 '스스로 부딪치고 붙는다'는 뜻인데, 의역하면 ‘같은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의 앞뒤가 어긋나 모순된 것을 말한다. '자가(自家)'는 자기 자신을 뜻하고, '당착(撞着)'은 앞뒤가 다름을 뜻한다. 

중국 송나라 후기 때의 승려 남당원정(南堂元靜)의 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須彌山高不見嶺(수미산고불견령)

수미산은 높아 봉우리를 볼 수 없고

大海水深不見底(대해수심불견저)

큰 바다 물이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네.

簸土揚塵無處尋(파토양진무처심)

흙 털고 먼지 날려 봐도 찾을 수 없고

回頭撞著自家底(회두당저자가저)

고개 돌리다 부딪히니 바로 나 자신이네.

이 시는 진리를 찾으려고 하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 자기 자신이 문제임을 깨닫는 내용이다. 즉 말로는 진리를 찾지만 정작 자신은 진리를 찾기 위한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영영 깨달음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말과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아 모순에 빠지는 상황을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한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시절 산재부 장관을 한 백운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청와대 행정관 출신 박상혁 의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한 가운데, 윤석열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석열은 기자들의 “정치보복” 질문에 “민주당은 안 했나?” 하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 말은 자신이 정치보복을 했다는 자인인 동시에 이른바 ’피장파장 논리‘로 그러면 왜 정권교체는 했냐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더욱 웃기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 정치 보복을 했다고 가정해도 당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한 사람은 바로 윤석열 자신이다. 따라서 윤석열은 자신이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보복을 했다고 고백한 셈이다. 이런 걸 우린 자강당착이라고 한다. 스스로 언어의 덫에 빠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정권은 출범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지만 국정 지지율은 48%(리얼미터 참조)이고, 검찰 요직, 잦은 음주, 김건희의 사적 행동 등으로 지지율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윤석열은 갑자기 백운규 장관 구속영장 청구,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뒤집기 등을 시도해 국면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윤석열은 "정상적 사법 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 정부 수사를) 안 했습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했던 국정농단 수사가 정치보복 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윤 의원은 "박근혜, 최순실, 이명박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한 본인은 정치 보복의 도구로 신념도 없이 시킨 대로 칼춤을 춘 것인가"라며 "이전에도 했고, 지금도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공개선언을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박상혁 의원이 수사를 받는 상황을 두고 "이런 방식의 국정 운영의 결과가 어떤지 아시지 않나"라며 간담회장 벽에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가리키기도 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자신이 집권하면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만큼 '적폐청산 수사' 발언은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백운규 전 장관의 공공기관장 사퇴 유도와 환경부 장관의 블랙리스트는 문제 삼아 구속시키려는 윤석열 정권이 정작 자신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사퇴 압력을 넣고 있어 논란이다. 내로남불인 것이다.

또한 이미 해경이 자진월북으로 판단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새롭게 끄집어내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것은 스스로 국가 기관을 짓밟은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진 월북이 아니라고 발표했으면 그에 합당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만 봤다고 공격한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 아닐 수 없다.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권까지 부여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장차관 및 비서를 지낸 사람들을 기소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쳐서 보수를 결집하려 하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윤석열은 이재명 의원을 기소하기 위해 또 다시 성남 시청을 압수수색했지만 전에도 그랬듯 얻은 것은 없을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이재명 뒤를 다 캤지만 먼지 한 톨 나오지 않고, 오히려 대장동 건으로 돈 받은 사람은 모두 국힘당 쪽 사람들이란 것만 드러났다.

한동훈은 한동훈대로 자녀 부모 찬스가 문제가 되더니, mbc pd수첩에서 폭로한 딸 봉사활동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한동훈 딸 문제는 해외 동포들까지 나서 조사 중이다. 그 와중에 한동훈이 차기 대선 3위라는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윤석열이 대선 때 공약한 코로나 극복, 민생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지 않고 지금처럼 정치보복이나 꿈꾼다면 그건 자멸로 가는 지름길로 결코 촛불 시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대선 때 유독 안보와 외교를 강조한 윤석열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는데도 NSC는 열지 않고 2차에 걸쳐 음주를 하고, 북한이 방사포를 쏘았는데도 김건희와 극장에 가 팝콘 쇼를 벌였다.

또한 윤석열은 손흥민의 인기에 기대 청룡장을 수여하고 브라질 전을 관람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 팀에 5대1로 져 ‘윤석열의 저주’란 말이 회자되기도 하였다.

한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퇴임 후 방송에 나와 국정원에 존재하는 소위 엑스파일을 언급했는데, 이는 윤석열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 성격이 짙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 작성된 엑스파일엔 매우 민감한 사항이 적혀 있었지만 박지원 전 원장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계속 정치보복을 자행할 경우 터트릴 수도 있다는 일종의 엄포인 셈이다.

검경수사권이 조정되고 검찰정상화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윤석열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어 경찰까지 장악하려 하지만 민주당과 경찰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전남, 충북 등 각 경찰청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현수막이 게시되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윤석열은 지금도 검찰총장식 사고에 젖어 무엇이든 자신이 기획하면 이루어질 거라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대통령은 여야를 아우르며 통합으로 나아가아 하는데, 뒤끝작렬, 정치보복이나 꿈꾸고 있으니, 스스로 정치 생명을 앞당기는 기제로만 작용할 것이다.

천하의 이명박근혜도 감옥에 보낸 촛불시민들이 검찰나부랭이들이 설치는 꼴을 그냥 두고 보겠는가? 정치보복, 할 테면 해보라. 이명박도 그러다가 패가망신하고 지금 감옥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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