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왜 ‘지는해’가 ‘뜨는해’보다 인기가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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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왜 ‘지는해’가 ‘뜨는해’보다 인기가 더 좋을까?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5.1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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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을 "문재인의 역설"

5월 9일 초저녁, 청와대 앞에는 구름인파가 몰려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마지막 퇴근 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을 본 적이 없다. 남녀노소 1만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청와대를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에 고무된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동안 고통과 시련도 많았지만 국민 여러분과 함께해 행복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 마음은 거기 모인 국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람들 중엔 요즘 한창 뜨는 소위 ‘개딸, 냥아들’도 많이 보여 이채로웠다.

돌이켜보니 문재인 대통령 5년은 고난의 연속이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집권 초기 절반은 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머지 절반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성과도 많았다. 적폐들 대다수가 감옥에 갔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수처가 설치되었으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금지했다. 이어서 검경수사권 조정 및 검찰 권한 축소가 이루어졌다.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세계 7위), 주가 3000 돌파, 세계 9위의 경제대국, 세계 6위의 국방대국,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로 상징되는 문화대국을 이루었고, 마침내 한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한국은 국경과 지역을 봉쇄하지 않고 코로나를 체계적으로 극복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드코리아’를 이룰 나라로 선정되었다. ‘K방역’은 세계적 모범이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G7에 연속으로 두 번 초청을 받아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서로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해외동포들은 자부심으로 부풀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으로 극복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었고, 집권 5년 동안 친인척 비리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북한도 이렇다 할 도발을 하지 않았다. 비록 마무리를 짓지 못했지만 3차에 걸친 남북미 정상회담은 의미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과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을 따로 만나려 하겠는가?

10일 오전, 대통령 취임식에 잠시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차를 통해 사저가 있는 양산으로 가는 과정에서 서울역, 울산역, 그리고 양산을 경유했는데, 가는 곳마다 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역대 대통령 중 이런 경우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에 내려가 “야, 기분 좋다!” 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평범하게 살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일당의 정치보복으로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그때 논두렁 시계까지 조작한 세력이 당시 국정원과 검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려든 것은 다시는 노무현 대통령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각성, 즉 ‘노무현 효과 때문’이다. 다시는 ‘지못미(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를 하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윤석열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해가 뜨면 지듯 무릇 정치도 오를 때가 있으면 기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예외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국정 지지율이 45%를 유지했다. 이것 역시 헌정사상 볼 수 없는 엄청난 기록이다. 반면에 윤석열은 출범도 하기 전 예상 국정 지지율이 긍정 41%, 부정 48%였다(자세한 것은 한국 갤럽 여론조사 참조).

그런데 왜 지는 해가 떠오르는 해보다 인기가 많을까? 소위 염량세태란 말도 있고 감탄고토란 말도 있는데 왜 문재인 대통령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이토록 지지율이 높은 것일까? 필자는 이것을 언젠가 ‘문재인의 역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약 전 정권처럼 국정원과 검찰을 장악해 정적을 제거하고 정치보복을 감행했다면 떠나는 그 순간까지 국정 지지율이 45%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지지율, 그게 바로 ‘문재인의 역설’이다.

물론 그 바람에 윤석열 같은 ‘덜 익은 사과’가 대통령이 되는 비극을 초래했으니, 이 또한 두고두고 한이 될 일이다. 윤석열이 반란을 일으킬 때 과감하게 정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는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이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만큼은 지켜주자는 마음이 생긴 것도 ‘문재인의 역설’이다.

지금은 윤석열이 정권을 잡아 우려한 대로 ‘검찰공화국’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자멸을 앞당기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대의명분으로 하여 대통령까지 된 윤석열이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앞으로 민주당이 발의할 ‘본부장 비리 특검’ 속에 윤석열의 추악함이 모조리 들어 있다.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잘 수 없다”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펴며 청와대보다 더 구중궁궐인 용산으로 간 것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거기엔 오직 무속이 작용했다는 것 외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다. 시멘트로 지어진 사각형의 건물이 국가를 상징하는 건물이 되다니, 윤석열이 말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은 ‘의식이 공간을 지배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즉 윤석열은 자기다운 건물로 들어간 것이다. 검찰총장식 사고가 반영된 집무실 이전, 그것으로 인한 국방부의 분산, 외무부 공관까지 차지해 무속의 힘을 자랑한 윤석열과 김건희는 결코 편하게 지내지 못할 것이다. 무속보다 무서운 것이 민심이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으며 대통령이 되어놓고 장관 지명자들은 온갖 비리로 점철되었고, 공약한 자영업자 50조 지원, 병사 월급 200만 원, 여가부 폐지 등은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한 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인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반드시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하수인으로 변한 수구 언론과 몇몇 여론조사 기관에 의해 여론이 조작되고, 또다시 가짜뉴스가 횡행하며 민심을 왜곡할 것이다. 그러나 투표함으로 들어가는 민심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거기에다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한동훈이 검찰을 장악해 정치보복이라도 감행한다면 한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가 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안보가 무너지며 경제마저 파탄나 국민들은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겪어봐야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국민을 위해 일을 잘했는지 여실히 알게 될 것이다. 그때서야 안철수 말처럼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국민들이 윤석열을 선택한 이상 그것도 업보라면 업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속으로 좋아하다가 세금이 조금만 더 부과되어도 등을 돌리는 이기적 마음, 자신들은 온갖 비리로 점철되었으면서 조국 가족은 잔인하게 도륙한 윤석열 일당은 곧 천벌을 받을 것이다. 무속인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인과응보’다. 떠오른 해도 곧 노을이 되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단지 그 기간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TV를 보지 않으려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 이재명이라는 또 다른 해가 떠오르고 있으니 수구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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