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소리] 정권 빼앗기고 국정지지율 오르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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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정권 빼앗기고 국정지지율 오르면 뭐하나?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4.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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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주어진 권한을 다 사용하지 않은 것은 미덕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코로나 방역 시스템,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 세계가 인정한 선진국 진입, 문화 강국, 집권 5년 동안 친인척 비리가 단 한 건도 없는 정부, 집권 5년 동안 휴전선 부근에서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유일한 정부, 임기를 한 달 앞두고도 국정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레임덕이 없는 정부 등등 문재인 정부를 칭찬하는 말은 참으로 많다.

그러나 정권을 빼앗긴 이 불합리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조금 아프긴 하지만 지난 시간을 복기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이번 대선은 부동산 정책 때문에 졌다, 라고 말한다. 맞다. 부동산이 결정타였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이 바로 실패한 인사다.

부동산 정책도 알고 보면 실패한 인사에서 기인한 바, 대선 패배의 좀 더 본질적인 이유는 인사 실패에 있다는 것이 합리적 분석이 아닐까. 임명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보인다. 바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이 그 대상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국토위에서 일했을 뿐,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다. 물론 부동산 정책을 국토부 장관 혼자 정한 것은 아니지만 최종 책임자는 역시 장관이므로 그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정책은 어떤 정부도 정답을 낼 수 없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작용해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 없다. 이 정책을 시행하면 저쪽에서 반발하고, 저 정책을 시행하면 이쪽에서 반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은 ‘정반합 원리’에 따라 추진하는 게 그나마 원성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나치게 ‘규제’에 얽매어 현실을 외면했다. 한 번 정했으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부족했고, 언론이 떠들면 금세 정책을 바꾸었다. 정책을 ‘찔끔찔끔’ 27차례나 바꾸다 보니 방향성이 뒤틀리고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신을 갖게 되었다.

거기에다 기름을 부은 것이 ‘LH사건’이었다. 국민들이 부동산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LH 직원들은 정보를 빼내 개발 예정지를 미리 사두어 엄청난 부를 이루었다. 개발 예정지에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심어 있고, 채소가 심어져 있는 사진이 언론에 도배되자 국민들이 돌아서버린 것이다.

그 결과 민주당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만약 국토부가 그 전에  LH 실태를 미리 파악해 관련자를 처벌했다면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권익위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민주당 의원들보다 국힘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더 많았지만 책임은 정부와 집권여당에게로만 물렸다.

나중에 드러난 국힘당의 윤희숙 부친의 세종시 논 3000평 구입, 이준석 부친의 제주도 땅 구입이 문제가 되었지만 조중동과 종편은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만 지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조가 넘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지만, 이에 대해 국힘당이 논평 하나 낸 것을 본 적이 없다. 부산 엘시티는 비리의 복마전이었지만 박형준이 당선되었고, 이재명 후보가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는 대장동만 부각되었다.

대장동만 해도 돈 받은 사람들은 곽상도, 박영수 등을 비롯해 전부 국힘당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50억 클럽은 아직도 수사를 하는지 마는지 조용하고, 윤석열 장모는 양평 공흥 지구에서 각종 혜택을 받아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막대한 이익을 보았지만 조중동과 종편은 침묵했다. 윤석열 장모는 전국에 땅을 19만 평이나 소유하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부동산 제국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어떤가. 김건희 국민대 박사학위 표절 건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에 조민 양의 부산의전원 문제는 빨리 처리하라고 학교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김건희의 학력이 위조된 것이 밝혀졌는데도 교육부는 거기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 하나 취하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김현미와 유은혜의 장관 임명은 실패했고, 그 두 사람은 앞으로 민주당 당적으로 무슨 일을 못할 것이다. 당원들이 부글부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겠지만, 당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경기도 지사를 꿈꾸었던 유은혜 장관이 임기를 다하고자 한 것도 그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최성해 동양대 총장 관련 건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윤석열, 최재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다. 두 사람은 서로 공조해 자신의 직위를 대선의 발판으로 삼았다. 감사원이 월성 원전 감사 보고서를 검찰에 보내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한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검찰은 윤석열이 당선되자 마자 산자부를 압수수색하고, 김혜경 법인 카드를 수사한답시고 경기도를 압수수색했으며, 김건희는 서울의 소리에 1억 손배소를 제기했다. 반면에 김건희는 도이츠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되었음에도 검찰 소환도 불응하고 있다.  

다 차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어진 권한을 다 사용하지 않고 검찰 하나 제어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한이 될 것이다. 누구보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던 필자가 이런 글을 쓸 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막막하고 아플지 헤아려주길 바란다.

정권을 빼앗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TV뉴스도 안 본다는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 지지율은 50%를 육박하고 있으니 이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통령이 주어진 권한을 다 사용하지 않은 것은 미덕이 아니다. 정치가는 ‘순수’로만 살 수 없다. 윤석열은 언론사 사주를 만난 중앙지검장 시절에 정리했어야 옳다. 임기보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사로잡힌 결과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길 바란다. 주말엔 봉하에 가야겠다. 5년을 버티려면 뭔가 새로운 다짐과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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