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개헌열차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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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개헌열차 떠났다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8.03.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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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세울 생각 말라

【팩트TV 이기명 칼럼】 앞에 경찰 백차가 달린다. 그 뒤로 몇 대의 버스가 따른다. 지방 호텔 앞에 버스가 멎고 승객들은 호텔로 사라진다.

그 날 저녁, 이 지역 최고 요정은 흥청망청. 산해진미에 고급 양주, 손님들 사이에는 짙은 화장의 여인들이 앉고 술판은 무르익는다. 한 사나이가 일어나 인사를 한다. ‘많이 먹고 잘 놀거라.’ 중앙정보부 지부장이다.

빠진 것이 있다. 백차의 선도로 뒤따르던 버스에는 플래카드가 펄럭거렸다. ‘방송작가 산업시찰단’ 그들은 바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들이고, 그들은 박정희가 이룩한 산업발전의 현장을 시찰하는 것이다.

웬 시찰이냐. 이유는 있다. 얼마 후면 이른바 유신헌법 통과를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산업시찰단은 특권층이다, 시찰단 명찰을 단 술 취한 작가들에게 경찰은 경례를 부쳤다.

서울 필동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는 매일같이 방송작가를 위한 오찬과 만찬이 열린다. 문공부 장관(현 문화체육부 장관)은 현관에 서서 간부들과 함께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작가 선생님 한 분이 대학교수 100명보다 더 소중합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는가. 1972년 11월 21일 국민투표는 압도적 찬성(투표율 91.9%, 찬성 91.5%)으로 유신헌법은 확정했다.

술 얻어먹고 호텔 잠자고 유신헌법 홍보꾼 노릇하던 방송작가들. 기레기들. 이번에는 진짜 나라를 위한 개헌 운동에 나서 볼 생각은 없는가. 부탁한다.

 

■ 개헌열차 떠났다

개헌 열차가 출발했다. 출발했으니 도착할 것이다. 개헌안은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면 되는가. 선택하면 된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던 지금 이대로의 헌법이라면 나라 꼴이 안 된다. 누구보다 국민이 잘 안다. 못된 짓은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법이라고 생각한다.

도둑놈 처벌하지 않으면 도둑놈 세상이 된다. 정부가 제안하는 헌법개정안은 어떤 것인가.

 

1. 역사적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에 담는다

2.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

3. 대통령 4년 연임제

4.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5. 감사원 독립성 강화

6.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 제한 및 헌법기관에 대한 인사권 축소 조정

7. 수도조항 헌법 1장 총강에 삽입

(순서는 필자 맘대로 정했다)

똑똑한 국민들이니까 알 것이다. 개헌을 반대하는 야당은 개헌을 왜곡하고 비튼다. 도둑질도 물건 둔 곳을 제대로 알아야 훔친다. 야당이 비틀어대는 개헌은 어떤가. 

꼼꼼히 읽어보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야당의 억지는 분명히 밝혀 둘 필요가 있다. 헌법이 어떤 것인가. 유신헌법도 법이었고 그 법 아래서 국민은 지옥 같은 생활을 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비틀어댄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임을 기도한다는 뉘앙스를 은근슬쩍 흘린다. 못된 장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이번 임기를 마치면 끝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분명히 못을 박아 언명(言明)했다.

4년 연임제로 개헌해도 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현행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연장이나 중임 변경에 관한 헌법개정은 이를 제안할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

이를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해 개헌안 부칙에 '개정 헌법 시행 당시의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일각에서 마치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의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 주장이다.

 

■ 국회의원 소환. 국민 발안제 도입

개헌 발의 내용을 보면서 한여름에 냉수를 마시는 시원함을 느꼈다는 국민들을 많이 만났다. 면책특권인지 방종특권인지 모르지만, 국회의원들 하는 꼴을 보면서 가슴을 쳤다.

저런 인간을 국민의 대표로 뽑았단 말인가. 형수 제수를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인간이 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를 드나든다. 비리에 연루되는 것은 약과다. 강원랜드 부정 취업 관련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은 누군가.

사람이 화가 나면 막말도 할 수가 있다. 하나 막말이 일상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치지도자라는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을 미친개라고 하면 국민은 미친개를 믿고 산다는 말인가.

‘연탄가스’, ‘미친 개’, ‘바퀴벌레’ 이게 정치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민들은 그런 의원들을 볼 때마다 속이 끓는다. 그들을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한다. 손가락을 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개헌안에는 ‘국회의원 소환제’라는 것이 있다. 지역구 국민들이 의원을 소환해서 다시 신임을 묻는 것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개헌의 의미가 있다는 국민이 있다. 

개헌 된다면 국회의원 수가 절반으로 줄 것이라는 국민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훌륭한 국회의원도 많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을 흐려 놓는 것이다.

정당의 존립 근거는 국민의 지지에 있다.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당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것과 같다. 지금 한국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 역사적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에

헌법 전문에는 국민의 민주화 운동이 담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 4·19 이후 발생한 역사적인 민주화운동은 헌법 전문(前文)에 담았다. 

민주이념을 계승 발전하는 것을 명확하게 헌법 가치로 선언하면 국민의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이번 기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의 독립성도 강화했다. 감사원도 대통령 마음대로 안 된다.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도 제한했다. 이명박을 사면만 하지 않았어도 오늘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주춧돌이 흔들리면 건물이 무너진다. 힘들어도 주춧돌을 바꿔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멀지 않아 미친 들개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국회를 돌아다닐 것이다. 물리면 여지없이 광견병이다. 빨리 몰아내야 한다. 왜 국민들은 나름대로 개헌을 원하는가.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라고 믿는다. 늙은 친구가 약을 올렸다.

“거수기들 장충체육관에 모아놓고 간단히 끝내고 싶지?”

아니다. 개헌안은 통과될 것이다. 반대하는 그들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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